<무비 톡톡> 네 번째 시간, 언론의 중요성을 크게 느꼈던 사회적 분위기가 있었던 만큼 이야기 할 작품으로 <스포트라이트>를 선정했다. 우리대학에서 ‘영화의 이해’를 강의했던 이주연 교수와 기자가 만나 이야기를 나눴다. -편집자주-

김준수 기자(이하 김): <스포트라이트>는 2002년 가톨릭 교회 사제들의 아동 성추행 스캔들을 폭로한 미국 보스턴 글로브 탐사보도팀의 이야기를 다룬 영화로 실화를 기반으로 했다. 영화의 내용은 취재하는 것이 전부다. 취재를 바탕으로 해서 신문이 발행될 때까지가 영화의 처음과 끝이다. 탐사보도팀은 4명의 기자들로 구성돼있으며 팀 이름은 영화 제목인 ‘스포트라이트’다. 마이클 키튼이 탐사보도 팀 팀장 역할을 맡았고 마크 러팔로와 레이첼 맥아담스 등이 열정적인 기자 역할을 맡았다.
이주연 교수(이하 이): 이 영화의 감독은 토마스 맥카시로 한국에 많이 소개되지 않았다. 토마스 맥카시는 다른 영화의 각본도 많이 썼지만 그 각본을 기반으로 한 영화가 흥행에 성공했다거나 좋은 평을 받은 적은 없었다. 이전에 아담 샌들러 주연의 <코블러>라는 작품이 있는데 미국 내에서 평이 좋지 않았다. 그래서 <스포트라이트> 감독이 토마스 맥카시라는 것을 알고 조금 의외라는 생각을 했다. 물론 본인이 혼자서 각본을 쓴 건 아니다. 같이 작업했던 조쉬 싱어라는 사람은 나름대로 꽤 이름난 각본가다. 두 사람이 의견의 합을 잘 맞춘 것 같다.

김: 아카데미 시상식 이야기를 하지 않을 수 없다. 제88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작품상과 각본상을 받았다. 작품상 수상이 의외였다는 반응이 주를 이뤘는데 작품상을 받을 것이란 예측을 했는지 궁금하다.
이: 어느 정도 예상했다. 미국 영화계의 생리인데 최근 사건이면서 실화를 소재로 한 영화를 좋아한다. 사회적으로 이슈화시켜서 감춰지거나 묻힌 이야기를 다시 생각해보게 하는 작품을 좋아하기 때문에 이 작품이 수상하지 않을까 싶었다.

▲ <스포트라이트>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고 있는 김준수 기자(좌)와 이주연 교수(우)

김: 아카데미에서 주로 작품상과 감독상을 같이 주는 경향이 있다고 한다. 그래서 많은 평론가들은 <레버넌트>의 수상을 예측하기도 했다. 2012년부터 2016년까지 작품상 수상작과 감독상 수상자를 비교해보니 2012년 <버드맨>을 제외하곤 일치하지 않더라. 아카데미의 경향이 변하고 있는 것 같다.
이: <스포트라이트>는 감추어져 있던 치부를 정말 담담하게 드러낸 작품으로 미국의 현재와 직접적으로 닿아있기 때문에 <레버넌트>보다는 <스포트라이트>가 받겠다고 90% 정도 점치고 있었다. 또한 절대로 누구 하나 연기상을 받지 못할 것이라 예상했다. 연기를 못해서가 아니라 스포트라이트 팀을 구성하고 있는 배우들의 연기가 조화가 잘 되고 있었기 때문에 한 명의 연기가 유독 두드러진다고 볼 수 없었기 때문이다. 앙상블이 아주 좋았던 작품이다. 인터뷰를 본적이 있는데 마이크 레젠데스 역을 맡은 마크 러팔로의 경우 실제 인물을 찾아가 24시간 행동을 관찰하고 시나리오의 대사를 다 읽어달라고 해서 말투를 흉내내보기도 했다고 한다. 또한 본인들이 직접 기자의 24시간 생활이 어떤지 체험도 했다고 하는데 아주 디테일한 연기까지 놓치지 않고 잘했다.

김: 오죽하면 제22회 미국 배우 조합상에서 베스트 앙상블 캐스트를 수상했겠는가. 다른 이야기로 넘어가보자. 기자를 소재로 한 영화는 우리나라에서는 조금 드물지 않나.
이: 우리나라도 최근에는 꽤 많이 나온 걸로 알고 있다. 박해일 주연의 <제보자> 같은 경우는 기자 중심이지만 제목 그대로 제보자들의 보호와 권리를 생각하게 하는 부분이 겸비돼있어 괜찮은 작품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물론 옛날에는 기자를 소재로 한 영화가 드물었다. 80년대까지도 검열이 있던 시기였다보니 이런 영화들이 있을 수가 없었다. 환경 자체가 뒷받침 돼지 않았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영화의 소재가 다양화 됐고 최근처럼 기자들의 취재 관련 영화도 등장했다고 말할 수 있다.

김: 할리우드의 기획력이 돋보였다. 특히 앨런 J. 파큘라 감독의 <모두가 대통령의 사람들>과 같이 이야기할 수 있을 것 같다. 일단 영화를 잘 만드는 것도 있지만 빠르고 정확하게 만들 수 있다는 점을 칭찬해주고 싶다.
이: 그렇다. 사실 할리우드의 기획력은 아무도 못 따라간다. <모두가 대통령의 사람들>도 실화인 워터게이트 사건을 소재로 한 영화다. 실제 1974년도에 닉슨이 사임을 했는데 <모두가 대통령의 사람들>은 1976년에 개봉했다. 2년만에 시나리오를 쓰고 촬영해서 개봉했다는 건데 이런 것만 봐도 기획력이 얼마나 대단한지 알 수 있다. <스포트라이트>의 경우에도 가톨릭 교구 내에 신망 받는 신부님들이 아동을 추행하는 사건들이 간간히 나오는 상황에서 영화가 개봉했다.

김: 이제 영화에 대해 이야기해보자.

 
1. 매력적인 프롤로그

김: 영화는 1976년 보스턴 경찰서를 보여주며 시작한다. 가톨릭교회가 어떻게 사제들의 성추행 사건을 감추는지 간단하게 보여주는 장면이다. 신참으로 보이는 한 경찰관은 동료 경찰관에게 사제들의 성추행 사건이 언론에 보도되는 것을 어떻게 막을 수 있겠냐고 하지만 동료 경찰관은 보도가 된다는 것이 의아하다는 반응을 보인다. 리무진을 타고 유유히 떠나는 주교와 신부를 쳐다보는 신입 경찰관의 시선으로 프롤로그가 끝난다. 그 시선은 어쩌면 가톨릭교회가 사건을 은폐하는 데 참여한 모든 사람들의 시선을 대표하는 것일 수도 있다. 보스턴 가톨릭이 얼마나 폐쇄적이고 권위적인지를 일일이 설명하지 않고 보여주는 장면 같아서 좋았다.

이: 권위를 상징하는 리무진 형태의 차가 등장한다. 가톨릭 조직이 얼마나 공고하고 부술 수 없는 철옹성 같은 존재인지를 보여주는 장면이다. 가톨릭 조직은 진실을 은폐할 수 있을 정도로 어마어마한 힘을 가지고 있다. 이렇듯 영화의 프롤로그는 권력집단의 상징으로 보인다.

 
2. 무엇에 집중 할지 아는 영화

김: 이 영화가 매력적인 이유는 오직 기자가 일하는 모습만 보여주기 때문이다. 이 영화에는 기자들 사이의 로맨스도 없고 기자들의 가족관계에 대한 내용도 없다. 오로지 기자들이 취재하는 내용만 담고 있다. 사내 연애와 같은 내용을 영화에 넣게 되면 가톨릭교회 사제들이 아동을 성추행했다는 중요한 사건 자체가 묻힐 수도 있는데 그런 염려를 하지 않도록 배제한 거다. 감독은 무엇에 집중해야 할지 확실히 알고 있는 것 같다.

이: 맞다. 시각적으로 기자들이 조사하는 과정을 정직하게 보여준다. 심지어 기자들이 피해자를 만나 취재를 하는 장면들은 기자의 질문과 피해자의 응답만 보여준다. 다큐멘터리처럼 영화가 연출됐는데 사건을 다시 재구성해서 관객에게 보여준다거나 하는 것이 전혀 없다. 내러티브를 진행하는 전략이라고 할 수 있고 이 전략으로 <스포트라이트>는 다른 영화와 다른 차별점을 가질 수 있게 된다.

 
3. 신뢰를 주는 연출과 촬영

김: 맞다. 그래서 이 영화가 윤리적이라고 생각했다. <CSI>와 같은 범죄 드라마만 보더라도 희생자들이 어떻게 희생됐는지 재구성해서 보여주는 장면들이 있다. 그런 장면들은 희생자들이 얼마나 고통을 받았고 가해자들은 얼마나 잔혹한 존재들인지 보여주기 쉽다. 그리고 관객들은 그런 장면들을 통해 가해자에 대한 분노를 가질 수 있는데 이 영화는 그런 방법을 전혀 취하지 않았다. 반대로 가해자가 얼마나 잔혹한 사람인지도 묘사하지 않는다. 그러니까 가해자와 피해자로 딱 나눠 이분법적으로 영화를 끌고 가지 않는다. 심지어 이전에 제보를 받았음에도 이를 무시했던 언론 스스로에 대한 반성의 시각도 들어있다.

이: 그래서인지 영화가 끝으로 갈수록 써늘한 느낌이 든다. 조사하는 과정을 시각적으로 아주 정직하게 보여주고 조사한 내용을 말로 그대로 전달하는 것이 이 영화만의 특징이다. 만약 다른 영화들처럼 피해자들이 겪은 일을 재구성해서 보여줬다면 이 작품만의 특징이 없어지는 거다. 물론 피해자들이 겪은 일의 강도나 정도를 추측은 할 수 있게 했다. 기자들이 취재하면서 듣는 답변의 내용을 통해서 말이다.

김: 영화가 윤리적으로 촬영한다는 생각도 들었다. 피해자들을 클로즈업해서 잡지 않기 때문이다. 피해자들의 증언을 취재하는 장면에서 피해자들을 보여줄 때 그들의 얼굴만 촬영하지 않는다. 평범한 영화들은 피해자들이 증언하는 장면을 찍을 때 피해자들의 얼굴을 강조하는 클로즈업을 사용하면서 피해자들의 감정을 효과적으로 보여주고 이를 통해 관객들은 피해자들의 감정에 몰입할 수 있게 된다. 그러나 이 영화는 그렇게 하지 않는다.

이: 피해자들을 화면에 홀로 잡지도 않는다. 다른 인물의 어깨를 걸쳐서 찍는다. 물론 강조하는 지점에서는 클로즈업을 쓰기도 한다. 마이클 키튼이 연기한 월터 로빈슨과 그의 친구 짐 설리반이 통화할 때가 대표적인 예다. 편집장의 경우에도 클로즈업이 있기도 하고 기자와 변호사가 대화할 때도 클로즈업이 쓰인다. 이렇듯 이 영화의 대부분이 상황을 설명할 수 있을 정도의 촬영을 하고 있다. 카메라 움직임도 거의 없다. 기자들이 복도를 지나간다거나 하는 장면에서는 조금 역동적이지만 쇼트의 길이가 긴 편은 아니다.

김: 기자들을 촬영할 때도 다른 영화와 다르다. 기자들이 모두 모여 충격적인 사실을 알게 되는 장면이 두 번 있다. 두 번 모두 줌아웃을 이용한다. 전화기나 기자가 읽고 있는 종이에서 점점 멀어져서 인물들의 얼굴이 잘 보이지 않도록 했는데 이 또한 일반적인 영화의 촬영 기법과 다르다. 충격적인 사실을 받아드리는 기자들의 얼굴이 자세히 보이지 않으니 관객들은 기자들에게 감정을 이입하기 어려워진다. 이로 인해 관객들이 영화를 보다 이성적으로 관람할 수 있게 해준다.

 
4. 인물들의 흥미로운 상호작용

이: 흥미로운 것은 대비되는 인물들의 모습이다. 가톨릭 사제가 아이들을 성추행했다는 증거를 찾은 기자가 기사로 낼 때가 됐다고 하는데도 팀장과 편집국장은 보도를 유보한다. 사제 개개인들의 성추행을 다루는 것보다 가톨릭교회가 어떻게 조직적으로 은폐했는지 파헤치는 것이 더 중요하기 때문이다. 이를 가능하게 하는 것은 새로 부임한 편집장이다. 그는 스포트라이트 팀이 사제 개개인에 대한 기사를 작성하려 할 때 가톨릭교회의 관행과 방침에 집중하라고 말한다.

김: 편집장은 거시적인 문제에 집중하고 있고 현장기자는 미시적인 문제에 집중하고 있다. 현장기자가 미시적인 문제에 집중하는 이유는 피해자를 직접 만나는 등 현장을 마주하고 있기 때문이다. 피해자들의 상황에 더 공감하기 쉬우니까. 그런 점에서 사제들이 성추행했다는 증거를 얻은 후 바로 보도해야 한다는 그의 생각이 한편으론 이해가 된다. 하지만 보도할 가치가 더 큰 사안은 가톨릭교회가 관행과 방침에 따라 사제들의 성추행을 은폐했다는 것이다. 보다 좋은 기사를 위해 토론하며 보도날짜를 조율하는 장면을 보고 있으면 실제 기자들이 일하는 모습처럼 현실적으로 다가온다.

 
5. 일관적인 영화임을 드러낸 앤딩

이: 영화는 쏟아지는 제보전화를 받으면서 끝난다. 취재한 내용을 바탕으로 기사가 작성되고 신문에 실리는 것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제보전화를 받으면서 끝나는 것은 ‘이제부터 시작’이라는 느낌을 준다.

김: 실제로 보도가 되고 나서 스포트라이트 팀은 600여개의 관련 기사를 추가적으로 작성한다. 엔딩 장면도 좋았지만 더 좋았던 것은 영화 끝에 나오는 자막들이다. 자막을 통해 가톨릭교회 성추행이 어디서 일어났는지 그 지역을 일일이 보여주는데 전 세계적으로 사제들의 성추행이 일어나서 관객에게 또 한 번의 충격을 준다.
이: 써늘함을 느끼게 하는 엔딩인 것 같다.

김: 맞다. 무엇보다 좋았던 것은 자막에 ‘스포트라이트 팀이 이 보도를 통해 퓰리처상을 수상했다’는 내용이 없다는 거다. 실제로 스포트라이트 팀은 퓰리처상을 받았는데 감독이 이 부분을 넣지 않았다. 실화를 바탕으로 하는 일반적인 영화의 경우 영화 끝에 자막으로 주인공들이 상을 받는 내용을 넣곤 하는데 도 말이다. 다시 한 번 말하지만 이 영화는 무엇에 집중해야할지 아는 영화다. 제목과 내용, 심지어 형식까지 일치한다고 볼 수 있다. 이렇듯 가톨릭교회 사제들의 아동 성추행 스캔들 사건에만 집요하게 집중하는 영화인 것이다.


정리_ 김준수 기자 blueocean617@uos.ac.kr
사진_ 이재윤 기자 ebuuni321@uos.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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