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Mnet에서 방영한 ‘프로듀스 101’은 새로운 오디션 방식을 선보여 많은 이들의 관심을 샀다. 그 뒤를 이어 지금 방영되고 있는 프로듀스 101 시즌 2가 많은 이들의 구설수에 오르고 있다. 시즌 1부터 애시청자인 국승인 기자와 프로듀스 101을 처음 접한 서지원 기자가 이야기를 나눠봤다.

여전히 기승인 악성 편집

국승인(이하 국): 시즌 2는 시즌 1과 비교해 연습생들의 성별 말고는 다른 점이 없다. 내용의 흐름과 편집 방식도 같고 팬들의 과도한 감정 소비를 불러일으키는 모습도 여전했다. 프로그램의 편집은 다양한 방법으로 시청자들의 과도한 감정 소비를 일으켰다. 연습생이 몸이 아파서 연습에 참여하지 못하는 모습을 뺀질거리는 모습으로 보여주는 악성 편집은 팬들의 마음을 아프게 했고 안티팬들에게는 그 연습생을 욕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했다.

서지원(이하 서): 모든 것을 걸고 있었을 연습생들이 고른 방송 분량을 받지 못한다는 점이 아쉬웠다. 연습생들의 출연 분량을 프로그램 제작자가 의도적으로 조절한다는 점에서 ‘피디픽’이라는 신조어까지 생겼다. 한편 명시적으로 등급을 알려주는 비정한 방식이 팬심을 자극했다. 팬들은 연습생의 순위가 점점 떨어지거나 반대로 올라가는 것을 보며 깊게 감정이입하는 것이다. 앞서 말한 악성 편집과 이런 비정함은 살아남은 연습생들의 팬들이 한 데 뭉쳐 팬덤을 형성하게 만든다. 결국 방송사는 의도적으로 팬덤을 만들고 상업적인 도구로 사용하는 셈이다.

팬과 안티팬의 밀고 당기기

국: 연습생들을 중심으로 뭉친 팬덤들도 시즌 1과 비교해 훨씬 열광적인 모습을 보였다. 팬들은 자신의 돈을 쓰면서까지 지지하는 연습생을 홍보하는 데 힘을 썼다. 이 프로그램은 대중의 표가 연습생들의 순위를 정한다. 팬덤의 표만으로는 연습생들의 순위를 올리기 어렵기 때문에 프로그램을 가볍게 즐기는 팬들의 표도 필요하다. 이번 시즌의 열성팬들은 이런 팬들을 끌어 들이기 위해 돈을 모아 지하철 광고를 붙이기도 했다.

서: 반대로 자신이 지지하는 연습생의 순위를 올리려는 노력뿐만 아니라 경쟁자를 떨어뜨리려는 모습도 보였다. 팬덤간의 견제가 상당했고 그 정도가 심한 경우 전쟁을 보는 것 같았다. 팬들은 자신의 지지 연습생을 위협하는 연습생이 나타나면 심한 악성 댓글로 대응했다. 예로 강다니엘 연습생은 2주차에 22위를 기록했는데, 5주차에 순위가 2위로 급등했다. 그러자 해당 연습생을 경쟁자로 인식한 타 연습생 팬들의 인신공격과 성희롱이 인터넷에 넘쳐났다. 결국 강다니엘의 팬들은 악성 댓글 작성자에 대한 소송까지 준비하고 있다.

국: 팬들은 연습생의 과거 사진이나 개인정보를 캐내기도 했다. 팬들은 어느 한 연습생의 SNS를 통해 그의 여자친구의 것으로 추정되는 계정을 찾아냈고 인터넷에 해당 계정의 캡처 사진을 퍼뜨렸다. 해당 연습생은 팬들에게 모두의 남자친구로 받아들여져 일명 ‘남친롤’을 갖고 있었다. 캡처 사진이 퍼지자 연습생은 팬들의 기대에 부응하지 못하게 됐고 팬들은 큰 허탈감을 느꼈을 것이다. 하지만 이는 비윤리적인 사생활 침해이고 시즌 1에 비해 열광적으로 변한 팬덤이 만들어낸 좋지 못한 사례이다.

팬덤 문화 = 관계의 문화

서: 프로듀스 101의 팬들처럼 실제 남자 아이돌의 팬덤도 아이돌에게 특정 역할과 관계를 설정한다. 앞에서 본 것처럼 아이돌에게 남자친구의 역할을 부여할 뿐만 아니라 자신이 돌봐야 하는 아이의 역할이나 좋아하는 오빠의 역할을 부여하기도 한다. 하지만 팬덤 안의 팬들은 서로를 배척하지 않고 오히려 서로의 존재를 인정한다. 아이돌이 이들에게 있어 공공재의 성격을 띠는 것이다. 팬들은 설정한 관계에 따라 아이돌에게 마음을 주고 응원하면서 그들에게 기여한다. 아이돌은 그 답례로 성장하는 모습이나 팬들이 설정한 관계에 걸맞은 모습을 보여준다. 팬들은 이를 지친 삶의 피로회복제로 삼으며 아이돌에 대한 마음을 키워나갔을 것이다.

국: 팬들은 아이돌의 외모나 가수로서의 능력뿐만 아니라 멤버 간의 관계성도 중요하게 여기고 소비한다. 팬들이 관계성을 중요하다고 여기는 것은 그들의 팬픽을 통해 확인할 수 있다. 팬픽은 멤버들의 관계를 주요 소재로 삼는다. 예를들어 듬직한 인상의 리더가 소극적인 막내를 잘 챙겨주는 것에서 그들의 관계를 포착하는 것이다. 인기 있는 남자 아이돌과 그렇지 못한 남자 아이돌을 비교해봐도 멤버 간의 관계성이 중요하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실제로 인기가 많은 아이돌은 멤버 간의 관계성이 잘 설정돼 있는 반면 그렇지 못한 아이돌은 인기가 적은 편이다. 이미 형성된 멤버 간의 관계는 팬들이 자신을 그 중 한명에 이입해 즐거운 상상을 이어나갈 수 있게 도와주기도 한다.

네가 좋으면 나도 좋아

서: 팬들의 아이돌에 대한 사랑은 사회에 긍정적인 영향을 주기도 한다. 팬들은 결식아동들에게 쌀을 기부하거나 아이돌의 이름을 단 숲을 조성하는 등 다양한 선행을 사회에 베풀고 있다. 마찬가지로 이번 프로듀스 101에서도 고양이를 키우는 연습생의 팬덤이 고양이보호협회에 돈을 기부하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이러한 팬덤 단위의 대규모 선행은 아이돌에게 긍정적인 이미지를 심어주기 위해 팬들이 전략적으로 사용한다. 하지만 이는 자신의 아이돌이 좋아하는 것을 좋아하고, 그가 잘 되기를 바라는 순수한 마음으로도 볼 수 있지 않을까? 이 마음이 팬들의 삶에 활기를 줄 뿐만 아니라 사회에 긍정적인 영향을 주기도 하는 것이다. 팬덤 문화가 이런 긍정적인 면모를 잃지 않았으면 좋겠다.


정리_ 서지원 수습기자 sjw_101@uos.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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