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하루가 급변하는 세상이다. 여가를 즐길 놀이수단이 셀 수 없을 만큼 다양하다. 공중파 방송을 통해 세계 곳곳의 일을 알 수 있고, 인터넷으로 못 찾을 것이 없는 것처럼 여겨진다.

느긋하게 앉아서 몇 백년 전에 지어진 고전을 보고 있는 것은 왠지 시대에 뒤떨어진 행동인 것 같고 컴퓨터 화면을 통한 스크롤에 익숙해진 상태에서 빽빽하게 글씨가 박혀있는 책을 보는 것은 어색하고 지겹다. 현란하고 향락적인 문화 속에서 살고있는 지금, 책은 재미없다. 물론 아직도 도서관에서 사는 ‘책벌레’가 존재한다. 그를 찾기가 아주 드물 뿐이다.

지난 2월, 한 일간지에서 ‘국민독서실태조사’를 했다. 이에 따르면 한국인은 1인당 월평균 1.6권의 책을 읽는다고 한다. 그리고 대학생의 경우 여가시간에 책을 읽는 사람은 12.6%에 불과하다는 결과가 나왔다. 반면, 인터넷 사용을 한다는 사람은 독서를 하는 사람의 3배가 넘는 40%로 집계됐다.
학생들이 독서를 하지 않는 것이 요즘 추세이지만, 독서가 중요하고 책 속에서 만고의 진리를 얻는다는 것은 불변의 사실이다.

수업에 관련된 레포트 하나를 제출할 때 필요한 자료를 생각해보면, 수백 쪽이 넘는 책을 만들기 위해서 얼마나 방대한 양의 자료가 사용되었을지 쉽게 파악할 수 있다. 그렇게 다른 사람이 애쓰고 노력한 결과물을 우리가 단 한 권의 책으로 얻을 수 있다는 것은 사실 큰 행운이며 책의 저자에게 감사해야할 일이다. 데카르트는 “좋은 책을 읽는 것은 과거의 가장 뛰어난 사람들과 대화를 나누는 것과 같다”라고 말했다.

현대 사람들은 감성이 메말라 있다. 최신 유행하는 드라마를 보며, 흥행에 성공한 영화를 보며 우는 사람들은 있지만, 정작 전쟁으로 인해 죽어가는 사람들을 보거나 탄압받는 소수민족을 보아도 아무런 감정의 변화를 느끼지 못하는 사람이 대다수다. 무엇이 아픈 일이고 무엇이 정당한 일인지 모른다. 책은 이런 우리의 마음을 따뜻하게 채워주고 바른 것에 대한 눈을 띄워준다.

무엇보다 대학에 와서 공부를 하고 지식을 쌓기 위해 노력하는 대학생들에게 독서는 절실하게 필요하다. 언제까지나 강의 내용을 필기하고 학점을 잘 받기 위해서만 공부할 수는 없다. 배워야하는 것이나 배우고 싶은 것 모두를 강의가 해결해 줄 수는 없다. 관심 분야를 더 찾아보고 깊이 있게 다루는 ‘내 공부’를 해야 하는 것이다. 많은 것을 배우고 참고하는 데는 독서만큼 좋은 것이 없다.

가을이다. 예쁘게 물든 캠퍼스, 자연은 선선한 기온과 맑고 푸른 하늘을 우리에게 선물했다. 처음부터 어렵고 딱딱한 책을 읽으려고 애쓰지 않아도 된다. 시집도 좋고 가벼운 에세이도 좋다. 두께가 너무 두꺼워 그동안 읽으려고 시도만 했던 책도 상관없다. 컴퓨터 앞에 앉기 전에 책을 읽자. 기대했던 것보다 훨씬 많은 것을 얻을 수 있는 시간이 될 것이라 확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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