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는 ‘그동안 시민 발길이 닿을 수 없었던 곳들을 새로 개방하거나 도시재생을 통해 새 가치를 불어놓은 곳들’이라며 20개의 시민공간을 선정해 ‘잘 생겼다! 서울20’이라고 이름을 붙였다. 영국대사관 때문에 막혀있었던 구간이 새로 개방된 ‘덕수궁 돌담길’부터 중구에 있는 ‘서울로7017’까지. 서울시민은 물론 관광객까지 흥미롭게 즐길 수 있는 공간들이다. 허나 당장 가고 싶은 장소라고 할지라도 어떻게 갈지가 고민되기 마련. 다행히도 서울시에는 ‘누구나, 언제나, 어디서나 쉽고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는 무인대여 시스템’인 ‘서울자전거 따릉이’가 있다. 서울시립대신문 기자들이 ‘서울20 따릉이 투어’를 해봤다. 기자들의 코스를 따라 연휴에 찾아가보는 건 어떨까.
-편집자주-

 

떠나기 전, 사전 준비는 필수
단 몇 시간짜리 나들이지만 사전 준비는 필요하다. 우선 서울시가 선정한 20곳을 모두 갈 수 없기에 코스를 정해야했다. 20곳 중 자전거도로가 비교적 잘 정비된 곳과 방문할 수 있는 곳이 많은 곳을 우선적으로 선별하여 코스를 정했다. 그렇게 종로 일대를 시작점으로 마포대교를 건너면서 끝이 나는 코스를 만들었다. 

‘서울자전거 따릉이’ 홈페이지에서 회원가입 후 평소에 쓰는 교통카드를 등록하면 보다 쉽게 이용할 수 있다. 정기권부터 일일권 등 다양한 이용권이 있으니 꾸준히 따릉이를 이용할 사람이라면 6개월 이용권 등의 정기권을 저렴하게 구매해보자. 따릉이는 1시간마다 대여소를 들려 시간을 연장해야 하고 대여시간을 넘기면 30분마다 1000원의 추가요금을 내야한다. 여유롭게 타고 싶은 사람이라면 2시간마다 대여시간을 연장할 수 있는 프리미엄권을 구매하면 된다.

따릉이 홈페이지에서는 어느 대여소에 몇 대의 따릉이가 있는지도 확인 가능하다. 미리 살펴본 후 대여하는 게 헛걸음을 줄일 수 있는 방법일 것이다. 출발 장소로 정한 대여소에 도착하기 전 확인해보니 대여할 수 있는 따릉이가 많았다. 이제 본격적으로 따릉이를 타기만 하면 됐다.

▲ 서울로7017을 걷고 있는 기자들(위)
▲ 긴 오르막길을 올라 도착한 서울창업허브(아래)
떠나자, ‘세운상가’부터 ‘서울로7017’까지

출발 장소인 종로3가 15번 출구 앞 대여소는 오가는 사람이 없어 한산했다. 전날 등록한 교통카드로 따릉이를 쉽게 대여했다. 대여하자마자 문자 한 통이 날아왔다. 따릉이를 대여한 장소, 추가요금 및 반납 방법 등을 안내하는 내용이었다. 혹시나 놓친 내용은 없는지 꼼꼼히 읽어본 후 따릉이에 몸을 실었다. 어린 시절 자전거를 타다 사고를 당했던 이후로 단 한 번도 자전거에 몸을 맡긴 적이 없었다. 혹시나 몸이 따릉이를 거부하면 어쩌나 싶었지만 오전의 선선한 공기와 난생 처음 자전거를 탄 것과 같은 신선한 기분, 그리고 한산한 거리는 따릉이를 탈 수밖에 없는 조건이었다. 이날 투어에는 자전거로 등·하교를 하는 ‘자칭’ 자전거 전문가인 동료 기자들이 자전거 초심자인 나와 함께 했다.

첫 번째 체크포인트는 세운상가. 오랜만에 타는 자전거라 중심 잡는 데 온 신경을 집중해야 해서 풍경이 눈에 잘 들어오지 않았다. 더 큰 문제는 따로 있었다. 세운상가에서 광화문으로 가는 길에 자전거도로가 따로 없어 자동차를 길동무로 삼아야 했다는 것이다. 옆을 지나가는 경찰차가 “하위 차선으로 타세요! 그게 안전합니다!”라고 외쳤다. 청계천로는 이차선 좁은 길 한쪽에 차가 주차돼있었다. 그나마 다행이었던 것은 주말이었기 때문에 차도가 청계전 보행전용거리로 운영되고 있었다는 점이다. 걱정 없이 광화문역 5번 출구까지 즐겁게 달렸다.

광화문 거리는 ‘서울거리예술축제’ 준비가 한창이었다. 거리는 통제된 상태에서 천막이 쳐져있었고 공연팀들이 분장 중이었다. 광화문역 5번 출구에서 거리를 서쪽으로 가로질러 두 번째 체크포인트인 돈의문박물관마을로 향했다. 가는 길이 주로 언덕길이어서 서울역사박물관에서 잠시 휴식을 취했다. 달린지 얼마 되지 않았음에도 헉헉거리는 내 자신이 미웠다. 함께 달리는 동료들이 주는 따가운 눈총에 시달리며 다시 발에 힘을 주고 페달을 밟으니 돈의문박물관마을이 등장했다. 돈의문박물관마을에서는 서울건축비엔날레가 한창이었다. 이른 시간이었지만 부지런히 엄마 손을 붙잡고 온 어린 관람객부터 다양한 사람이 구경을 하고 있었다.

돈의문박물관마을에서 방향을 틀어 남쪽으로 가면 내리막길이 나온다. 자전거도로는 따로 없어서 아슬아슬했지만 오르막길이 아니어서 편했다. 이화여자고등학교를 오른편에 두고 쭉 내려오다 보면 왼편에는 덕수궁이, 앞에는 서울시립미술관이 보이기 시작한다. 덕수궁길을 빠져나와 세종대로에서 남쪽으로, 남대문을 향해 달렸다. 남대문을 향하는 길은 그리 편치 않았다. 서울광장에서부터 남대문까지 자전거도로라는 ‘믿음’아래 자동차와 찻길을 나란히 달려야하기 때문이다. 불안한 마음에 “아니 어떻게 자전거 하나 맘 놓고 달릴 수 있는 곳이 없어. 말만 자전거 우선 도로야”라고 중얼거리니 동료 하나가 “그게 행정과 현실의 차이”라고 냉정하게 말했다.

어린 애가 잔인한 현실을 깨닫는 기분이란 이런 것일까. 이렇게 불안하게 자전거를 타야만 하나 생각하니 눈물이 앞을 가렸다. 배는 고프고 체력은 달리니 페달을 밟는 허벅지가 굳기 시작했다. 서둘러 남대문시장에 도착해 따릉이를 세워두고 점심을 먹었다. 대여시간을 연장해야하는 때가 다가오다 보니 마음이 급해졌고 서둘러 서울역 5번 출구 쪽에 있는 대여소로 향했다.

그러나 약속된 시간은 이미 늦어있었다. 2시간이면 충분히 대여시간을 맞출 수 있을 줄 알았는데 생각보다 내 체력과 신체조건은 ‘구렸다’. 찻길을 하도 긴장하면서 달리다 보니 따릉이 핸들을 너무 꽉 잡아 엄지손가락이 까져 다치기도 했다. 다음 장소로 이동하기 위해서는 서울로7017을 이용해 이동해야하기 때문에 따릉이를 반납하고 건너편에서 다시 대여하기로 했다.

▲ 주차된 차들 때문에 따릉이를 타기가 불편했던 청계로(위)
▲ 자전거 전용 횡단로를 건너는 두 기자의 모습이 차들로 불편해보인다.(아래)
떠나자, ‘서울로7017’부터 ‘한강공원’까지

서울역 5번 출구 바로 앞이 서울로7017이었다. 서울역을 가로질러 서울역서부교차로2 대여소에 도착 후 따릉이를 대여했다. 그러나 먼저 지각비를 내야했다. 따릉이 홈페이지에서 지각비를 내는 수단을 등록할 수 있다. ‘추가과금수단 등록’이라는 메뉴에서 휴대폰과 신용카드 두 가지 중 하나를 선택해 등록하면 된다. 등록을 하게 되면 지각비가 등록된 결제수단으로 자동결제된다. 추가과금 결제 메뉴에서 따로 지각비를 결제할 수도 있다.

대여소에 6분을 늦게 도착한 나는 지각비 1000원을 내야 했다. 추가과금수단을 미리 등록하지 못해 뒤늦게 그 자리에서 등록했지만 지각비는 자동으로 빠져나가지 않았다. 결국 고객센터에 문의한 결과 ‘지각 후 결제수단을 등록하게 되면 자동으로 빠져나가지 않을 수 있으니 홈페이지에 있는 추가과금 결제 메뉴를 통해 해결하라’는 답변을 받았다. 그렇게 지각비 문제를 해결한 다음 서울창업허브를 향해 페달을 밟았다.

대여소에서 남서쪽으로 이동해 언덕을 넘어 내려오면 공덕역에 도착한다. 공덕역 5번 출구에서 북서쪽으로 이동하다 보면 서울창업허브로 올라가는 골목길이 나타난다. 지난 6월에 문을 연 서울창업허브는 창업기업이 사무실로 쓰는 공간은 물론 미래에 창업을 준비하는 젊은 기업가들을 위한 ‘Co-Working’ 공간도 마련돼 있다. 일요일 오후였음에도 7개 정도의 팀이 열띤 토론을 보이는 등 창업 준비에 힘을 쓰고 있었다.

서울창업허브를 구경한 후 잠시 휴식을 취한 뒤 마포대교로 향했다. 마지막 체크포인트인 여의도 지하비밀벙커로 가기 위해서였다. 마포대교로 향하는 길도 그동안 지나온 곳처럼 자전거도로는 없고 인도나 찻길을 이용해야했다. 

마포대교를 거쳐 여의도 지하비밀벙커로 향하는 길은 나들이의 백미였다. 자전거길이 너무 잘 돼있었냐고? 아니. 자전거도로가 있지만 차들이 주차돼 있어 길을 다 가로막았다. 어쩔 수 없이 찻길을 이용해야 했는데 언제 치일지 몰라 너무 두려웠다. 힘겹게 방문한 여의도 지하비밀벙커는 서울시립미술관에서 전시회장으로 활용되고 있다. 이름은 세마(SeMA) 벙커. 다양한 전시회가 진행되고 있으니 한 번쯤 방문해도 좋을 것 같다. 근처 대여소인 신한금융투자후문 앞에서 대여시간을 연장했다. 이번에는 지각을 하지 않았다. 몇 시간 달리는 동안 체력이 늘었나 싶어 내심 흐뭇했다.

이왕 다리를 건넌 김에 근처 한강공원을 마지막 장소로 결정했다. 자동차가 자리 잡고 있는 자전거도로를 달려 한강공원에 도착했다. 한강공원은 많은 사람들로 북적였다. 대부분 사람들이 자전거를 대여하고 있었고 자기 소유의 자전거를 끌고 온 사람 역시 많았다. 물빛광장에서 물에 발을 담그며 잠시 휴식을 취한 후 한강공원을 달려 당산역 쪽으로 향했다. 자전거도로가 잘 갖춰진 한강공원이었지만 너무나 많은 사람들이 타고 있어 자전거로 출·퇴근하는 베트남의 모습이 이렇지 않을까 생각이 들었다.

양화대교까지 달린 끝에 자전거를 끌고 다리를 올라 한강을 빠져나온 후 당산역 10번출구 앞 대여소에서 나들이가 종료됐다. 대여소에서 따릉이를 붙잡은 채 ‘무엇을 위해 그토록 힘겹게 달렸나’ 생각했지만 옆에서 들려오는 동료들의 “수고했다”는 말이 내 대답을 대신해준 것 같다. 자전거로 국토종주를 한 것은 아니지만 초심자에게 있어 서울시 나들이는 국토종주보다 더 긴장되는 일이었다. 자전거도로가 보다 좋아지면 다시 한 번 시도해보고싶다. 그 전에는 솔직히 무리다.


글_ 김준수 기자 blueocean617@uos.ac.kr
사진·삽화_ 서지원 기자 sjw_101@uos.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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