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임의 변

 
서울시립대신문 제60대 편집국장 서지원

살다보면 우연찮은 일이 참 많습니다. 날씨가 추워 따뜻한 국밥이 먹고 싶었는데 마침 학식에서 설렁탕이 나올 때처럼 말입니다. 그런데 잠깐, 우연찮다는 말은 참 재밌습니다. 분명 우연하다의 부정인 것 같은데 같은 뜻을 가진 듯합니다. 국립국어원은 우연하다와 우연찮다는 서로 바꿔 쓸 수 있다고 합니다. 부정형이 긍정형과 같은 의미를 갖는 예라고 합니다.

한번 상상의 나래를 펼쳐봅니다. 우연찮다는 우연이 아닌, 필연과 같은 의미였을지도 모릅니다. 그런데 왜 필연을 뜻하는 우연찮다가 우연을 뜻하게 됐을까요. ‘우연이 아닌 일’이 겉보기에 ‘우연해 보이는 경우’가 많아서 둘을 구분하기 어렵기 때문은 아니었을까요?

예를 들어봅시다. 우리 주변에서는, 대학에서만 하더라도 참 많은 사건 사고들이 일어나고 우리는 대부분을 우연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실상은 우연치 않았던 일들이, 사실은 서로 얽혀있었고 같은 뿌리를 가졌던 일들이 우연을 가장한 채 숨어있진 않았을까요. 만약 그렇다면 이를 드러내야하는 의무는 누구에게 있을까요. 적어도 여기에 대학기자가 빠지진 않는다고 생각합니다. 한 명의 기자로서 이를 하나하나 드러내고 싶습니다.

어쨌거나 우연찮다는 말과 우연하다는 이제 같은 뜻이라고 합니다. 독자 여러분께 하나 고백할게 있다면, 글쓰기가 한낱 취미였던 전 우연찮게 편집장이 됐습니다. 그래서 아직 여러모로 미숙할지 모릅니다. 하지만 한 명의 기자로서 항상 눈을 크게 뜨고 여러분께 귀기울이며, 또 들은 바를 잊지 않고자 합니다. 그렇게 저희가 좋은 글을 쓰고 여러분들도 서울시립대신문을 믿게 된다면, 분명 더 좋은 대학이 우리를 기다리고 있지 않을까요. 이번에는 결코 우연치 않게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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