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중앙도서관에 버려진 신문 한 짝을 봤다. 책상 위에 고이 접혀 나뒹구는 우리 신문을 보면서 나는 기분이 좋아졌다. 누군가가 내 기사를 읽었을 수도 있다는 뜻이니까, 그래서 내 글을 읽고 어떤 생각이 들었을 수도 있으니까.

수습기자에서 보도부장이 되는 과정 속에 우리 신문사엔 많은 변화가 있었다. 논란을 겪었고 사람들은 떠났다. 그러다보니 쓸 기사가 많아지고 취재양도 늘어났다. 난 나름 열심히 했다고 생각해도 그렇게 나온 결과물은 좋은 수준의 기사와는 거리가 멀었다. 여러 기사를 쓰다 보니 내게 소외받는 기사도 생겼다. 그런 기사는 심히 읽기가 불편하다. 정말 노력안하고 쓴 기사를 싣는다는 생각에 죄책감도 느꼈다.

내가 보기에도 정말 잘 썼다고 보기 어려운 글들을 싣는데도, 여전히 봐주고 관심을 가져주는 사람들이 있다는 건 고마운 일이다. 언론의 가장 기본적 목적은 사람들에게 정보를 알리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기사는 독자가 있을 때 비로소 의미를 갖는다. 신문사에 제보가 들어오거나, 약간이라도 관심을 가져주는 모습을 볼 때마다 나는 괜시리 기분이 좋아진다. 내가 하는 일이 무의미하지는 않다는 뜻이니까.

요즘 나는 기사에 대한 걱정과 고민이 부쩍 줄었다. 나도 모르게 글을 읽는 사람이 있을까하는 회의에 빠졌다. 그러다 우리 신문사로 접수되는 입사지원서를 읽었다. 그리고 내가 처음 신문사에 지원한 이유를 떠올렸다. 나는 아직 알려지지 않은 사건을 수면 위로 떠올리는데 대한 막연한 기대감이 있었다. 아마 많은 신입들도 내가 했던 것과 같은 생각을 하고 있을 것이다. 그들을 위해서라도 나의 책임을 다하는 모습을 보여야겠다.
 

저작권자 © 서울시립대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