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부터 우리대학 학생자치 기구에는 ‘인사이동’ 측면에서 큰 변화가 있었다. 지난 12월, 전총학생회 회장, 부회장이 불미스런 사건으로 사퇴하기도 마찬가지로 12월, 새롭게 발족된 학생인권위원회는 3개월만에 1차, 2차를 거쳐 위원장이 바뀌기도 했다. 뿐만 아니라 지난해 총학생회 선거가 투표율 부족으로 무산되면서 총학생회 직무대행이 발족되기도 했다.

이에 많은 학생들은 학생자치 기구를 믿지 못하겠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이들은 나름대로 정당한 근거를 갖고 있다. 학생자치 기구가 건전한 자치의 모습을 보이지 않았다는 것이다. 지난해, 학생 전체를 대표하는 총학생회에서는 내부적으로도 인권침해 문제가 있었다. 학생들의 인권을 보호하기 위해 신설된 학생인권위원회는 ‘피해자의 인권이 아니라 가해자의 인권을 보호하는 기구가 아니냐’는 조롱을 들을 정도로 미흡한 조사결과를 보였다. 또 지난 총학생회 선거에서 한 선본은 누가봐도 고개를 갸우뚱거릴만한 선거 원칙 위반을 보이기도 했다.

하지만 이 모습들이 해당 자치기구가 아닌, 앞으로의 자치기구마저 불신할 정당한 근거가 될 수 있을지는 모르겠다. 문제점을 보인 자치기구장들은 충분한 책임을 졌든 그렇지 않든 어쨌거나 자리를 떠났다. 그리고 그 자리는 학생들을 위해 일하고 싶어 하는 새로운 사람들이 메꿨다. 이들에 대한 ‘저번에도 부족했으니 이번에도 마찬가지겠지’라는 식의 차가운 태도나 조롱이 새로운 이들에게 경각심을 불러일으키기는 할 것이다. 차가운 태도와 조롱이 계속해서 쌓이면 결국 새롭게 직무를 수행하는 사람들에게 무거운 짐이 된다. 과도하게 쌓인 짐은 새로운 이들의 의지를 무너뜨리는 등 직무 수행을 방해할 뿐이다. 이렇게 망가진 학생자치는 결국 대학사회를 목조르게 된다.

무작정 과거를 잊어야한다는 말이 아니다. 오히려 지나간 이들이 과거에 보였던 과오를 새로운 이들이 보여주진 않는지 계속해서 지켜봐야한다. 여기서 하나둘 미흡한 부분이 발견될 수 있다. 하지만 이들에게 필요한건 조롱이 아닌 지속적인 관심과 건전한 비판이다. 건전한 비판을 통해서도 문제가 시정되지 않으면 그때서야 비난의 목소리를 내도 결코 늦지 않다. 학생자치 기구가 보여주는 문제점에 대해 비판을 넘어 조롱하는 이는, 이미 충분히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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