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 정치론’ 수업에서 주인 대리인 문제(principal-agent problem)를 배웠다. 주인과 대리인의 관계는 주인이 대리인에게 자신의 이익과 관련된 행위를 해줄 것을 요청함으로써 시작된다. 계약을 맺음으로써 대리인은 주인의 이익을 위해 자신의 재량을 발휘해 일해야 한다. 그러나 대리인이 주인의 이익보다 자신의 이익을 추구할 때가 있다. 주인과 대리인의 관계가 전도될 때 주인 대리인 문제가 발생한다.

주인 대리인 문제는 관료의 행위에서 흔히 찾아볼 수 있다. 우리는 정치·행정을 관료에게 맡기고 댓가를 지불한다. 관료는 우리, 즉 전체의 이익을 위해 행동해야한다. 그러나 관료가 위임받은 권력을 자신의 이해관계를 위해 사용하는 경우가 흔히 발생한다.

주인 대리인 문제를 배운 후 기사를 쓰며 이론이 많은 부분에 적용된다는 것을 발견했다. 공공공간 기사를 준비하며 도시기획가가 공공공간을 형성한 많은 예를 조사했다. 도시를 기획할 때는 그 공간에 사는 사람들이 필요로 하는 공간을 조사하고, 함께 만들어가는 과정이 중요하다. 그러나 많은 경우 도시 기획의 주체인 관료들은 주민의 의견에 귀를 기울이는 과정을 제대로 거치지 않는다.

인권위 관련 기사에서, 인권위에 대한 논란이 발생한 가장 큰 이유는 권한과 업무를 명확히 지정하지 않고 위원회를 구성했기 때문이다. 발생한 사건에 대한 조사 미흡 역시 문제였다. 이를 통해 인권위는 학우들의 대리인으로서 인권 보장이라는 학우들의 이익을 실현하지 못했다. 누군가에게 권한을 받은 사람은 다수를 위해 일해야 한다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한다.


안효진 학술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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