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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실에 대처하는 우리들의 자세
김세훈 수습기자  |  shkim7@uos.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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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8.05.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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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깥은 여름>이라는 제목이 무색하게 단편소설에 나오는 중심인물들의 내면은 한 겨울의 풍경처럼 삭막하기만 하다. 소설 속의 인물들은 아이를 잃고, 오래된 연인과 헤어지고, 부모를 여의는 등 저마다의 겨울을 지나고 있다. 한 가지 당황스러운 점은 그들의 겨울이 언제 끝나는지 알 수 없다는 점이다. 소설 속 인물들은 상실을 딛고 일어나려고 부단히 노력하지만 조금씩 나아진다는 생각이 들 때쯤 다시 엎어지고 만다. 따라서 처음에 어려운 상황에 처해 있더라도 결국에는 역경을 극복하고 행복한 결말을 맞는 이야기에 익숙한 독자라면 ‘비틀거리고 허우적대다’ 끝나버리는 소설들 사이에서 적잖은 찝찝함을 느끼게 될 것이다.

그렇다면 왜 소설에 등장하는 이들은 쉽사리 상실의 아픔을 떨쳐내지 못할까. 이는 소설의 문구를 빌려 설명하면 “살면서 나를 지나간 사람, 내가 경험한 시간, 감내한 감정들이 지금 내 눈빛에 관여하고, 인상에 참여”하기 때문일 것이다. 우리는 흔히 시간이 지나면 과거의 기억들은 희미해져 사라질 것이라고 믿는다. 그러나 어떤 기억은 사라지지 않고 한 사람의 내면에 깊숙이 박혀있다 예고도 없이 불쑥 튀어나오고는 한다. 책의 첫 단편 「입동」에서 사고로 아이를 잃은 엄마가 집에서 벽지를 새로 바르다가 벽에 적힌 죽은 아이의 낙서를 발견하고 울음을 터트리는 장면은 이러한 ‘기억의 유기성’을 잘 보여준다.

「건너편」에서는 여러 번 시험에서 낙방한 뒤 쫓기듯 변변찮은 직장에 입사하고도 여전히 시험에 대한 미련을 떨쳐내지 못하는 남자가 등장한다. 시험을 준비하는 일은 그에게 단순히 ‘지나간 일’로 정리 될 수 없다. 현실에 적응하지 못하고 자꾸 과거로 회귀하려고 하는 그의 모습에서는 애처로움이 묻어 나온다. 이런 인물들 앞에서 ‘시간이 약이다’라는 조언은 무상하게 느껴진다. 이들에게 있어 시간은 무심히 흘러만 갈 뿐 상처를 치유해주거나 문제를 해결해주는 수단이 되지 못하기 때문이다.

비단 소설 속 인물들 뿐 아니라 우리들 역시 종종 잊고 싶은 기억과 마주 할 때가 있다. 떠올리고 싶지 않은 기억 앞에서 시간이 별다른 효력을 발휘하지 못할 때, 우리는 어떻게 해야 할까. 책의 마지막 단편 「어디로 가고 싶으신가요」는 이에 대한 실마리를 던져주는 듯하다. 남편을 잃은 아내는 사별의 슬픔에 젖어있다. 그녀는 남편이 왜 계곡에 빠진 제자를 구하기 위해 자신의 목숨을 내던져야 했는지 이해하지 못한다. 홀로 남겨질 자신을 생각했더라면 그런 행동을 하지는 않았을 것이라며 죽은 남편을 원망한다. 그러던 와중 그녀는 남편이 구하려다 죽은 아이의 누나에게서 편지를 받게 된다. 자신과 똑같이 ‘남겨진 자’인 아이의 누나와 소통하면서 그녀는 그 순간의 남편의 행동을 점차 이해하기 시작한다. “그날, 그 시간, 그곳에선 ‘삶’이 ‘죽음’에게 뛰어든 게 아니라 ‘삶’이 ‘삶’에게 뛰어든 것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라는 문장 속에서 그녀의 인식이 변화했음을 알 수 있다.

상실을 마치 ‘없던 일’처럼 덮어두고 시간이 해결해주기를 기다리는 것은 상실에 대처하는 적절한 방법이 아닐지도 모른다. 소설에서 보여주듯, 상실의 아픔을 다른 이와 공유하고 거기에서 새로운 의미를 찾아내는 것이 우리가 상실에 대응하는 가장 좋은 방법이 아닐까.


김세훈 수습기자 shkim7@uos.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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