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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체언어, 표현과 내면의 열쇠
안효진 기자  |  nagil3000@uos.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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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8.06.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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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교시 수업에 늦은 대학생 A씨는 정문으로 바삐 걷는다. 전단지를 나눠주는 사람이 A씨를 보며 다가왔지만 A씨가 얼굴을 찡그리며 시선을 피하자 다가오기를 멈춘다. A씨는 강의실에서 멀리 떨어진 자리에 앉아 있는 친구와 눈이 마주친다. 소리를 내 인사하기에는 너무 먼 거리이기 때문에 A씨는 반가움에 손을 흔들며 무의식적으로 눈썹을 올리는 표정을 짓는다. 오늘 과제 발표를 해야 하는 A씨는 수업이 시작되자 발표 내용을 속으로 떠올리며 눈을 위쪽으로 치켜뜬다. 발표순서가 점점 다가오자 긴장한 A씨는 굳은 표정으로 두 손을 모아 단단히 깍지를 끼는 자세를 취한다.

   
 
사회적 삶 : 상징의 세계

우리 생활은 온갖 상징으로 가득 차있다. 학교에 와서 수업을 듣는 A씨의 평범한 일상 속에는 자신이 알아차리지 못하는 사이에 무수히 많은 상징이 존재하고 있었다. 상징적 상호작용론을 창시한 미국의 사회심리학자 조지 허버트 미드(George Herbert Mead)는 인간을 ‘상징을 통해 의미를 주고받는 존재’로 봤다. 미드에 의하면 인간은 상징을 사용함으로써 비로소 자신과 외부에 대한 의미를 획득하고 구성원 간에 이를 공유할 수 있다. 이를 통해 인간은 사회적으로 존재하게 된다.

여기서 추상적인 것을 구체적으로 나타냄을 의미하는 ‘상징’에는 대표적으로 언어가 있다. 우리는 주로 음성, 문자 언어를 떠올리지만, A씨의 일상에서 알 수 있듯 우리는 의식적·무의식적 몸짓으로 언어를 표현하기도 한다.

   
 
다채로운 상징, 신체언어

이러한 신체 언어는 상징을 통해 상호작용 하는 데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한다. 하인드(Hinde, 1972)와 마이어스(Myers, 1988)는 몸짓과 같은 언어가 메시지를 놓치는 경우 상대방이 의미를 이해할 수 있는 결정적 단서로서 기능한다고 말했다. 신체 언어는 음성, 문자 언어와 같이 사회문화적으로 정형화된 틀이 있다. 동시에 신체 언어는 음성, 문자 언어와 비교해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왜곡 없이 나타나거나 통제가 힘든 경우가 있다는 특징도 있다. 이와 같이 신체 언어는 음성, 문자 언어를 해석하는 데 핵심적인 역할을 할 뿐 아니라 다른 언어보다 표현에 있어 더 넓은 스펙트럼을 갖는다.

신체 언어에는 우리가 일상에서 당연하게 사용하는 많은 것들이 포함된다. 몸짓, 자세, 표정, 시선, 접촉 등은 음성이나 문자 언어와 구별되는 신체 언어들이다. 인간의 몸은 개체의 생물학적 의미를 넘어 사회·역사·공동체적 상황을 포함한다. 몸에서 나오는 몸짓은 이러한 사회적 특성을 반영한다. 선거에 출마한 후보자는 자신의 의견을 어필하기 위한 제스처를 취하고, 독일의 히틀러는 특유의 몸짓과 제스처로 독일을 카리스마 있게 지배했다.

대표적인 몸짓으로서 제스처는 본능적인 것, 상징적인 것, 설명적인 것으로 나눌 수 있다. 데즈먼드 모리스 (Desmond J. Morris)는 세계 어느 나라 사람이나 인사할 때, 우호적임을 표현하기 위해 눈썹을 올린다고 말했다. 이와 같이 무의식적으로 사용하는 본능적 제스처가 있는가 하면 엄지와 검지로 동그라미를 표시해 돈을 표현하는 것과 같은 상징적인 제스처도 있다. 설명적인 제스처는 상대방을 격려하며 어깨를 가볍게 치는 것과 같이 음성 언어를 강조하는 제스처를 말한다.

응시행위의 경우에도 다양한 기능을 갖는다. 응시는 커뮤니케이션의 욕구 유무에 따라 눈을 마주치는 커뮤니케이션 흐름 조절의 기능을 갖는다. 피드백 모니터링은 상대방의 응시를 통해 반응을 살필 때 나타난다. 이외에도 응시는 눈의 움직임을 통한 감정표현, 지위에 따른 응시 차이를 통한 관계정립의 역할을 하기도 한다.

내면을 결정짓는 신체언어

이와 같이 신체 언어는 자신을 표현하는 중요한 언어 수단이다. 타인은 내가 보내는 신체 언어 표현을 보고 나에게 어떻게 행동해야 할지를 결정할 수 있다. 한편 신체 언어는 타인 뿐 아니라 나 자신의 행동을 결정하기도 한다. 우리의 생각, 감정, 인체 생리가 신체의 움직임에 의해 영향을 받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우리는 권력을 가졌거나, 사람들 앞에 당당할 경우 가슴을 쭉 편 자세를 취한다. 이는 동물의 세계에서 모두 통용되는 신체 언어로 주로 세력을 확장하는 데 쓰인다. 몸을 쭉 늘여 공간을 차지하고, 자신을 크게 보이도록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우리는 힘을 가졌다고 느꼈을 때 몸을 쭉 펴는 자세를 취하지만, 이 자세를 취함으로써 힘을 가졌다고 느낄 수도 있다. 즉, 우리의 몸이 마음을 바꿀 수 있다는 것이다.

버클리대학의 연구원 에이미 커디는 MBA 학생들을 대상으로 한 수업에서 이러한 신체언어의 기능을 생각했다. 아침에 교실에 들어오며 교실의 한가운데로 가 몸을 쭉 뻗어 앉는 학생, 몸을 웅크리듯 들어와 교실 구석에 앉는 학생 등 그들의 신체언어는 다양했다. 특이한 사실은 이것이 성별과도 관계가 있다는 것이다. 상대적으로 힘이 덜 센 것으로 여겨지는 여성들은 소극적이라고 여겨지는 신체 언어를 표현했다. 이러한 신체언어는 그들의 수업 참여도와 성적에까지 영향을 미쳤다. 입학할 때 똑같은 자질을 가졌던 학생들이 성별에 따라 차이를 보이게 되는 것이다. 에이미 커디는 이에 대해 신체언어를 의도적으로 변화시켜 수업 참여도를 높일 방법을 생각하게 됐다.

이어서 버클리대학의 사회심리학 연구원들은 간단한 실험을 통해 신체언어의 기능을 확인했다. 연구원들은 실험자들이 힘 센 사람처럼, 혹은 힘 없는 사람처럼 행동하도록 했다. 양 팔을 허리에 올려놓는 ‘원더 우먼’ 자세부터 팔을 꼬고 몸을 최대한 작게 구부린 자세까지 다양한 자세들이 단 2분 동안만 행해졌다. 이후에 연구원들은 실험 전후 채취된 실험자들의 타액을 통해 호르몬을 분석했다. 그런 뒤 실험자들에게 도박에 참여하도록 제안했다.

실험 결과 힘 센 사람의 자세를 취한 실험자가 힘 없는 사람의 자세를 취한 실험자보다 도박에 더 많이 참여한 사실이 밝혀졌다. 도박을 위험에 대응하는 행위로 봤을 때, 힘 센 사람의 자세를 취한 사람은 위험을 더욱 적극적으로 감수하는 성향을 보인 것이다. 호르몬에 대해서는 지배적인 작용을 하는 테스토스테론과 스트레스 상황에서 분비되는 코티졸을 분석했다. 보통 여성과 비교해 힘이 있는 남성이나 효율적인 지도자는 많은 테스토스테론과 적은 코티졸을 갖고 있다. 힘이나 권력이 있는 사람은 지배적이면서도 스트레스에 덜 민감한 특성을 갖는다는 것이다. 실험 결과 힘 센 사람의 자세를 취한 사람이 실제 힘 있는 사람의 호르몬 특성을 갖게 된다는 것이 밝혀졌다. 즉, 단순히 신체언어를 취하는 것만으로 우리의 실제 내면을 바꿀 수 있다.

의도했든 의도하지 않았든 신문을 읽고 있는 지금 이 순간까지도 신체언어는 끊임없이 사용되고 있다. 신체언어는 자신을 다양한 방식으로 표현하면서도 스스로의 내면을 결정짓는다. 무궁무진한 기능을 가진 신체언어를 분석해 효과적으로 사용함으로써 나의 외면과 내면을 결정짓는 열쇠를 가질 수 있을 것이다.


안효진 기자 nagil3000@uos.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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