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부 대학중점연구소 사업에 선정되다

<자연과학연구소 계산과학연구센터장 박인규 물리학과 교수 인터뷰>

▲ 자연과학연구소 계산과학연구센터장 박인규 물리학과 교수
‘과학’ 연구소라 하면 무엇이 떠오르는가? 인적이 드문 곳에 촘촘히 모여있는 클러스터형 연구소. 그 속에는 아마 흰색 가운을 입은 연구원들이 있을 것이다. 각종 이론을 바탕으로 수식을 판서하는 연구원도 투명한 비커에 실험 물질을 넣고 복잡한 장비를 구동하는 연구원도 있을 것이다. 우리가 쉽게 상상할 수 있는 과학 연구소는 이러한 모습이다. 하지만 우리대학 자연과학연구소에서는 이보다 컴퓨터 모니터에 띄워진 컴퓨터 코드·데이터를 시각화한 그래프를 더 쉽게 찾아볼 수 있다고 한다. 우리대학 자연과학연구소는 ‘머신러닝을 접목한 거대계산과학’을 주제로, 최근 교육부가 주관하는 대학중점연구소 사업에 선정됐다. 이에 따라 해당 연구소는 10년간 50여억원의 연구기금을 지원받게 됐다. <서울시립대신문>에서는 자연과학연구소의 계산과학연구센터장으로 보직하고 있는 물리학과 박인규 교수를 만나 이야기를 나눠봤다.

 
우리대학 자연과학연구소는 2006년, 문리대학이었던 인문대학과 자연과학대학이 분리되면서 설립됐으며 계산과학연구센터, 수리과학 및 통계학연구센터, 도시환경식물연구센터, 성인질환연구센터의 4개 연구센터로 구성돼 있다. 우리대학 자연과학연구소는 대학중점연구소로 선정되기까지 설립 당시부터 많은 노력과 성과를 보였다. 석·박사 양성을 위한 BK21 사업에 선정되기도, 국내 7개 대학과 함께 한국을 대표해 입자 검출기인 CMS를 활용한 연구를 진행하기도 했다. 박 교수는 “어찌보면 노벨물리학상을 만들어낸 그 유명한 힉스입자 발견에 우리대학이 기여했다고도 할 수 있다”며 “어느날 갑자기 대학중점연구소에 선정된 것이 절대 아니다”라고 전했다.

대학중점연구소 선정 사업에 뛰어들게 된 계기가 있나
박:
연구소는 연구 기금이 있어야 정상적인 운영이 가능하다. 연구 기금으로 연구원을 충원할 수 있고 활성화해야 연구소가 발전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자연과학연구소는 따로 연구소 운영기금이 있는 것이 아니므로 늘 운영하기 힘들었다. 자연과학연구소 뿐만 아니라 우리대학 연구소들이 다 그렇다. 우리대학은 서울시가 운영하지만 서울시에서 연구 기금을 지원해 주지는 않는다. 따라서 자체적으로 연구비를 해결했어야 했는데, 그러한 방안 중 하나가 교육부가 진행하는 대학중점연구소 사업이다. 이제 부족한 연구원·교수를 채용할 수 있게 되면서 다양한 연구를 본격적으로 진행할 수 있게 됐다.

▲ 우리대학 물리학과 연구소 랩 미팅에 교수·학생들이 참여하고 있는 모습이다.

계산과 과학연구는 서로 어떤 연관이 있나
박: 컴퓨터를 이용한 거대계산을 과학에 도입하면 이론적으로도, 실험적으로도 풀기 어려웠던 여러 문제를 풀어나갈 수 있다. 물리를 예로 들면 이론이나 실험이 아닌 제3의 물리가 만들어지게 된다. 물리에서 다루는 주제는 이론·실험적 증명이 가능한 여부를 따져보았을 때 크게 4가지로 나눌 수 있다. 이 중  물리학자들이 가장 골머리를 썩이고 있는 분야를 하나 꼽자면 이론적으로도, 실험적으로도 연구하기 어려운 우주론을 생각해볼 수 있다. 물리학자는 우주가 어느 시점에 탄생했다고 가정하며 이를 빅뱅이라 부른다. 그런데 기존의 연구방식으로는 이 빅뱅으로 인해 만들어진 초기 우주의 모습을 유추하기 어렵다. 이때 거대계산이라는 새로운 연구방식을 도입하면 각기 초기 조건이 다른 초기 우주를 ‘만들어’ 볼 수 있다. 각 우주마다 가정한 초기 조건에 따라 그 우주가 사라지기도, 우리가 살고 있는 우주와 다른 모습을 띠기도 할 것이다. 하지만 무수히 많은 우주를 만들어보면 개중에는 우리 우주와 유사하게 발전하는 우주가 있을 것이고, 이를 발견하면, 반대로, 우리 우주는 해당 조건의 빅뱅을 겪었다고 유추할 수 있는 것이다.

우리대학은 계산과학을 어떻게 시작하게 됐나
가장 먼저 계산과학을 시작한 물리학과의 경우는 과가 처음 만들어졌던 20여년전부터 계산과학에 중점을 두고 특성화를 시작했다. 머신러닝, 데이터마이닝 등 계산과 관련된 키워드가 중요해질 것이라며 미래를 내다본 물리학과 민현수 교수의 혜안 덕분이다. 2001년에는 서울슈퍼컴퓨터센터가 우리대학 21세기관 지하에 들어섰는데 당시에는 전세계 슈퍼컴퓨터 중 125위의 성능을 자랑하기도 했다. 지난 10년간 국가 사업을 진행하며 얻은 소프트웨어 인프라도 잘 구축돼있어 지속적인 연구 수행이 가능하다. 한편, 물리학과, 수학과, 통계학과의 세 개 학과에서는 계산과 관련된 학과목이 이미 시행되고 있다. 중점연구소가 정상적으로 운영되기 시작하면 해당 수업과 연구소가 연계된 실험·실습도 할 예정이다. 과학계 유명인사의 초청특강도 우리대학 학생 전체를 대상으로 종종 열 생각이다.

 
지난해 자연과학연구소의 연구실적·인프라를 믿고 대학중점연구소 사업 제안서를 당당히 들이민 우리대학. 하지만 결과는 보기 좋게 낙방이었다. 박 교수는 “우리대학 자연과학대학, 특히 물리학과는 국내 정상급 타대학과 어깨를 나란히 할 수 있는 역량을 갖췄다”며 “이러한 대서울시립대학교가 당당하게 신청한 사업에 떨어졌을 때 교수들이 며칠간 끙끙 앓기도 했다”고 전했다. 하지만 포기는 일렀다. 거대계산을 이용해 암연구를 진행하는 바이오수학, 우주의 기원을 연구하는 우주론 등 다양한 분야를 공부하는 교수들이 모인 드림팀이 꾸려졌다. “한마디로 재수하는 심정이었다”고 박 교수는 전했다. 드림팀은 몇 십 페이지나 되는 제안서를 꼼꼼히 작성하고 사업 계획을 다시 검토해보기도 했다. 실패는 성공의 어머니라고 했던가. 결국 ‘드림팀’은 사업을 따내고야 말았다.

▲ 물리학과에서 입자(뮤온) 검출기. 검출기가 뮤온에 반응할 때마다 신호가 발생한다.

▲ 뮤온 검출기에서 검출된 신호는 이 장비를 이용해 분석된다.

‘드림팀’에서의 수학을 이용한 암연구는 어떤 연구인가
박: 수학과 김정래 교수의 지휘 아래 암연구가 진행된다. 나도 처음에는 수학과에서 어떻게 암연구를 하는지 의아했다. (웃음) 하지만 ‘암’은 사람의 유전형질과 더불어 상당히 정보화가 돼있는 연구분야다. 사람은 유전형질에 따라 암이 잘 전이되기도, 그렇지 않기도 한다. 이를 응용하면 거대계산을 통해 병원도 환자도 없이 순전히 수학 모델과 데이터를 근거로 어떤 사람이 어떤 종류의 암에 취약한지 미리 알아볼 수 있다. 일명 ‘맞춤의학’을 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재수 성공’에 도움을 준 요소가 있다면?
박: 원윤희 총장의 지원이 큰 도움이 됐다. 작년 말, 원 총장이 대학중점연구소 선정에 실패하고 낙담해있는 교수들을 불렀다. 그 자리에서 총장은 교육부 지급 연구기금에 비례하는 대학차원에서의 자금지원을 약속해줬다. 이 약속이 사업 심사위원들에게 ‘이 대학은 연구소 운영을 잘 해나가겠구나’라는 확신을 준 것 같다. 우리대학은 서울시의 감사를 받는 대학이기 때문에 사립대와 달리 자율적인 예산 지출이 상당히 제한돼있다. 우리대학 법 규정에 맞게 최대한 도움을 주신 것을 잘 알기 때문에 정말 감사하다.
게다가 우리대학이 올해 100주년을 맞은 점이 유리하게 작용했다고 본다. 연구소를 운영하기 위해서는 연구 공간이 필요한데, 우리는 100주년 기념관인 시민문화교육관 지하에 연구 시설을 설치하는 계획을 제안서에 작성했다. 올해도 사업 선정 경쟁률이 높은편이었는데, 아마 심사위원분들이 우리대학에 100주년 기념 선물을 주지 않았나 싶다.

 
자연과학연구소에서 다루게 될 연구분야는 물리와 수학, 생명 같은 분야에만 한정되지 않는다. 데이터를 계산하고 데이터 간 상관관계를 찾는 기술은 무한히 많은 분야에 접목될 수 있기 때문이다. 박 교수는 “(연구소에서는) 지역사회 발전을 위해 미래교통시스템에 대한 연구도 진행한다”고 전했다. 서울시에서 수집한 서울시내 택시의 GPS 정보를 이용해 서울시 지도를 다듬는데 일조하거나 교통 흐름을 컴퓨터 계산을 통해 분석하는 식이다. 한 발 나아가 연구소는 앞으로 9년 교통량에 따라 자동으로 신호의 길이를 조절하는 ‘인공지능 신호’ 체계를 서울시와 함께 개발하게 된다. 한편 박 교수는 “이유없이 폭등·락하는 것처럼 보이는 주식시장의 주식폭도 계산과학 기술을 이용해서 분석할 수 있다”며 “주식시장처럼 정교한 이론도 없고 주가조작의 여지가 있어 ‘실험’도 진행할 수 없는 경우에는 계산과학의 데이터 분석이 유효하다”고 계산과학의 중요성을 전했다.

 
앞으로 포부가 있다면?
박: 사업제안서에 명시했듯이 새롭게 만들어진 인프라를 통해 ‘데이터 과학자’를 많이 양성해내고 싶다. 이는 미국에서 크게 각광받고 있는데, 데이터를 분석해 의미를 부여하고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는 자로, 우리대학은 이제 ‘기상, 교통, 물리, 생명’ 등 현대 사회가 다루는 모든 데이터를 다룰 수 있는 ‘인재’를 키워낼 수 있게 됐다. 한 발 더 나아가서는 우리대학 출신인 ‘데이터 과학자’가 새로운 물리학 분야에서 영광스런 노벨상의 주인공이 됐으면 한다. 한 방에 세상이 뒤집어지지 않겠나. 우리대학 학생들이 워낙 우수한 인재이기 때문에 못할 건 없다고 본다.(웃음) 물론 대학중점연구소로 선정된 9년의 사업기간 안에는 이 꿈이 당장 이루어질 수 없을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굳이 노벨상이 아니더라도 미래가 밝은 졸업생들을 계속해서 키워내고 싶다. 그것이 진짜 꿈이다.


녹취·정리_ 이민영 수습기자 miny98@uos.ac.kr
서지원 기자 sjw_101@uos.ac.kr
윤유상 기자 yys618@uos.ac.kr
사진_ 한승찬 수습기자 hsc7030@uos.ac.kr

 

저작권자 © 서울시립대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