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립대신문
학술
도시에 드리운 젠트리피케이션, 선택인가 순리인가
글·사진 성기태 수습기자  |  gitaeuhjin0330@uos.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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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8.09.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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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개성있는 카페와 상점들이 자리잡은 수원시 팔달구 행궁동의 모습이다. 많은 사람들이 이곳을 찾으면서 최근 임대료가 급격히 상승하고 있다.
도시의 거리는 유명 카페와 대형 상점들로 단장을 마쳤다. 지인과 음료를 마시며 가벼운 대화를 나누는 사람들. 할인매장에 들러 마음에 드는 옷과 신발을 찾는 사람들. 유명 프랜차이즈 음식점에 식사를 하러 온 사람들까지. 거리는 북새통을 이루며 온종일 분주하다. 요즘 우리 주변에는 이런 거리가 많다. 이태원 경리단길, 신사동 가로수길, 서촌 등 사람들 사이에서 흔히 ‘핫 플레이스’로 통하는 장소들이다. 이 지역들은 자본과 경쟁력을 갖춘 대형 상권을 앞세워 인구의 유입을 유도하는데, 이는 거리가 번화하는 정도의 효과를 넘어 지역 경제를 활성화시키고 도시에 생기를 불어넣는 중요한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반면 분주하게 움직이는 화려한 거리를 뒤로하고 이곳을 떠나는 사람들도 있다. 치솟은 임대료로 인한 부담과 대형 프랜차이즈와의 경쟁에서 밀려나 이른바 ‘비자발적 이주’를 강요받는 소상공인들이다. 애초에 도시 활성화의 기반을 마련한 것은 이들이지만, 소상공인들은 값비싼 임대료를 지불할 능력이 없어 결국 그들의 터전을 떠나야 한다.

젠트리피케이션, 양날의 의미

도시의 거리 상권을 둘러싼 이와 같은 상반된 모습은 최근 도시 분야의 화두인 ‘젠트리피케이션(gentrification)’과 연관이 있다. 본래 신사(gentry)에서 유래한 이 용어는 고급화의 의미와 연결되어 낙후된 도심이 중산층에 의해 발전되는 현상을 의미하지만 현실에서는 조금 다르다. 현실에서의 젠트리피케이션은 시장논리에 기반해 원주민을 강제로 쫓아내는 ‘추방’의 용어이기도 하다. 다르게 말하면 낙후된 도심의 번성 과정이 긍정적 효과만을 수반하는 것이 아니라는 의미이다.

도시 재개발이나 도시 재생의 일부분인 젠트리피케이션 등의 현상은 죽어가는 도시에 다시금 활력을 불어 넣는 효과적인 수단임에 분명하다. 그러나 그 방식과 진행 양상에 따라 사람들을 추방하는 부정적 결과를 야기하기도 한다. 도시 번영과 원주민 추방이라는 양날의 의미 사이에서 젠트리피케이션을 어떤 시각으로 바라봐야 하는 것일까?

사회에서의 젠트리피케이션 인식

불과 몇 년 전까지 젠트리피케이션은 (우리 사회에서) 그리 잘 알려진 개념이 아니었다. 최근에야 급격한 임대료 상승으로 인한 파생 효과가 늘자 주목받기 시작했고 관련 연구가 아직까지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 주거나 상업 분야에 한정된 개념일 것이라는 예상과 달리 그 종류도 다양하다. 위에서는 상업 부분에서 발생하는 젠트리피케이션과 그 예시를 들었지만 실제로는 사회의 여러 분야에서 발생하며 그 양상에도 종류가 있다. 주거지역과 관련해 발생하는 주거 젠트리피케이션, 문화와 예술 차원에 영향을 미치는 문화·예술 젠트리피케이션 그리고 상업 차원의 상업 젠트리피케이션이 존재한다. 양상별로는 주로 중앙정부나 지자체에 의해 주도되는 비자발적인 형태와 지역 주민 등 민간의 필요에 의해 발생하는 자발적 형태의 젠트리피케이션이 존재한다.

젠트리피케이션에 대한 인식은 국가의 경제상황이나 지역 사회의 환경에 따라 형성되는데, 우리 사회는 젠트리피케이션 개념에 대한 인식 차가 큰 편이다. 경제 상황 외에도 도시 재생에 관한 보수와 진보의 대립 논리가 개입하여 현상에 대한 올바른 평가를 더욱 어렵게 만들고 있다. 따라서 젠트리피케이션의 긍정적, 부정적 측면을 꼼꼼히 분석하고 이를 통해 현상에 대한 절절한 판단을 내리는 것이 중요한 시점이다.

   
 
젠트리피케이션 정말 독인가?

최근 서울의 성동구청을 비롯한 많은 지자체들은 젠트리피케이션 방지를 위한 대책을 수립하여 젠트리피케이션으로 인해 발생하는 역효과에 대응할 방안을 강구하고 있다. 이러한 추세는 젠트리피케이션의 부정적 현상에 기인한 것으로, 대표적으로 임대료 상승, 원주민의 비자발적 이주, 지역 문화의 획일화와 정체성 상실 등의 문제가 제기되고 있다. 가장 심각한 문제는 원주민들이 원래의 터전을 떠나 비자발적으로 이주하고 있는 현실이다. 이들은 지역이 활성화되기까지 지역의 문화나 경제 분야에 상당한 기여를 했으나 정작 이로 인한 지가 상승의 이익을 받는 것은 임대인과 뒤늦게 경쟁에 뛰어든 대형 프랜차이즈 업체들이다. 지역 활성화의 주체와 그로 인한 수혜자가 불일치하는 모순적 상황이 발생하고 있는 것이다.

물론 긍정적 측면 역시 존재한다. 주거의 경우, 중산층 이상의 사람들이 이사하는 과정에서 생긴 빈 주택을 저소득층이 저렴한 가격에 제공받을 수 있게 하는 ‘주택여과과정’이 그중 하나이다. 그러나 아직까지는 이 같은 이론이 주택 문제 해결에 큰 도움을 주고 있지 못하는 실정이다. 이에 관해 서울시립대학교 도시행정학과 오동훈 교수는 “한국에서는 주택여과과정이 저소득층의 주택문제 해결에 실질적인 도움을 주고 있지 못하다.”며 그 효과에 회의적인 입장을 보였다.

그럼에도 막을 수만은 없다

젠트리피케이션이 야기하는 부정적 효과는 도시 사회를 위험에 빠뜨리는 불안 요소이지만 현상 자체를 막기란 불가능 하다. 어찌 보면 지가가 상승한 지역에 새로운 계층의 인구가 유입되는 것은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이들은 원주민을 내쫓기 위한 목적으로 주거지나 상업지역을 옮긴 것이 아니라 단지 시장의 흐름에 따라 움직였을 뿐이다. 게다가 젠트리피케이션이 불러오는 긍정적 효과는 부정적 효과만큼이나 명백하다. 주거의 경우 범죄율이 감소하고 인근의 거주 환경이 크게 개선되는 결과를 불러오며 큰 틀에서는 도시의 세원을 증대시켜 공공의 이익을 창출해낸다. 무엇보다도 젠트리피케이션과 같은 도시 재생의 필요성이 대두되는 이유는 도시 자체의 차원에서 반드시 필요하기 때문이다. 변화하지 않는 거리와 도심은 그대로 버려져 낙후되고 그로 인한 가치의 하락과 불편함은 결국 시민의 몫이다. 도시의 재활성화를 위한 재생 작업은 더 이상 선택이 아닌 순리가 됐다.

현상이 피할 수 없는 순리라면 그 안에서 최선의 선택을 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이 때 필요한 것이 정부의 역할이다. 젠트리피케이션은 막을 수는 없지만 통제는 가능하다. 주택이나 상가임대차보호법의 준수, 주민과 지자체 그리고 기업 간의 상생조약 체결은 현상의 긍정적 효과는 극대화하고 역기능은 최소화하는 적절한 통제를 가능케 한다. 서울시립대학교 오동훈 교수 역시 “도시 재생이 성공을 거두기 위해서는 정부의 역할이 핵심이다. 정부의 통제와 조절 하에 젠트리피케이션의 단점을 최소화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밝히며 역효과를 막기 위한 정부의 역할을 강조했다. 젠트리피케이션과 같은 도시 재생은 더 이상 없애고 기피해야 할 대상이 아니다. 적절한 통제 아래에서 가꿔나간다면 죽어가는 도시를 되살리는 단비 같은 존재가 될 수 있지 않을까.


글·사진 성기태 수습기자 gitaeuhjin0330@uos.ac.kr
참고: 오동훈, 「젠트리피케이션 사례 비교·조사를 통한
실현가능한 도시재활성화 정책 방향 모색(Ⅰ)
-역사보존지구를 중심으로」, 2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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