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연 역사에 ‘만약’이란 게 존재할까? 예를 들어보자. 서양사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친 나라는 로마이다. 로마가 도시국가였을 시절에 외적의 침입을 받아 멸망했다면? 프랑스 혁명이 성공하지 못하고, 절대왕정이 지속됐다면 민주주의를 싹틔울 수 있었을까? 외국의 역사에서뿐만 아니라 우리나라 역사에서도 ‘이순신 장군이 무과에 합격하지 못했다면 임진왜란은 어떻게 진행됐을까?’와 같은 질문을 찾을 수 있다.

 ‘나치독일이 2차대전에서 승전했다면 지금의 세상은 어떻게 됐을까?’ 나치독일의 승전은 게임 울펜슈타인 시리즈 등 여러 미디어 매체를 통해서도 다뤄지는 주제이며, 대체역사라는 주제를 다룰 때 종종 이야기된다. 단순한 주제이지만, 하나씩 따져본다면 지금과는 많이 다른 상황이 펼쳐져 있을 것이다. 2차대전에서 승리한 미국과 소련이 전쟁 후 냉전이라는 세계질서를 만들어낸 것을 고려하면, 나치독일의 승리는 지금과는 다른 세계질서를 만들어냈을 것이다. 그리고 독일뿐 아니라 추축국이 2차대전에서 승리했다면, 우리 민족이 일제로부터 독립할 기회를 잃게 됐을지도 모른다.

역사가 바뀐다는 것은 국가차원의 차이뿐 아니라, 사람들 개개인의 상식에도 차이를 만든다. 『당신들의 조국』의 주인공인 독일의 형사 마르크와 미국의 기자 샬럿은 목숨을 걸고 비밀을 파헤친다. 나치독일이 여러 사람을 희생시키면서까지 숨기고 싶어 했고, 밝혀지는 날에는 그들의 존재가 위협받을 그 비밀, 바로 ‘홀로코스트(유대인 대학살)’이다. 나치독일이 유대인을 공공연하게 차별했으며 유럽 각지의 수용소에서 학살극을 벌였다는 사실은 우리의 관점에서는 엄연한 사실이자 상식이다. 학살극이 벌어졌던 폴란드 오시비앵침의 아우슈비츠-비르케나우 수용소는 세계유산으로 지정돼 다시는 인류가 같은 실수를 하지 않도록 보존하고 있다. 또한, 역사가 잊히거나 반복되지 않도록 아이들을 교육하고 있다. 하지만 나치독일이 ‘만약’ 2차대전에서 승리했다면 나치독일의 약점인 홀로코스트는 철저히 감춰졌을 것이고 사람들은 홀로코스트를 알아차리지 못하거나 알고 있는 것을 말하지 못하고 살아갔을 것이다.

이런 예측을 하다 보면, 개인의 운명이 역사에 종속된 것처럼 느껴진다. 하지만 우리는 평범한 사람이 역사를 바꾼 경우를 쉽게 생각해낼 수 있다. 이 소설의 주인공 마르크는 나치독일의 전체주의에 반감을 품지는 않았지만, 홀로코스트와 같은 나치독일의 진실을 알고나서는 적극적으로 저항을 한다. 소설에서뿐만 아니라 실제 우리나라 역사에서도 민주화운동 과정이나 차별을 없애기 위한 과정에서 불의에 저항하는 소시민들이 있었다. 이런 저항이 항상 성공해온 것은 아니지만, 성공한다면 역사를 바꾼다. 사람은 역사의 흐름에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지만, 그 역사는 사람이 만들어 낸 것이다.

여러 가지 이야기들로 북적였던 올 한해도 세 달밖에 남지 않았다. 지금의 세대가 나중에 어떻게 평가받을지 우리는 알 수 없지만, 그 평가를 만들어 가는 것은 우리가 아니면 할 수 없다. 좋은 평가를 얻어내기 위해서 우리는 ‘역사를 개척하는 소시민’이라는 의식을 가지고 하루하루를 노력하며 살아가야 한다.


이정혁 수습기자 coconutchips01@uos.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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