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 기준 하루 지하철 이용인원은 약 700만명이다. 이처럼 많은 사람들이 지하철을 필요로 하는만큼 출퇴근 시간에는 수많은 사람이 뒤엉켜 이동하는 것조차 어렵게 된다. 일반인에게도 이용이 쉽지 않은 지하철은 ‘장애인’에게 접근조차 쉽게 허락하지 않는다. 그들이 겪어야 하는 아픔은 방치된 채 수많은 사고가 야기됐다. 때문에 아직까지도 서울시 지하철 신길역, 시청역 등에서는 장애인의 이동권을 보장하라는 시위가 계속되고 있다. 그들의 시위 방식을 둘러싸고 논란이 많지만 그들이 처한 현실과 진행되고 있는 변화 상황에 대해 살펴봤다.   -편집자주-

 지하철 장애인 이동권 운동을 불러일으킨 차가운 현실들

▲ 서울장애인차별철폐연대에서 지난 8월 21일 서울 중구 지하철 1호선 시청역에서 시위를 전개했다. 계속해서 발생하는 리프트 추락 사고에 대한 사과와 승강기 모두 설치를 위해 목소리를 높인 것이다. 이날 시위는 지하철에 타고 내리는 승하차 시위였으며 1시간가량 이어지면서 지하철 예정 운행시간에 차질을 빚기도 했다.
끝나지 않은 지난 10월의 사고
고(故) 한경덕 씨는 오른손만 사용 가능한 중증 장애인이었다. 그는 지난해 10월 직원 호출 버튼을 누르려 휠체어를 돌리던 도중 계단으로 추락해 사망했다. 사고의 1차적 원인은 직원 호출 버튼이 계단으로부터 50cm 밖에 안 되는 위치에 있었다는 점이다. 하지만 장애인차별철폐연대는 휠체어를 탄 장애인을 옮기는 리프트가 문제의 근원이라고 본다. 비장애인의 관점에서 설계된 리프트가 사고를 야기하고 있다는 것이다. 서울교통공사는 이에 대해 ‘기계에는 문제가 없다’는 내용의 공문을 유가족에게 발송하며 사과와 책임을 회피했다. 현재 신길역 리프트 추락사고 유가족들은 이에 반발해 서울교통공사와 책임 소송을 진행 중이다. 리프트 사고에 대한 책임은 그 누구도 지지 않고 있다.

더 이상 필요하지 않은 리프트

2001년 오이도, 2002년 발산역, 2008년 화서역에서의 사망사고, 2000년 종로 3가역, 2001년 고속터미널역, 2001년 영등포구청역 등에서의 부상사고는 리프트가 더 이상 안전하지 않다는 사실을 잘 보여준다.
휠체어 리프트는 안전사고 문제뿐 아니라 단순 이용에도 불편사항이 계속 지적돼왔다. 리프트 사용 시 따르는 시민들의 시선, 리프트 길이가 계단 대부분의 면적을 덮는다는 점, 리프트가 걸음걸이보다 느린 속도로 움직인다는 점은 주된 문제점으로 꼽힌다. 장애인차별철폐연대는 리프트의 위험성을 역설하며 승강기로 지하철 승강장 앞까지 이동할 수 있는 지하철의 동선 확보를 위한 승강기 100% 설치를 주장하고 있다.

이동권 보장 겉보기에는 좋아 보여

장애인차별철폐연대가 10년이 넘는 기간 동안 지속적으로 이동권 보장 투쟁을 해오면서 서울시 지하철의 장애인 시설들이 변화해왔다. 하지만 여전히 많은 과제가 남아있다. 한국소비자원은 2007년 9월 3일 ‘장애인 전동휠체어 증가에 따른 지하철 휠체어 리프트 안전대책 마련 시급’이라는 보도자료를 통해 ‘향후 추락사고를 예방하기 위해서는 현재 엘리베이터가 설치되지 않은 지하철역에 장애인용 엘리베이터를 시급히 설치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리프트가 아닌 승강기 설치가 장애인의 이동권을 온전히 보장할 수 있다는 것이다.
물론 서울시도 2015년도에 발표한 「장애인 이동권 증진을 위한 서울시 선언」에서 2022년까지 모든 지하철역 1동선 확보를 위한 엘리베이터 설치를 약속했다. 현재까지 1~8호선 277개 역사 중 250개 역사의 엘리베이터 설치 동선 확보가 완료됐다. 나머지 27개 역사 중 11개 역사의 승강기 설치를 추진 중이고, 구조적으로 엘리베이터 설치가 어렵다고 판단되는 16개 역사에 대해서는 방법을 찾고 있는 상황이다.

서울교통공사 이중성, 어디까지 믿어야 하나

하지만 이러한 이야기도 실상을 보면 진실성이 의심된다. 서울교통공사 김태호 사장은 신길역 리프트 추락사고 327일 뒤인 지난 11일에 “지난해 신길역에서 발생한 사고는 참으로 안타까운 사건으로 공사가 책임을 다하지 못한 점에 대해 사과드리며 장애인 누구나 안전하고 편리하게 지하철을 이용할 수 있도록 안전대책을 차질 없이 추진하여 지하철에서 리프트 사고가 일어나지 않도록 하겠다”며 사과 했지만, 이와는 전혀 다른 태도를 취하고 있다. 신길역 리프트 추락사고 유가족과 책임 소송을 그대로 진행하고 있으며 장애인차별철폐연대를 업무·교통방해 혐의로 추가 고소한 상태이기 때문이다.
또한 김태호 사장은 엘리베이터 100% 설치와 안전인력 지원 등에 대해서도 분명한 계획을 밝히지 않고 있으며 약속한 ‘2022년까지 승강기 모두 설치’는 어렵다고 말했다. 그 이유로 공사비용 문제와 현재 지하철 설계 구조문제 등을 내세웠지만 「장애인 이동권 증진을 위한 서울시 선언」은 이미 2015년부터 민·관 등 27명이 절차적 과정을 거쳐 완성한 결과물이다. 당시에도 어려움이 있다는 의견이 제시됐지만 2022년까지 완공하겠다고 약속한 바 있었다.
김태호 사장은 한편으로 “교통공사는 하나의 수행기관일 뿐이므로 엘리베이터 설치 건은 서울시의 의지에 달렸다”고 선을 그은 상황이다. 장애인차별철폐연대는 이에 대해 2022년까지 승강기 모두 설치를 전적으로 신뢰할 수 없다는 목소리와 김태호 사장의 사과 역시 반쪽짜리 사과라며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승강기 설치는 장애인만의 문제가 아니다

장애인에게 편한 지하철은 비장애인에게도 편하다. 지하철 승강기 모두 설치는 결코 장애인만의 문제는 아니다. 승강기는 노인, 임산부 등 사용 계층 폭이 넓다. 우리 모두의 이익이 마치 그들만의 이익인 것처럼 왜곡되고 있지는 않은지, 우리 사회의 관심의 소홀함이 얼마나 그들에게 상처를 주었는지 상기해볼 필요가 있다.
서울시 지하철 승강기 100% 설치 이행 가능성은 미지수이다. 장애인 단체들의 시위는 계속되고 시위 방식을 둘러싼 우려의 목소리가 있겠지만 그 사회적 책임의 소재는 다시 생각해보아야 한다. 한 사회의 성숙도는 약자를 대하는 태도에서 드러나기 때문이다.


손명훈 기자 smm0038@uos.ac.kr


 

저작권자 © 서울시립대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