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관 ‘누리’ 기획

 
9am: 아침에 찾아간 누리는 이불을 팽개쳐 놓고 가만히 자고 있었다. 분명히 아침에 청소를 했을 텐데 벌써 저렇게 해놓다니 청소하는 사람 생각은 하지도 않는 걸까? 그렇게 생각하던 찰나 누리가 복도 어딘가로 크게 짖기 시작한다. 그러자 관리 직원은 ‘역시나...’하는 표정으로 우리로 들어와 밥통을 채워줬다. 크기가 커서 먹성도 좋은지 가득 담은 사료 한 그릇을 금세 먹어치우고 다시 누워버렸다.
11am: 해가 중천에 떴지만 아직도 자고 있는 누리. 그러다 곧 일어나서 자기가 누웠던 벤치에 뭔가를 주섬주섬 먹기 시작했다. 뭔가 했더니 깔고 누워있던 자기 사료였다.


 
12 am: 누리는 신기하게 기숙사 학생들을 잘 알아본다고 한다. 기숙사에 살지 않는 기자가 관심을 보일 땐 귀찮다는 듯 냄새만 슥 맡아보고 가더니, 기숙사 학생이나 직원들에겐 먼저 가서 꼬리치고 좋아하고 있다.
1:30pm: 누리를 관찰하며 들고 있던 종이를 누리가 관심을 보이며 쳐다보기 시작했다. 그렇게 보고 있다 갑자기 그 종이를 물더니 안 놔준다. 금방 끝날 줄 알았던 누리와의 사투는 누리가 종이를 뜯어 먹어버리며 끝이 났다. 누리의 집엔 종이 쪼가리가 널브러지게 됐다. 이건 엄연히 누리의 잘못이기 때문에 누리에게 책임을 물어야 마땅할 것이다.


 
3pm: ‘앉아’, ‘기다려’, ‘먹어’ 산책을 나간 누리는 학생들이 하는 말을 척척 잘 알아듣고 그대로 실행했다. 누리는 1살이고 사람 나이로 치면 이제 막 입대할 나이 즈음 됐다는데 똑똑하고 말도 잘 듣는 게 사람으로 태어났으면 아마 내무반에서 사랑받는 후임이 됐을 것이다.
5pm: 누리가 다시 산책을 나갔다. 이번엔 외국인 유학생들이 나섰다. 유학생들이 누리가 산책을 나간 사이 누리의 우리를 깨끗하게 정리했다.
10pm: 누리가 벤치 위에 이불을 깔고 누워있다. 개의 보통 수면시간은 12~14시간으로 사람보다 훨씬 길다고 한다. 이제 누리를 방해하지 않기 위해 밖으로 나왔다.    


글·사진_ 윤유상 기자 yys618@uos.ac.kr
 

저작권자 © 서울시립대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