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스타 이즈 본>

사람은 웬만해서는 잘 변하지 않는다. 다들 살아온 대로 살아가기 때문에 우리는 자신의 습관을 극복하고 변화하는 소수의 사람들에게 찬사를 보낸다. 영화 <스타 이즈 본>의 잭슨(브래들리 쿠퍼)은 미국의 톱스타이다. 그를 톱스타로 만든 것은 음악에 대한 고집과 술과 마약이 주는 영감이었지만, 같은 이유로 그는 바닥을 본다. 음악에 대한 고집은 그를 귀머거리로 만들고, 술과 마약은 대중을 등 돌리게 했다. 사랑하는 앨리(레이디 가가)를 위해 변화하고 싶어 몸부림치지만 그럴 수 없다는 것을 알게 된다.

▲ 우연히 무명가수 ‘앨리’의 공연을 보게 된 톱스타 ‘잭슨’은 그녀의 재능을 발견하고 사랑에 빠진다. 즉흥적으로 잭슨의 무대에 서게된 앨리는 곧이어 톱스타가 되지만 잭슨이 선곳은 점점 어두워진다.
앨리의 매니저는 알코올 중독을 고치려 노력 중인 잭슨에게 “술을 안마셨네요?”하고 묻는다. 잭슨이 당연하다는 듯이 “양말 안 신었네요?”하고 되묻자 매니저는 “여자들이 신는 덧신을 신었다. 안에 숨어 있다”고 답한다. 이처럼 영화는 끊임없이 잭슨이 변할 수 없음을 암시한다. 락스타였지만 이제는 옛 락가수의 추모공연에서 반주나 하게 된, 알코올 중독에서 벗어나고 싶어 몸부림치지만 끝내 변하지 못하는 잭슨의 미래다. 잭슨이 앨리를 만나 처음 불렀던 노래도 의미심장하다. 노래 ‘maybe it’s time’에서 잭슨은 이렇게 노래한다. “옛 방식들이 사라질 때가 됐나 봐. 아무리 노력해도 사람은 쉽게 바뀌지 않아”

뮤지컬 <바넘>의 주인공 ‘바넘’도 다르지 않다. 그는 사기꾼의 자질을 타고난 사람이다. 하지만 자신의 이러한 면을 억누르지 않고 ‘쇼 비즈니스란 원래 그런 것’이라는 말로 능숙하게 포장한다. 바넘을 연기하는 배우들도 이를 놓치지 않는다. 바넘역을 연기한 뮤지컬배우 유준상은 프레스콜에서 “(바넘을) 절대 미화를 하지는 말자고 모두 다짐했습니다”고 말했다. 이를 의식해서인지 극중 바넘은 끊임없이 사람을 속이고 허풍을 떨면서도 “제가 바로 사기꾼이니까요!”하고 선언한다. 사랑하는 아내가 싫어하는 공연사업을 그만두고 시계공장을 차리지만 오래가지 못한다. 그럼에도 사기꾼 기질의 바넘이 시장 직에 도전해 당선되고, 이후 정치인으로서도 성공했다는 점은 흥미롭다.

▲ 뮤지컬 <바넘>의 포스터에는 배우 유준상이 등장한다. 기자가 본 공연에는 배우 박건형이 주인공 ‘바넘’으로 등장해 능청스러운 바넘을 표현했다.
변하지 못하는 사람을 지켜보는 것도 힘겨운 일이다. 사랑하는 사람의 모든 면을, 마음에 들지 않을지라도 받아들여야 하기 때문이다. 바넘의 아내는 바넘이 정직한 삶을 살기를 원했지만, 결국 바넘의 모습을 인정하고 “당신다운, 공연일을 다시 시작하라”고 말한다. 심지어 앨리는 잭슨이 알코올 중독을 극복하면 자신에게 돌아오지 않을까봐 불안해한다. 이어 앨리는 “당신, 처음 나를 봤을 때도 취해 있었잖아”라고 말하는데, 여기서 자신에 대한 사랑조차도 잭슨의 일부인 알코올 중독에서 비롯됐다고 생각하는 것이 드러난다. 

 뮤지컬 <바넘>은 영화 <위대한 쇼맨>의 원작이다. 그리고 영화 <스타 이즈 본>은 1937년 원작 <스타탄생> 이후 3번 이상 리메이크 된 작품이다. 두 작품을 나란히 보고 나면 음악 영화와 뮤지컬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음악’을 알 수 있다. <스타 이즈 본>에서 두 사람이 처음으로 함께 노래한 ‘Shallow’나 레이디가가의 ‘I’ll never love again’은 두 사람의 감정을 전달하기에 충분하다. 135분의 러닝타임 동안 노래를 부르는 건 주인공 두 사람 뿐이지만 다채로운 느낌을 준다. 영화 <스타 이즈 본>은 콘서트에 음악을 들으러 가는 기분으로 보러 가도 좋을 영화다.

반면 <바넘>은 5명이 넘는 주조연들이 돌아가며 노래하지만 단조로움을 벗어나지 못한다. ‘노래를 라이브로 듣는다’는 뮤지컬의 최대 장점을 제대로 활용할 수 없을 만큼 기억에 남는 넘버가 없는 탓이다. 영화 <위대한 쇼맨>의 넘버를 기대한 관객은 생소한 음악에 당황하게 되는데, <위대한 쇼맨>은 뮤지컬 <바넘>을 리메이크하면서 노래를 모두 새로 만들었기 때문이다. 그 이유를 알듯했다.

내용면에서도 <바넘>은 빈약함을 드러낸다. 사랑하는 아내의 반대를 무릅쓰고 쇼 비즈니스를 시작한 바넘은 ‘아내를 오랫동안 보지 못했다’는 이유로 모든 성공을 뒤로하고 시계공장을 시작한다. 바넘을 짝사랑해 무대를 떠난 가수가 어느날 바넘의 동료와 결혼한 채 나타나는데, ‘우리에게 그간 많은 일이 있었다’는 식의 설명으로 넘겨버린다. 서커스단원을 무대에 올렸지만, 화려해야 할 바넘의 공연장면 역시 빈듯한 느낌을 지울 수 없었다. 영화 <위대한 쇼맨>은 원작 스토리의 빈약함을 화려한 장면과 새로운 음악으로 이겨냈지만, 원작 뮤지컬 <바넘>에게는 버거웠던 것 같다.


임하은 기자 hani1532@uos.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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