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SEF(Seoul Ethical Fashion)는 현대 패스트 패션의 대안으로 나온, 지속가능한 윤리적 패션을 실현하는 편집샵이다.
패션은 계속해서 진화중이다. 생활수준의 향상으로 옷은 단순히 몸을 보호하기 위한 것에서 나를 표현하기 위한 수단으로 변화했다. 그 결과 우리는 더 질 좋고, 예쁜 옷과 잡화를 찾아다니며 나를 더 나은 사람으로 보이게 하는 패션을 원하게 됐다.

현대 패스트 패션의 대안

현재 패션계의 강세는 패스트(fast) 패션이다. 대량생산과 대량소비를 통해 값싸고 다양한 옷이 쏟아져 나옴에 따라, 유행에 뒤쳐진 옷들은 금세 외면되고 버려진다. 이러한 비효율적인 현대 패션 문화를 지적하고, 개선하고자 하는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 사회적 가치와 트렌드, 수익을 밀접하게 연결시킨 지속가능 윤리적 패션 사업이 대표적이다.

‘지속가능(sustainability)’이라는 용어는 1972년 인간환경을 위한 유엔 회의(UN Conference on the Human Environment)에서 환경문제를 논의하며 처음 언급됐다. 그러나 지속가능성은 환경 뿐 아니라 사회 전체적 현상의 연속성을 의미하는 개념으로 발전했다. 폭넓은 의미의 지속가능성과 윤리성은 생활수준의 향상과 그로 인한 사회문제 발생으로 인해 소비자의 인식에 강하게 자리 잡았다. 소비자들은 기업이 사회적으로 책임 있는 행동을 할 것을 요구하게 됐고, 이러한 양상이 패션 산업에도 영향을 끼쳤다.

▲ 콘삭스는 옥수수 섬유로 만든 친환경 양말이다.
SEF(Seoul Ethical Fashion)를 다녀오다

SEF(Seoul Ethical Fashion)는 DDP 디자인 장터에 위치한 편집샵이다. 4호선 동대문 역사문화공원역에서 내려 곧바로 도착한 디자인장터에서, 여러 가게들이 모여 있는 곳으로 조금만 들어가면 SEF를 만날 수 있다. 겉보기에는 다른 매장들과 다를 것 없이 옷과 잡화가 전시돼있는 평범한 가게다. 그러나 매장 안으로 들어가 좀 더 자세히 살펴보면, 주변에 위치한 다른 많은 편집샵들과 다르게 SEF 매장만이 가진 하나의 주제를 발견할 수 있다. ‘지속가능한 윤리성’은 SEF가 매장을 방문하는 손님에게 제안하는 새로운 삶의 방식이다.

SEF 진혜지 주임은 “공정무역 브랜드, 업사이클링, 리사이클링 브랜드, 청년디자이너를 지원하는 브랜드 등 34개의 브랜드가 입점해 있다”고 매장을 소개했다. SEF를 운영하는 서울 디자인재단은 지난 2017년부터 ‘지속가능 윤리적 패션허브’ 사업을 진행해왔다. 이에 따라 ▲친환경 소재를 사용하고, 오염을 최소화 하는 등의 친환경성 ▲노동자가 존중되는 근로 환경을 조성하고, 지역 환원적 성격을 가지는 등의 공공성 ▲소비를 최소화하고, 에너지를 절감하는 등의 경제성 등 36개 항목을 정했다. 디자인재단은 이 중 6개 이상의 요건을 갖춘 기업을 선정해 서울 디자인지원센터에 소규모 사무실을 제공하고, SEF에 제품을 판매할 기회를 부여한다. 입점 기업은 매월 심사를 통해 새롭게 선정된다.

▲ 에코퍼는 동물성 섬유를 사용하지 않으며, 리얼보다 더욱 리얼같은 텍스쳐를 추구한다.
새롭고 다양한 패션 라이프스타일

매장의 규모가 큰 편은 아니었지만 다양한 브랜드의 상품들이 진열대에서 저마다의 목소리를 내고 있었다. 그 목소리들이 모두 인상 깊어 작은 매장을 둘러보는 데 많은 시간이 걸렸다. 지속가능 윤리적 패션에는 다양한 종류가 있다. 먼저 만연한 패션자원 낭비를 막기 위한 환경 친화적 패션이 있다. 특별한 날에만 입고 쉽게 버려지는 한복을 업사이클링하는 ‘다시곰’, 비닐하우스에서 수거한 비닐로 플라스틱 소재의 가방을 만드는 ‘젠니클로젯’ 등은 버려진 자원을 재활용해 유니크한 패션 제품을 만든다. 특히 젠니클로젯은 면, 데님, 린넨소재 등 자연에 가까우면서도 순환될 수 있는 재생 자원을 활용해 제품을 생산한다.

동물 보호를 위한 패션도 있다. ‘비건타이어’는 밍크 등의 모피코트나, 살아 있는 채로 오리털을 뽑아 만드는 다운점퍼처럼 동물의 가죽이나 털로 옷을 만들지 않는다. 대신 이를 대체할 수 있는 비동물성 섬유를 사용하며 비건패션을 선도하고 있다.

정당한 노동을 지향하고, 취약계층의 일자리를 지원하려는 패션들의 종류도 다양하다. ‘더페어스토리’는 저개발 국가에서 공정무역을 실천하는 생산자의 제품을 발굴해 소개한다. 저소득층, 장애인, 한부모 가족 등에게 우선 일자리를 제공해 친환경 바느질 제품을 생산하는 ‘목화송이협동조합’, 청년디자이너들이 만든 옷을 유통해 패션업계의 진입장벽을 해소해주는 ‘라잇루트’ 등은 취약계층에게 기회를 제공하는 사회적 기업이다.

이렇듯 다양한 사회문제를 표현하는 패션인 ‘플라우드’는 옷에 메시지를 담는다. ‘취준생의 시간대별 하루 감정선’을 표현한 맨투맨에는 어두운 취업난 속 성공의 진짜 의미를 담고 있다.

매장은 이달 9일부터 25일까지 1주년을 맞아 다양한 이벤트를 진행 중이다. 그 중 하나로 매장을 방문하기만 해도 환경친화적 세탁을 위한 베이킹소다, 빨래망이 담긴 ‘새삶 키트’를 증정한다. 베이킹소다의 사용으로 세제로 인한 환경오염을 줄임과 동시에 옷을 더 하얗게 만들 수 있다. 일상 속 작은 실천으로 미래의 깨끗한 새 삶을 얻을 수 있는 도구들인 것이다. 나의 패션에 새 삶을 위한 철학을 담아보자.


글·사진_ 안효진 기자 nagil3000@uos.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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