많은 학생 자치기구가 학생들의 무관심에 의해 무너져 내려가고 있다. 이러한 현상은 총학생회나 학부·과 학생회 선출에 국한된 것이 아니다. 지난 1월 25일부터 26일까지 원주 오크밸리 리조트에서 열린 2019 동계 전체일꾼수련회(이하 전일수) 대의원회에서는 학과 회장단 가운데서 대의원회 의장 후보가 나타나지 않았다.

 ‘학생’ 자치에 관심 없는 ‘학생’들

학생 자치에 대한 무관심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지표는 총학생회 투표율이다. 지난 2014년부터 2018년 재선거까지 총 4번의 총학생회 선거 모두 투표 성립 요건인 40%를 겨우 넘거나 선거가 무산된 바 있다. 전자 투·개표가 적용된 2019학년도 학생자치기구 선거 투표율은 48.5%에 이르렀으나, 여전히 투표율 50%를 넘지는 못했다. 또한 2014학년 선거 이후 경선이 진행된 것은 16학년도 보궐선거 1차례로, 이외의 6번의 선거에선 모두 단일 후보로 진행됐다. 2016년, 2017년은 후보자조차 나오지 않아 정기 선거가 실시되지 못했다.

학과 학생회도 상황은 마찬가지이다. 영어영문학과, 컴퓨터과학부같이 출마한 후보조차 없는 학부·과도 많다. 류병욱 컴퓨터과학부 학생회장 권한대행은 “출마자가 없어 학생회칙에 따라 기존 학생회 집행부 인원 가운데 투표를 해서 권한대행을 뽑았다”며 “집행부 구성원 또한 지원자가 없어 친한 학우들에게 함께 하자고 부탁할 수밖에 없었다”고 이야기했다.

단순히 학생회장단이 꾸려지지 않는 것도 문제지만, 경험이 부족한 학생들이 학생회 임원을 맡는 문제점도 있다. 류 권한대행은 “집행부의 대부분이 18학번”이라고 말하며 “경험이 상대적으로 부족하다 보니 행사 진행이 곤란한 면이 있다”는 점을 짚었다. 다른 학생회도 사정은 마찬가지이다. 환경원예학과 학생회의 경우에는 회장단을 제외한 다른 학생회 집행부원 대부분이 18학번으로 이뤄져 있다. 행정학과와 같이 회장단도 18학번인 학과도 있다. 박지윤 대의원회 부의장은 “17년도만 하더라도 13, 14학번 등 고학번 학생회장이 많았지만, 작년부터 2학년이 학생회장을 맡는 경우가 많다”며 “올해도 비슷한 상황”이라는 점을 짚었다.

학생회 집행부의 연령대가 낮아진다고 해서 그 학생회가 업무를 못한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 저학년으로 이루어진 학생회는 신입생의 입장을 이해하고, 저학년과의 소통을 이끌어낼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학생회가 준비하는 중요한 행사 중 많은 수가 새내기를 대상으로 한다는 점을 고려하면 이는 상당히 큰 장점이다. 하지만 저학년 학생회가 고학년 학생회보다는 경험이 부족해 업무에 지장이 있는 경우가 많다. 박 부의장은 “작년 철학과 회장 역임 시 겨우 한 번 참여해본 행사를 이끄는 것이 부담으로 다가왔다”며 저학년 집행부의 고충을 토로했다.

 

 

학생들이 겨우 뽑은 학생회장은 왜 대의원회에 안 나올까

지난 전일수 회의록에서 대의원회 의장 선출 무산 이외에 눈에 띄는 점이 하나 더 있다. 바로 ‘대의원회에 관한 기본 운영 세칙 일부 개정안’이다. 이 개정안에는 대의원회 불참시 사유서를 제출하는 것과 서면동의안의 효력을 참석자 표의 0.7배로 줄여 계산하는 내용이 담겼다. 이 안건을 논의하는 과정에서 계속 언급되는 말이 바로 ‘대의원회 출석률이 낮다’는 대의원회 의장의 발언이었다. 이 전 의장은 “학년도 초반에는 대의원회 출석률이 높지만, 점차 떨어진다”고 말했다. 박 부의장 또한 “서면 동의안 없이는 회의가 진행되지 않는다”고 답했다.

문제는 서면동의안을 제출할 경우 대의원회에서 해당 안건에 대한 논의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 전 의장은 “서면동의안의 8~90%가 찬성표를 던진다”면서 “어떤 안건이 나오더라도 서면동의안의 힘을 빌려 통과되는 경우가 많다”는 점을 지적했다.

우리대학 커뮤니티 사이트 ‘서울시립대광장’에서 확인 가능한 작년 4번의 대의원회 참석자 명단을 수합하여 조사한 결과는 이 전 의장과 박 부의장이 말한 대로였다. 총 대의원 89명 중 9명이 단 한번도 대의원회 회의에 참석한 적이 없었다. 공과대학의 경우 16명의 대의원 중 제3차 정기 대의원회에 참석한 인원은 공과대학 학생회장 단 한 명 뿐이었다. 작년 동아리연합회 소속 대의원 6명은 제1차 정기 대의원회 이후 3번의 회의에는 전부 불참하거나, 회의가 끝나기 전에 퇴장했다. 모든 대의원의 출석률 평균을 계산해본 결과 약 53%로 절반을 겨우 넘었다. 참석자 명단을 찾을 수 없었던 제4차 정기대의원회 회의록에도 “의결 정족수가 부족해 의결을 할 수 없다”는 대의원회 의장의 말이 나온다.

이는 단순히 개인의 의식 문제로 치부할 수는 없다. 현행 학생회칙에는 각 단과대 및 각 학부·과 학생회 정·부회장이 당연직으로 대의원을 맡도록 규정하고 있다. 하지만 학생회 정·부회장은 학생회비 감사 등 학생회 내부 업무만으로도 바쁜 상황이다. 류 권한대행은 “회장단이 각 학부·과의 업무 처리만으로도 충분히 바쁜데, 대의원회와 관련된 업무를 맡는 것은 더 큰 부담으로 다가올 것”이라고 말했다. 이 전 의장은 “한때는 단과대별 대의원을 따로 뽑아서 회장단의 업무를 줄이는 것이 좋겠다는 생각도 해본 적 있다”며 “대의원으로서의 책임감을 크게 느끼기는 어렵고, 학과를 대표해서 나왔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의장 후보자가 나오지 않는 것도 비슷한 문제인 것 같다”는 이야기를 꺼냈다.

하지만 대의원회의의 특성상 대의원과 학생회장단을 별개로 선출하기도 힘든 상황이다. 대의원회는 학생들의 의견을 하나로 모으는 기구이다. 대의원을 단과대별로 따로 선출하게 되면, 학과 회장단들이 모여서 하나의 의견을 만들어낸다는 상징성이 없어져 버린다.

해결 방법은 없을까?

학생 자치가 붕괴하고 있다는 말은 하루 이틀 나온 말은 아니다. 학생회에 사람이 없다는 말은 서울시립대신문 2005년 11월 여론면(‘학생회, 당신에게 필요하십니까?’)에서 찾아볼 수 있다. 학과 단위 학생회 선출조차 제대로 되지 않는다는 대목에서 지금과 상황이 다르지 않다는 이야기를 찾을 수 있었다.

해당 기사에서는 학생자치의 몰락을 해결하는 해법을 제시한다. 학생회와 학우들 사이의 괴리감을 줄여야 한다는 것이다. 이 전 의장 또한 “학생 자치가 발전하기 위해서는 외부와의 소통이 가장 중요하다”면서 “자신들만 정보를 알고 일반 학우들을 이해하지 못하는 내부자 논리에 빠져서는 안된다”며 학생회의 중요성을 널리 알리는 것이 학생 자치의 활성화에 기여한다는 점을 꼬집었다.

학우들의 관심도 중요하다. 박 부의장은 “학생 자치에 참여하다 보면, 일반 학우들이 말해주는 한 마디에 기쁨을 느낀다”면서 “학우들이 학생 자치에 조금이라도 관심을 가져주시면 감사할 것 같다”며 소감을 밝혔다.

소통만으로는 학생들의 관심을 유도하기 힘들 수도 있다. 학생들의 관심을 끄는 의제를 이야기하는 것도 한 방법일 수 있다. 박 부의장은 “대의원회의 관심도가 떨어지는 이유중 하나는, 대의원회 안건이 복잡하고 학부·과에 가시적인 이익이 돌아오지 않기 때문”이라며 대의원회에 대한 학부·과 학생회장단의 관심도가 떨어지는 이유를 제시했다. 이 전 의장도 “대의원회 안건이 간소화 되고, 관심 있는 주제가 올라온다면 많은 참여를 이끌어 낼 수 있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일반 학생들의 관심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학생자치에 대한 관심을 올리기 위해서는 총학생회 투표를 통해, 학생자치 참여를 통해 많은 것을 바꿀 수 있다는 것을 학생들이 체감해야 한다.

실제로 반값등록금이 화두가 됐던 2011년 서울시장 보궐선거와 바로 다음에 이루어진 2012년 19대 국회의원 총선에서는 20대의 투표율이 큰 폭으로 올랐다. 많은 언론들은 반값등록금과 관련된 20대 정치참여가 높은 투표율로 이어졌고, 이것이 19대 총선에 영향을 미쳤다고 평가했다. 학생자치가 성공하기 위해서는 이와 비슷한 정치 효능감을 심어줘야 한다.

2019년은 4년 만에 정기 선거에서 총학생회가 선출되었다. 올해 학생자치는 기존보다는 나은 상황에서 출발하게 됐다. 이를 이어나가는 것은 학생회와 학생들의 몫이다.


이정혁 기자 coconutchips01@uos.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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