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조현병 등 심신미약과 관련한 사건이 잇달아 발생하며 심신미약 감형의 당위성이 다시 한 번 도마 위에 오르고 있다. 지난달 17일 새벽 경남 진주시의 한 아파트에서 안인득(42)씨가 불을 지른 뒤 대피하는 주민들에게 흉기를 휘둘러 5명이 숨지고 13명이 다쳤다. 안씨는 2010년 정밀 정신감정을 통해 ‘편집형 정신분열증(조현병)’ 진단을 받은 적이 있어 심신미약 감형에 대한 우려가 나왔다.

또한 지난달 10일 서울 성신여대입구역 인근 거리에서 행인에게 흉기와 허리띠 등을 휘둘러 3명을 다치게 하고, 성북구청에서도 허리띠를 휘둘러 1명을 다치게 한 혐의로 기소된 안 모(56)씨가 정신장애 2급으로 인한 심신미약을 인정받아 형량을 감경받았다. 대검찰청 범죄분석에 따르면 살인범행 당시 정신장애가 있는 피의자의 비율은 점차 늘고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2015년엔 7.5%, 2016년엔 7.9%, 2017년엔 8.5%로 증가하고 있다.

법적 책임능력이 결여된 심신미약자

심신미약이란 형법상의 개념으로, 심신장애로 인해 사물을 변별할 능력이나 스스로 의사를 결정할 능력이 미약한 상태를 뜻한다. 형사사법체계는 ‘인간은 자유의사를 가지고 있다’는 전제를 중심으로 한다. 따라서 법의 규범적 의미를 이해하고 이에 따라 어떤 행위를 하는 능력인 ‘책임능력’의 결여가 있는 경우에 책임을 물을 수 없도록 하거나(책임 조각), 이러한 능력이 미약한 경우에는 책임을 감경하는 제도를 두고 있다. 이는 ‘책임이 없는 자에게 형벌을 부과할 수 없다’는 책임주의 원칙에 따른 귀결이다. 심신장애 역시 마찬가지로, 범죄행위 당시 판단 능력이 결여됐다면 해당 범죄에 대한 책임을 전적으로 물을 수 없다.

형법에서 ‘심신장애인’은 심신장애의 생물학적 요소로 인해 사물변별능력, 의사결정능력 등의 심리적 요소가 결여되거나 미약한 사람을 의미한다. 이는 법률적 개념으로 형법 제10조에서 심신상실자와 심신미약자로 구체화해 법원이 규범적으로 판단하도록 하고 있다. 형법 제10조는 제1항에서 ‘심신장애로 인해 사물을 변별할 능력이 없거나 의사를 결정할 능력이 없는 자의 행위는 벌하지 아니한다’라고 명시해 ‘심신상실자’를 책임무능력자(책임조각사유)로 본다. 동조 제2항에서 ‘심신장애로 인해 전항의 능력이 미약한 자의 행위는 형을 감경할 수 있다’라고 해 ‘심신미약자’는 한정책임능력자(책임감경사유)로 보고 있다.

행위자의 생물학적 요소에 대한 자료를 통해 심리적 요소의 정도를 판단해 범행 당시의 책임능력을 결정하는 이 방법은 독일형법, 스위스형법, 미국 모범형법전, 일본형법 등이 사용하고 있다. 그 중 일본은 심신상실과 심신미약 등 우리나라의 형법과 유사한 규정을 두고 있다. 하지만 감정제도에서 명확한 기준을 마련하고 있다는 차이가 있다.

▲ 묻지마 폭행 피해자가 심신미약 감형을 반대하는 청원을 진행 중이다.

심신미약, 생물학적 요소와 심리적 요소 고려해 법관이 판단

심신미약을 판단함에 있어 생물학적 방법과 심리적 방법을 사용하고 있다. 생물학적 요소인 ‘심신장애’ 여부를 조사하기 위해 형사소송법 제171조 제1항, 제3항, 제4항에서 법원은 피고인의 정신 또는 신체에 관한 감정이 필요한 때에 기간을 정해 병원 등의 적당한 장소에 피고인을 유치하는 강제처분을 할 수 있다. 형사소송법 제171조 제1항, 제3항에서 감정보고는 감정의 결과에 대한 판단의 이유를 명시해 서면으로 제출하게 하도록 명시하고 있다.

심리적 요소를 사물변별능력 또는 의사결정능력으로 구분하는 입장에 의하면 ‘사물변별능력’은 행위자가 자신의 행위와 그 결과를 이해할 수 있는 지적 능력이다. 이는 행위의 불법을 통찰할 수 있는 능력이나 스스로의 행위의 성격과 의미를 알고 시비를 가릴 수 있는 능력과 같다. ‘의사결정능력’은 사물을 변별한 바에 따라 의사결정을 해 자기의 행위를 통제할 수 있는 능력이다. 불법에 대한 통찰에 따라 행동할 수 있는 능력, 자신의 행동을 통제할 수 있는 능력 그리고 자신의 행동을 법의 요구에 따르도록 하는 능력과 유사하다.

현재 심신미약에 대한 판단은 법관이 전문가의 감정을 참고자료로 삼아 제반 사정을 종합해 경험칙에 비춰 규범적으로 판단하고 있다. 심신미약여부는 법률문제로서 법관이 판단해야 한다는 취지인데, 어느 사건에나 반드시 동일하게 적용되는 하나의 기준은 존재하지 않는다. 법률사무소 지호의 부대표 이상훈(법전원 10) 변호사는 “심신미약여부를 법관이 판단하는 것은 입법자가 범죄를 어떻게 처벌할지 정하고, 법관이 실제의 각 사안에 따라 구체적으로 해석하고 적용하는 현행구조 상 당연하다. 따라서 심신미약 규정을 해석하고 적용하는 판례의 역할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법관의 규범적 판단, 문제될 가능성 낮아

심신장애의 유무 및 정도의 판단은 법률적 판단으로서 반드시 전문감정인의 의견에 기속돼야 하는 것은 아니다. 정신분열증의 종류와 정도, 범행의 동기, 수단, 범행 전후의 피고인의 행동, 반성의 정도 등 여러 사정을 종합해 법원이 독자적으로 판단할 수 있다. 따라서 심신장애 여부에 관한 법관의 자의적인 해석이 개입될 여지가 있다.

그러나 이 변호사는 “판례가 생리기간 중의 도벽 등과 같은 감정이나 우울성 인격장애, 충동조절장애와 같은 성격, 의지적 결함을 원칙적으로 심신장애로 보지 않고, 정신적 장애가 있더라도 범행 당시 정상적인 사물변별능력이나 행위통제능력이 있었다면 심신장애로 볼 수 없다고 하는 등 심신장애 여부를 아주 엄격하게 판단하고 있다”며 “따라서 법관이 재량을 남용하거나 자의적으로 판단해 실체적 진실과 괴리된 판결을 선고하는 경우는 드물다. 실제로도 심신장애 주장이 반영돼 감형되는 경우는 약 19% 정도에 불과하다”고 전했다. 그는 “물론 이 수치 중 단 한 건의 재판이라도 ‘가짜 심신장애자’를 감경시켜줬다면 그 법률과 제도에 대한 비판은 정당하다”고 덧붙였다.

심신미약자에게 엄격해지는 사회

최근 서울 강서구 pc방 살인사건, 강남역 살인사건, 2020년 만기출소 예정인 조두순 사건 등을 계기로 우리 사회 전반에 심신미약에 대한 엄격한 판단을 요구하는 분위기가 형성되고 있다. 끔찍한 범행을 저지르고도 ‘정신질환이 있다’, ‘술에 취한 상태였다’ 등의 이유로 감형을 받는 것이 타당해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심신미약과 관련된 국민청원 및 제안은 5월 5일 기준 2,734건이다. ‘범죄자 조두순의 출소를 강력히 반대합니다’, ‘심신미약 등의 판정을 얻기 위해 조현병으로 둔갑하려는 강력범죄자들을 엄벌하여 주세요!’ 등의 청원은 심신미약 감형에 대한 국민적 반감을 보여준다.

이에 이 변호사는 “심신미약 감형은 헌법적 근거에 따른 규정으로 헌법정신을 담고 있기 때문에 함부로 삭제해서는 안된다. 오히려 그 적용에 있어 의사 등 전문가의 감정절차의 효율성을 제고하고 관리·감독 체계를 강화해 재범을 막는 것이 바람직한 해결책이다” 라고 말했다. 덧붙여 그는 “우리 형법 제10조에서 ‘심신장애로 인하여’라고 해 심신장애를 다소 추상적으로 규정하고 있다. 감정전문가의 감정의 의무성 여부에 대해서도 법률의 규정이 없고, 이에 대한 대법원의 입장도 뚜렷하지 않다”고 밝혔다. 따라서 이 변호사는 “심신장애에 대해 병적인 정신병, 기질적인 정신장애 등 구체적으로 규정하고 의사결정이나 사물변별능력의 장애 내용을 구체화시키는 작업이 필요하다. 또한 생물학적 요소인 ‘정신장애’에 대한 전문가의 감정을 필수적인 절차로 규정하고 관련 인력과 전문성을 보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우리는 과연 무엇에 엄격해야 하는가

이 변호사는 “대중은 ‘가짜 책임무능력자, 제한능력자’를 양산할 수 있는 제도의 허술함, 대중에게 신뢰를 주지 못하는 법관의 태도, 심신미약자의 재범을 막지 못하는 교정·교화시설을 비난해야 한다”며 “비난, 처벌해서는 안 되는 자를 보호하기 위한 규정을 삭제하는 쪽으로 나아가서는 안된다”고 주장했다. 그는 “우리 헌법정신은 전시가 아닌 한 ‘질서’가 아닌 ‘자유’와 ‘행복’을 지향하고, 자신이 지은 죄의 양과 책임만큼 처벌받아야 한다는 것 역시 헌법원칙 중 하나이기 때문이다”고 전했다.


참고: 신관우, 「心神障碍人 판단에 대한 검토 -2018년 형사판결의 분석을 중심으로-」, 2019.


박은혜 기자 ogdg01@uos.ac.kr


 

저작권자 © 서울시립대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