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72회 칸영화제가 지난 25일을 끝으로 폐막했다. 이번 칸영화제에서 유독 관심을 끌었던 것은 봉준호 감독의 <기생충>이 최고상인 황금종려상을 거머쥐었다는 소식이었다. 올해는 1919년 한국 최초의 영화인 <의리적 구토>가 서울 단성사에서 상영된 이래 한국영화의 100주년을 맞는 해였기에 이 소식은 더욱 반가웠다.

우리나라 영화산업의 규모는 세계 영화시장 전체인 411억 달러 중 16억 달러다. 이는 미국, 중국, 일본, 영국에 이어 5위에 해당한다. 양적으로는 세계적인 수준이지만, 양적 성장에 비해 질적으로는 뚜렷한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

김기덕 감독이 2012년 베니스영화제에서 <피에타>로 황금사자상을 수상한 것을 제외하면 세계 3대 영화제인 베를린영화제, 베니스영화제, 칸영화제에서 최고상을 수상한 경력이 없었다. <기생충>의 황금종려상 수상은 한국영화가 양적으로 뿐 아니라 질적으로도 상당한 수준에 이르렀다는 방증이 될 수 있다.

<기생충>의 칸영화제 수상 소식은 영화 자체보다 영화를 읽는 방법에 대한 호기심을 불붙였다. 심사위원들은 <기생충>에서 무엇을 봤을까. 영화 속 숨은 의미를 찾아내고 그 의미들을 삶과 연결 짓는 것이 아름다워 보였다. 영화라는 매체를 똑똑하게 소비하는 관객이 되고 싶었다. 그래서 문학평론가 신형철의 영화 평론집인 「정확한 사랑의 실험」을 펼쳤다. 영화에 대한 비평이기에 비평 대상이 되는 영화를 보지 않았다면 책의 내용이 다소 생소할 수 있다. 그러나 애초에 이 책의 목적은 영화 자체를 내적으로 해부하는 것이 아니라 영화를 관객의 삶과 이어주는 것이기에, 그러한 염려는 금세 사그라든다.

저자가 영화를 구석구석 살펴본 뒤 꼼꼼하게 써내려간 비평은 영화를 보는 새로운 시각을 보여준다. <로렌스 애니웨이>와 <가장 따뜻한 색, 블루>를 비교한 글 ‘정확한 사랑의 실험’을 읽는다. “우리가 특정한 존재에게 짧은 이름을 붙이려고 하면 할수록 우리는 더 많이 폭력적인 존재가 되는 것일지도 모른다”와 같은 문장에는 무작정 밑줄을 긋고 싶어진다. 박찬욱 감독의 <스토커>를 성장과 살인의 상징적 의미를 밝히며 이 영화가 ‘성장에 관한 하나의 은유’라고 설명하는 대목은 명쾌하다.

편의상 20편의 영화가 사랑의 논리, 욕망의 병리, 윤리와 사회, 성장과 의미라는 테마에 각 5편 씩 묶여있기는 하지만 책에서 이야기하는 22편의 영화(부록 2편포함) 모두 결국 누군가의 삶에 관한 영화다. 「정확한 사랑의 실험」에는 22편의 인생에 대한 아름답고 정확한 해석이 담겨져 있다. 책을 읽다보면 영화에 대한 글이 영화 자체보다 흥미로울 수 있을까라는 질문에 ‘그렇다’라고 대답하고 싶어진다.


김세훈 기자 shkim7@uos.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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