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네스 배 NGI 대표 인터뷰]


▲ 케네스 배 NGI대표가 인터뷰에 응하며 미소를 짓고 있다.

지난 7월 31일, 관악구의 한 임대아파트에서 탈북민 한 모(42) 씨와 그의 아들(6)이 숨진 채 발견됐다. 경찰은 여러 정황 상 아사라고 추정하고 있다. 이들은 사망한 지 약 두 달 만에 수도검침원에 의해 발견됐다. 이로 인해 ‘탈북민이 우리사회의 사각지대에 놓여 있는 것이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북한에서 기본적 인권을 유린당하고, 탈북과정에서 여러 위협에 처하고, 남한 정착후에는 무관심 속에 살아가는 ‘그들’. 서울시립대신문에서 그들의 인권과 청년 세대속 탈북민에 대해 짚어보기 위해 케네스 배느헤미야 글로벌이니셔티브(이하 NGI) 대표를 만났다. 그는 북한에 억류됐다가 석방된 한국계 미국인으로 2012년 11월 3일 북한에서 체포됐고, 2014년 11월 9일 735일만에 구출됐다. 이후 그는 2017년 북한 인권 개선과 한반도 통일을 위한 비정부기구(NGO) NGI를 설립했다.


NGI는 어떤 단체인가
NGI는 난민을 돕기 위해 미국에서 시작됐고 특별히 탈북난민을 우선으로 위하는 단체다. 우리 단체는 북한에 있는 사람도 돕고, 북한을 떠난 사람도 돕고 한국에 정착하는 사람도 돕는다. 이들은 각각 북한주민, 탈북난민, 탈북민이다. 똑같은 하나의 집단처럼 보이지만 모두 다르다. 북한주민은 여전히 북한에 사는 사람을, 탈북난민은 탈북해서 중국으로 나온 사람을, 탈북민은 한국에 정착하는 사람을 일컫기 때문이다.
먼저 북한주민 지원사업으로 강화도에서 조류가 세질 때 쌀, 라디오, USB, 편지, 성경 등을 물길에 띄워 북한 황해도로 보낸다.
탈북난민 구출사업으로는 탈북난민들이 북한에서 중국을 거쳐 한국으로 오는 길을 재N정적으로 지원한다. 작년부터 올해까지 89명을 구출했다. 올해 300명을 구출하는 캠페인을 진행 중인데 내년까지 진행할 예정이다.
마지막으로 탈북민 정착지원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구출한 탈북민에게 끝까지 관심을 기울이고, 정착을 수월하게 할 수 있도록 돕는다. 느헤미야 글로벌 센터를 통해 교육, 상담 등을 진행한다. 탈북청소년을 위해 영어 1:1 교육, 컴퓨터 교육을 진행하고 학교공부 등 학습을 도와주며 상담도 한다. 또한 여름에는 남한의 청소년, 북한에서 태어난 청소년, 중국에서 태어난 청소년이 모여 영어도 배우고, 먹고 자는 등 여러 일을 함께겪는 여름통일캠프를 진행한다.


북한주민의 인권 유린에 대해 과장됐다고 이야기하는 사람들이 있다. 북한주민 인권의 현주소는 어떠한가
북한에서 기본적인 인권 유린은 말할 수도 없이 빈번하게 일어난다. 북송돼서 폭력과 성폭행으로 고생하는 것뿐만 아니라 북한에서 산다는 사실 자체가 인권 유린이다.
북한은 기본적인 인권이 보장되지 않는 나라기 때문이다. 북한주민들은 우리가 당연히 누리는 표현, 직업선택, 신앙·종교, 주거·이동 등의 자유가 박탈된 채 살아간다.
북한에는 출신 성분이라는 것이 있다. 만약 어떤 사람의 할아버지가 국군 포로였다면 그 사람은 아무리 공부를 잘해도 대학교도 못 가고, 탄광에서 노동해야 하는 운명이다. 집안 성분이 적대계층이라면 북한 정권에서 좋은 직업을 주지 않는다. 또한 그들은 자기 도시에서 도소재지로 갈 때도 통행증이 필요하고 도소재지에서 평양으로 갈 때에도 통행증이 있어야 한다. 통행증이 없으면 못 움직이고 통행증이 없는 채로 돌아다니다가 들키면 불순분자로 잡혀간다. 한 국가의 수도인 평양에 그 나라의 국민이 마음대로 드나들 수 없다.
북한 외국인 병원에 입원했을 때 그 곳에 새로운 원장이 부임했었다. 그 원장은 새 병원건물을 짓는 사업을 추진했다. 그런데 이공사비용을 그 병원에서 일하는 간호사, 의사들이 충당하고 건물도 그들이 직접 지었다. 낮에는 진료를 보고 밤에는 벽돌을 나르는 것이다. 추가근무 수당도 없는 무임금 노동이었다.
북한을 떠나는 사람 중 많은 수의 사람들이 잡혀 북송 당한다. 북한은 ‘이 사람들은 공화국의 법을 어겼기 때문에 국민의 자격이 없다’며 그들에게 인간 이하의 대접을 한다. 국민의 자격을 잃어버린 범죄자에게는 더 이상의 인권도 보장되지 않는 것이다. 그래서 북한 교화소 안에서 북한주민들은 폭력을 당하고, 굶고, 병든다. 교화소에서 5년 생활하면 살아 나오는 사람이 없다는 말이 있을 정도다.
때로는 북한 인권과 관련해 과장된 사건이 있을 수 있다. 설령 그렇다고 해도 내가 직접 본 북한은 기본적 인권 유린이 빈번하게 일어나는 나라였다. 통일부 북한인권기록센터에 이와 관련해 기록된 사례만 해도 수천 건이다.
우리는 이러한 사실을 알고 조용히 있으면 안 된다. 북한주민은 스스로 말할 수 없기 때문에 우리가 이들의 목소리가 돼 전 세계에 알려야 한다. 우리의 목소리가 모아질때 UN이 북한정권에 직접적인 제재를 가하고 여러 나라들이 북한에게 인권을 개선하라고 요구하는 계기가 되는 것이다. 북한정권도 국제사회에서 비판받는 것을 원하지 않기 때문에 북한주민들의 인권이 조금씩 개선될 수 있다.


 

탈북 과정에서 인신매매가 발생하기도 하는가
북한주민들이 생활고로 중국에 팔려간다. 이들은 대부분 여성이라 팔려간 뒤 대개 원하지 않는 결혼을 한다.
이들을 산 남편들은 대체로 제대로 된 방법으로는 장가를 가기 어려운 사람들이다. 그래서 60대의 노인에게 18살 탈북 청소년이 팔려가는 일들이 발생하고 여러 번 팔려 5명의 남편을 통해 4명의 아이를 가지는 일도 발생한다.
또한 이러한 결혼은 법적 효력이 있는 결혼이 아니다. 중국에서 탈북난민이 아이를 낳고 10여 년 살아도 중국 공안이 잡아가면 북송을 당한다. 지금도 약 10만 명의 탈북민이 중국에서 숨어 지낸다. 이렇게 탈북난민들이 인신매매 당하는 일이 20여 년간 지속돼 왔고, 지금도 이뤄지고 있다. 국제적으로 크게 이슈가 돼야 할 문제다.


최근 탈북민 모자가 서울시에서 아사로 추정되는 죽음을 맞이한 사건이 있었다. 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가
탈북민에 대한 무관심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사례다. 만약 누군가라도 이 모자와 관계가 형성돼 있었다면 이런 일이 발생하지 않았을 것이다. 안타까운 사건이고 이러한 일이 발생했다는 사실에 탈북민들은 분노하고 있다. 정부입장에서도 탈북민 사회복지에 대해 경각심을 가지게 되는 사건이었다. 남한 사람들이 탈북민에 대해 더욱 관심을 가지고 그들을 외면하지 말아줬으면 하는 바람이다.


탈북 청소년들은 대학교를 어떻게 진학하는가
북한에서 온 탈북 청소년들은 두 경우로 나뉜다. 먼저 북한에서 태어난 경우가 있다.
만약 고등학교 과정을 다 마치지 못했다면 이들은 검정고시를 본 뒤에 탈북민 특별전형으로 대학교를 입학할 수 있다. 그래서 이들은 대개 대안학교에 가서 검정고시 위주로 공부한다. 반면에 북한에서 태어나 고등학교를 나왔다면 졸업 증명만 할 수 있으면 된다. 졸업을 증명만 할 수 있다면 검정고시를 볼 필요가 없고 수시 전형으로 바로 대학에 갈 수 있다. 북한에서 태어난 35세 미만의 탈북민들은 정부에서 장학금을 지원하기 때문에 등록금을 면제받는다. 또한 공부하는 동안 기초수급자으로 전환이 돼 기초수급비가 나온다.
그러나 중국에서 태어난 경우, 이런 혜택이 주어지지 않는다. 이들은 중국 시민권과 여권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어머니가 남한으로 귀화했다고 하더라도 북한에 서 태어난 탈북민처럼 혜택을 받을 수 없다.
등록금 면제도 없고, 수시로 들어갈 수 있는 방법도 없다. 이들에게는 정시밖에 기회가 없다.


우리대학은 정시에만 탈북자전형(별도의 모집인원 제한 없음)이 있다. 그러나 18-19년도에 이 전형으로 입학한 학생이 없고, 17년도에는 1명이 이 전형으로 입학했다. 이 전형의 입학률이 저조한 이유가 있을까
탈북민들이 정시보다 수시로 진학하는 것이 더 수월하기 때문이라고 생각된다. 대부분의 탈북민들은 타대학의 수시전형 중 하나인 탈북민 특별전형으로 탈북민끼리 경쟁해 대학에 입학한다. 사실상 정시로 지원하는 것이 불리한 점도 있기 때문이다. 또 나라에서 장학금을 지원해주기 때문에 탈북민들은 어느 대학을 가든지 등록금 면제가 된다는 사실도 영향을 끼쳤을 것이다.


탈북 대학생들이 겪는 어려움은 무엇인가
먼저 대한민국 사람들이 탈북민을 바라보는 시선에는 부정적인 시각이 더 많다. 탈북 대학생 중에 그런 차별적인 시선 받기를 원치 않아 본인이 북한에서 왔다고 얘기하지 않는 경우가 많다. 굳이 말해야 한다면 ‘저외국에서 왔어요’라며 교포나 외국에 유학을 다녀온 것처럼 또는 조선족인 것처럼 행동하는 친구들을 많이 봤다. 그들은 우리가 흔히 던지는 ‘고향이 어디에요?’라는 질문 자체를 어려워한다.
두 번째, 대학교에 진학한 후 공부를 못 따라가는 경우도 있다. 탈북민이 대학교의 학업이 어려워 졸업을 못하는 경우가 한국의 일반대학생보다 2배 이상 높다. 수업 내용을 이해 못하고, 영어를 어려워하는 경우들이 많다.


대학생들이 북한주민과 탈북민들의 인권을 위해 할 수 있는 활동이 있을까
일단 북한주민과 탈북민에 대한 관심을 가지는 것이 굉장히 중요한 것 같다. 우리는 북한 정권에는 관심이 있지만 북한주민 2,500만 명의 삶이 어떠한지에 대해서는 관심을 가지지 않는다. 북한에 억류해 있을 때 관심의 힘이 크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17만7천명이 백악관을 대상으로 ‘케네스 배를 데려와 달라’는 청원·서명운동을 했다. 그리고 수많은 사람들이 주지사, 백악관 등에 나의 석방을 요청하는 편지를 썼고, 언론에서도 계속 나에 대해 얘기했다. 그렇게 많은 사람들이 나를 잊지 않고 목소리를 모으자 오바마 대통령이 2014년 국가조찬기도회 때 온 국민 앞에서 ‘케네스 배를 꼭 데려오겠다’고 공포했다.
이후 9개월이 지나 그 약속은 지켜졌다. 한 사람을 위해서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목소리를 높인 덕분에 구출에도 성공했다. 북한주민 2,500만 구출을 위해서 우리는 더 많은 관심을 가지고 더 큰 목소리를 내야 한다. 북한 주민에게 관심을 가지고, 그 관심을 통해 내 옆에 있는 탈북민 한 명, 탈북가정 한 사람을 도울 수 있을 것이다.
관심을 가졌다면 그 관심을 표명해야 한다. 내가 북한에 있을 때 450통의 편지를 받았다. 그 사람들은 편지를 통해 ‘당신을 잊지 않았다’고 전했다. 이런 편지 때문에 내가 버틸 수 있었던 것처럼 우리의 적극적인 표현이 북한주민에게 힘이 될 것이다. 또한 관심을 표현하는 것은 통일한국의 기반이 된다. 우리가 북한주민에게 무관심하다면 이후 그들이 ‘우리가 힘들 때 너희들은 무엇을 했느냐’고 반문할 수 있다. 그렇게 되면 갈등이 반복될 수 있다. 이를 예방하기 위해서라도 우리가 북한주민을 기억하고 돕기 원하고, 그들의 아픔에 공감한다는 것을 표명해야 한다.


대학생이 북한주민과 탈북민에 대한 관심을 표현할 수 있는 활동은 다양하다. 대학생들이 탈북 학생들과 함께 어울려 남북동아리를 만들어 북한주민의 인권에 대해 배우고, 나누는 활동을 할 수 있다. 북한 인권 관련 단체와 연계해 프로그램에 참여할 수도 있다. 또 한 달에 작은 돈이라도 후원해 탈북난민 구출을 도울 수 있다. 직접 봉사에 참여하는 방법도 있다. NGI에서 탈북청소년의 영어 튜터가 될 수도 있고 공부를 가르쳐 줄 수 있다. 이외에도 대학생이 탈북민과 북한주민을 도울 창의적인 방법을 고민해보면 좋을 것 같다. 이와 같이 여러 가지 방법으로 그들에게 실질적으로 도움을 줄 수 있다. 대학생들이 탈북민과 함께 통일을 꿈꾸고 동고동락하면서 그들과 진정한 통일을 이룰 수 있기를 기대한다.


글·사진_ 박은혜 기자 ogdg01@uos.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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