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반사람들에게 있어 법이란 왠지 딱딱하고 어렵게 느껴지는 존재이다. 실제 법을 연구하고 가르치는 입장에서도 법을 제대로 이해하기란 쉽지 않다.
통상적으로 보험료를 꼬박꼬박 내는 중에 보험사고가 발생하면 보험금을 받게 된다.

개인(때로는 법인)은 보험자(통상 보험회사가 된다)와 이러한 내용의 보험계약을 체결하게 된다. 원칙적으로 계약을 체결하는 양쪽이 합의하기만 하면 어떠한 내용의 계약도 가능하다. 그런데 한쪽이 우월한 지위에 있다면 우월한 쪽에서는 자신에게 유리한 내용만을 강요할 것이다. 보험계약도 예외는 아니다. 그래서 보험계약을 체결하는 경우에 보험계약의 내용이 되는 약관을 국가가 감독하게 된다.

그런데 약관에 있는 내용을 모두 다 개인이 이해하지 못할 수가 있다. 그래서 법에서는 보험회사에 중요한 부분에 대해 설명하도록 하는 의무를 지우고 있다. 이를 보험약관의 설명의무라 한다. 이러한 설명의무를 다하지 않으면 그 중요한 부분(보험금을 지급하지 않게 되는 사유에 대한 경우가 많다)이 계약의 내용이 되지 않는다. 만약 계약의 내용이 되었다면 보험회사가 보험금을 지급할 수밖에 없도록 하고 있다.

보험계약자인 개인이나 보험회사 양쪽 모두에게 있어 약관의 어떠한 내용이 설명의무의 대상이 되는지가 매우 중요하다. 이때 “국민은 누구나 법을 알고 있다”는 전제로 설명의무의 대상을 정하는 경우가 있다. 대법원까지 가서 다루어졌던 사안이다. 보험계약자가 트럭에 대해 자동차보험을 들었고, 나중에 트럭에 크레인을 장착하였다.

트럭에 크레인을 장착하면 자동차사고가 발생할 위험이 더 높아지고 보험료를 변경하여야 할 충분한 이유가 되기 때문에 보험계약자가 보험회사에게 이러한 구조변경을 알려주도록 법에서 규정하고 있다. 즉 상법 제652조에서는 ‘보험기간 중에 보험계약자 또는 피보험자가 사고발생의 위험이 현저하게 변경 또는 증가된 사실을 안 때에는 지체없이 보험자에게 통지하여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통지하지 않으면 보험회사가 계약을 해지하여 보험금을 지급하지 않을 수 있다. 그런데 유사한 내용을 보험약관에 규정하고 있었다. 문제는 보험약관에 규정된 위 내용을 보험회사가 설명을 하지 않았던 것이다.

대법원에서는 “이미 법령에 의하여 정하여진 것을 되풀이하거나 부연하는 정도에 불과한 사항이라면 그러한 사항에 대하여서까지 보험자에게 명시·설명의무가 인정된다고 할 수 없다”고 하였다.

보험회사가 설명하지는 않았지만 법률과 정관에 규정된 보험계약자의 크레인 장착사실에 대한 통지의무가 인정된다는 것이다. 대법원에서는 보험계약자가 이러한 의무를 하지 않았으므로 보험회사가 자동차보험계약을 해지하여 보험금을 지급하지 않아도 된다고 결론 내렸다.

이러한 판례에서도 알 수 있듯이 법을 모르면 경제적 불이익을 감수해야 한다. 법은 어려워서 몰라도 되는 것이 아님을 위 사례를 통해서 알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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