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심코 학교를 걷다 보면 담쟁이덩굴에 뒤덮인 건물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습니다. 그때마다 오래된 건물에 이끼처럼 붙어있는 담쟁이의 끈질긴 생명력과 그 위엄에 감탄을 금치 못했습니다. 회색으로 짜인 건물과 도로 사이에서 자라나는 담쟁이는 각박한 세상에서 구원의 손길을 내밀며 사람들에게 잠시나마의 휴식을 제공합니다. 그럼 우리에게 이로운 담쟁이와 더 가까워지는 시간을 가져보도록 할까요?

▲ 창공관을 뒤덮은 담쟁이덩굴의 모습. 단풍이 들고 있다.

담쟁이덩굴은 포도과의 낙엽 활엽수입니다.
줄기에 덩굴손이 있어 담이나 나무에 달라붙어 올라가며 심장 모양의 잎은 끝이 세 쪽으로 갈라지고 톱니가 있습니다. 담쟁이덩굴은 6∼7월에는 작은 꽃도 피고 8∼10월에는 머루같은 검은 열매도 열립니다. 가을에는 빨갛게 단풍이 들어 보는 이의 마음도 하늘거리게 하는 알찬 녀석입니다.

줄기는 10m 이상 길게 사방으로 뻗고 잎과 덩굴손이 줄기 마디마디 마주 붙어 납니다. 포도나 장미 같은 여타 감기형이나 기대기형 덩굴식물은 보조 기구 없이는 벽을 오를 수 없습니다. 하지만 흡착형 식물인 담쟁이가 벽에 꼭 붙어 있을 수 있는 것은 바로 이 문어발 같은 덩굴손이 있기 때문입니다. 덩굴손 끝의 둥근흡착근은 나무, 바위나 벽돌은 물론 금속에 도 붙고, 한 번 붙으면 잘 떨어지지도 않습니다. 이번 태풍에도 끄떡 없었으니 알만하네요.

▲ 우리대학 담쟁이덩굴의 초록색 열매가 익어가고 있다.

담쟁이덩굴은 속성수이기 때문에 매우 빨리 자라 순식간에 가지가 길게 뻗어 나갑니다. 지역과 토양상태 및 식재 환경과 보조자재에 따라 다르지만 대략 1년에 2m 이상 등반합니다. 시간만 들인다면 20~30m는 물론 50m를 넘게 등반하는 것도 충분히 가능합니다. 창공관, 자연과학관, 대강당, 미디어관, 대학본부 등 많은 건물들에 담쟁이덩굴이 높이 올라가 있음을 볼 수 있습니다.

심지어 담쟁이덩굴은 도시화된 공간에 녹지를 조성하는 데 도움이 됩니다. 녹화란 산이나 들 따위에 나무나 화초를 심어 푸르게 함을 이르는 말입니다. 벽면녹화는 건물의 벽면, 옹벽, 석축 따위에 식물을 키워 경관 향상, 도시 열섬 완화, 생물 서식 공간 확보를 하는 것을 말합니다.

광합성 시 잎 뒷면에서 물이 기체 상태로 배출되는 증산작용은 밀집된 도시에서 발생하는 열섬현상을 해소하는 데 도움이 됩니다. 내리쬐는 태양 복사열을 막고 일사를 차폐해 건물의 단열성도 향상시켜줍니다. 연구결과에 따르면 일사량이 5% 감소된다고 합니다. 국립원예특작과학원에 따르면 건물 외벽이 식물이 없는 상태에 비해 0.4-0.9℃ 낮은 표면 온도를 나타냈다고 합니다. 식물에 호흡을 통한 대기 질 향상 또한 기대할 수 있습니다. 소음 저감에도 효과가 있습니다. 콘크리트 벽이 70~85%의 소리를 반사하는 것에 반해 녹지화된 벽은 30~50%의 소리를 반사하기 때문에 흡음효과를 기대할 수 있습니다.
벽면녹화에는 담쟁이덩굴이 아래에서 위로 올라가는 방법도 있지만, 반대로 옥상에 식재기반을 설치하여 담쟁이덩굴의 줄기를 위에서 밑으로 내리는 하수형 벽면녹화 방법도 있습니다.

물론 담쟁이로 인해 건물이 무너진 사례는 아직 없지만, 지속적인 관심과 주의가 필요합니다. 만약 건물 벽에 균열이나 틈이 발생한다면 담쟁이의 뿌리가 마구 파고들어 내부로 침입하여 손상을 줄 수 있기 때문입니다. 또한 무성하게 자랄 경우 하중이 많이 나가 벽이 무너지거나 덩굴이 낙하할 가능성도 있습니다. 그래도 높이가 있는 직사각형 건물의 경우 옥상의 면적대비 벽면의 면적은 5배 이상 됩니다. 이는 관리만 잘하면 벽면녹화가 도시 속에서 녹지를 효율적으로 넓히는 데 도움이 된다는 뜻입니다. 생태계의 안정과 정신적 피로를 완화시켜주는 담쟁이, 다음에는 좀 더 반갑게 맞이할 수 있겠죠?


글·사진_ 손용원 기자 ywson51@uos.ac.kr
참고자료: 김원태, 『알아야할 벽면녹화의 Q&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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