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스앤젤레스의 남쪽에는 가난한 사람들이 사는 지역이 넓게 퍼져있다. 일요일에 예배를 마치고 돌아오는 길이었다. 그 길은 왕복 8차선의 넓은 길이었고 그 시간은 교통량이 많은 때가 아니었는데, 차들이 전혀 움직이지 못하고 50미터가 넘게 도로에 서 있는 것이었다.

이상해서 앞을 보니, 멀리 있는 기차 건널목의 차단기가 내려져 있는 것이 보였다. 차단기가 고장 나 있던 것이었다. 5분을 넘게 기다려도 기차가 오지않고 차단기도 올라가지 않아서 고장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 건널목에는 상근 직원도 없었다.
어떤 차도 지나갈 수 없었기 때문에, 고치는 직원이 올 때까지 몇 십 분간 계속 기다려야 하는 상황이었다. 조바심이 나기 시작했다. 그런데 잠시 후 차단기가 올라가고 차들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자동차 행렬의 제일 앞 사람이 차에서 내려, 손으로 차단기를 올려주어 다른 차들이 갈 수 있도록 한 것이다.

차단기를 올린 사람이 손을 떼면 다시 내려오기 때문에 그 사람은 계속해서 누르고 서 있어야만 했다. 누군가가 교대해 주지 않으면 그 사람은 계속 그 자리에 있어야 할 것이었다. 바로 그 순간 다른 사람이 차를 멈추고 차단기 올리는 일을 교대해 주었다. 나는 안심이 되었다.

그 사람들이 이러한 경우의 대처 방법을 특별히 배웠을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다만 그들은 그렇게 하는 것이 모두를 위해서 옳은 일이라고 생각하여 실행한 것이고, 자신이 그 일을 하면 다른 사람들이 와서 도울 것이라고 믿었을 것이다.

사실 차단기를 올려야 한다는 생각이야 누구인들 하지 못 하겠는가? 정말 중요한 것은 실행에 옮기는 것이다. 그 지역은 부유하거나 교육을 많이 받은 사람들이 아닌 평범한 사람들이 사는 곳이었다. 구성원 간에 강한 상호 신뢰가 있기에 평범한 사람들이 이 같은 일을 행할 수 있었을 것이다. 내가 옳다고 믿는 일을 행하면 누군가 나와 같은 생각을 하는 사람이 도와줄 것이라는 믿음 말이다.

우리 나라는 선진국의 대열에 진입하기 시작했고 통신 인프라는 세계 최고이다. 그러나 선진국들과 비교하면 무엇인가 부족한 것 같다. 나는 그 부족한 것이 구성원 간의 약한 상호 신뢰라 생각한다. 상호 신뢰가 강한 사회에서는 어렵더라도 옳은 일을 행하면 다른 사람들이 도와줄 것이라고 믿는다. 반대로 상호신뢰가 결핍된 사회에서는 운전할 때 교차로에서 진입 양보도 할 수 없게 된다.

왜냐하면 나는 하루 종일 교차로를 지날 수 없기 때문이다.
선진국으로 가기 위해 중요한 것은 2만불의 소득이 아닌 것 같다. 정말로 중요한 것은 이웃 중에 나와 같이 생각하는 사람들이 있어서 내가 올바르게 행할 때 그들이 도와서 같이 그 일을 행할 것이라는 믿음을 사회 구성원들이 갖게 하는 것이다. 자라나는 학생들이 그런 생각을 하게 만들고 어른들이 그런 자세를 갖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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