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2월 「서울시립대학교 대학평의원회 규정」이 제정되면서 우리대학에도 대학평의원회 활동이 시작됐다. 우리대학 평의원회는 다른 대학에 비해 민주적으로 구성됐다. 하지만 서울시립대신문은 구성 이후 대학평의원회가 행정지원미비로 인해 그 역할을 제대로 해내지 못하고 있다는 점을 지난 3월 제727호 3면 심층 보도기사 「깜깜이 대학평의원회… 회의록 공개 안돼·행정 지원 미비」를 통해 보도한 바 있다. 5개월이 지난 지금 우리대학 대학평의원회의 문제점과 앞으로 나아갈 길에 대해 다시 한번 살펴봤다.

민주적인 대학 정책 결정을 위한 ‘대학평의원회’

대학평의원회(이하 평의원회)는 대학 내 구성원들의 의사결정을 대학 정책에 반영하기 위해 도입된 제도로, 대학본부 최고 의사결정 기구인 교무위원회에서 통과된 각종 안건을 심의하는 역할을 맡는다. 보직을 맡은 교수로 이뤄진 교무위원회와는 다르게 평의원회는 교수뿐만 아니라 직원, 학생 등 다른 구성원을 포함하고 있다.

현재 우리대학 평의원회는 5명의 교수, 4명의 직원, 3명의 학생과 1명의 동문으로 이뤄져 있다. 가장 많은 의석을 차지하는 교수의 수가 40%에 미치지 못한다. 다른 대학교의 평의원회 교수 구성 비율이 법정 제한인 50%에 가깝다는 점을 고려하면, 우리대학 평의원회는 서로 다른 지위에 있는 평의원들의 의견을 공정하게 조정할 수 있도록 만들어진 편에 속한다. 지난 2월부터 교수 대표 평의원을 맡고 있는 황은성 교수회장은 “우리대학은 시에서 감사를 진행하기 때문에 평의원회의 감시 기능이 발휘될 수 있을 만한 부분이 적다”면서도 “평의원회는 다양한 구성원이 모여있다는 특성이 있어 구성원 각 집단 간의 소통창구 역할을 훌륭히 해낼 수 있다”고 말했다.

늦게 공개됐고, 부족한 회의록

일각에서는 평의원회가 구성됐음에도 제대로 된 역할은 하지 못한다는 지적도 있다. 민주노총공공운수노조 전국대학원생노동조합지부 서울시립대분회(이하 시립대 대학원생 노조) 사무장을 맡고 있는 김래영(법학과 박사과정) 씨는 “우리대학 평의원회는 민주적 구성에도 불구하고 운영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 것으로 보인다”며 문제를 제기했다.
대표적인 사례가 바로 회의록이다. 평의원회에 대해 규정하고 있는 ‘고등교육법 시행령’ 제9조의2 제3항은 ‘대학평의원회 회의가 있은 날의 다음 날로부터 10일 내로 학교의 인터넷 홈페이지에 대학평의원회 회의록을 올려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우리대학 평의원회를 위해 별도로 마련된 규정인 「서울시립대학교 대학평의원회규정」에서도 회의록 공개에 대해 같은 내용을 찾아볼 수 있다.

이와 같은 내용은 지난 3월 보도에서 이야기된 바 있지만, 평의원회 강영덕 당시 사무총장은 “평의원회 전용 홈페이지가 만들어진 뒤 회의록을 공개하고자 했으나, 홈페이지 제작이 늦어져 회의록을 공개하지 못했다”고 해명했다. 현재 이뤄진 회의록 공개는 신임 이성호 평의원회 의장 임기 중에 시행한 일이다. 그러나 김 사무장은 “평의원회 별도 홈페이지 구축이 늦어지는 것과 회의록을 공개하지 않는 것은 별개의 문제”라반박하며 “별도의 평의원회 홈페이지가 아닌 기존에 존재하는 홈페이지에 게시하면 된다”고 이야기했다. 또한 김 사무장은 “우리대학에 회의록 정보 공개를 청구했으나 적절한 답변을 받지 못했다”고 이야기했다.

이후 지난 5일, 그동안 제대로 공개되지 않던 평의원회 회의록 7건이 학교 홈페이지를 통해 공개됐다. 별도의 평의원회 홈페이지가 아닌 학교 홈페이지 게시판을 이용한 것이다. 이마저도 회의록보다는 단순한 회의 결과보고에 가까웠다. 기자가 입수한 서울대학교 평의원회 회의록과 우리대학 평의원회 회의록을 비교해보면, 안건별로 상세한 설명이 돼 있는 서울대 평의원회 회의록과 달리 우리대학 평의원회 회의록은 일부 안건에 발언 요지가 쓰여있을 뿐 상세한 회의내용이 기재돼 있지 않다.

또한 대학규모의 차이로 인해 직접적인 비교는 불가능하지만 우리대학과 서울대학교의 평의원회 규정을 살펴보면, 서울대학교의 평의원회 규정이 우리대학보다 상세히 돼있음을 알 수 있다. 이에 대해 해당 회의록을 작성한 강영덕 전임 사무총장은 “우리대학 재정위원회 회의록과 같이 발언 내용을 상세하게 기록하기 위해 회의 내용을 녹취했다”면서 “녹취록을 문서화 할 행정직원이 없어 혼자 업무를 처리하다보니 회의록을 상세히 작성하지 못했다”고 사정을 밝혔다.

또한 지금까지 작성된 평의원회 회의록 중 공개되지 않은 회의록이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회의록이 공개된 지난 5일까지 평의원회 회의는 총 14번 진행됐다. 그러나 기간이 지나 공개 의무가 있는 13건의 회의록 중 7건의 회의록만이 공개됐다. 강 전 사무총장은 “작성한 회의록 모두를 인수인계 당시 전달했다”며 “그 가운데 서면심의로 진행한 6건의 경우 회의록이 아직 공개되지 않았다”고 이야기 했다. 이에 대해 이 의장은 “인수인계받은 평의원회 회의록을 모두 공개했던 것으로 파악하고 있었다”며 “추후 추가적인 회의록을 인수받는 즉시 공개하도록 하겠다”고 이야기했다.

 
행정지원 미비는 여전… 제대로 정착하지 못한 시스템

회의록 작성 및 공개를 규정하고 있는 고등교육법 시행령을 어기게 된 것은 규정이 명확하지 않아 학교가 행정적 지원을 적극적으로 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황은성 교수회장은 “지난 총장 재임기에 평의원회가 설립된 이후 집행부가 바뀌고, 대학본부에서 평의원회 업무를 담당하는 팀장의 전근으로 인해 학교 측 담당 직원이 없었던 것”과 “대학본부 측에서 평의원회를 지원할 근거 규정이 부족해 대학본부에서 적극적으로 나서기 어려웠던 것”을 행정 업무가 진행되지 못한 이유로 꼽았다.

그럼 지금까지의 평의원회 사무는 어떻게 처리된 것일까. 황 교수회장은 “지금까지의 평의원회 사무 처리는 조교 대표 평의원이었던 강영덕 전임 사무총장이 맡아서 했다”며 “헌신적으로 애를 쓰며 사무직원의 업무까지 처리해준 덕분에 그나마 업무를 처리할 수 있었다”고 이야기했다.

이성호 평의원회 의장은 “지금까지 행정적인 지원이 없었던 것이 사실”이라며 “공립대학이라는 특성상 규정이 명확해야 일을 진행할 수 있는데, 지금은 근거가 명확하지 못해 학교 측의 지원이 적극적이지 못했다”며 해당 규정을 명확하게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이야기했다.

별도의 사무실 마련 및 예산 사용, 본부 측 지원 규정 명확화 등 평의원회 행정을 위해 필요한 조치는 아직 완전히 해결되지 못한 채 남아 있다. 그러나 다행히도 일부 문제는 조만간 해결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지난 16일부로 평의원회 업무를 전담하는 직원이 배치됐다. 사무실 및 집기류 배치 등 실무적인 사안 또한 9월 이내에 마무리될 예정이다.

강화돼야 할 평의원회 위상

행정적인 사무를 처리하는 것 외에, 평의원회가 성공적으로 기능하기 위해 필요한 것은 무엇이 있을까. 이성호 평의원회 의장과 황은성 교수회장 모두 평의원회 홍보 및 위상 강화를 꼽았다. 이 의장은 “당장 평의원회가 어떤 기구인지 아는 사람이 그렇게 많지 않다. 평의원회가 진정한 역할을 하기 위해서는 평의원회가 학교 당국에 바라는 여러 가지 건의사항이 수합되는 창구가 돼야 한다”며 평의원회가 능동적으로 변화해야 한다고 이야기했다.

황 교수회장 또한 “과거 학생식당 가격 인상과 관련해서 평의원회에서 논의했음에도 요구사항이 교무위원회에서 언급조차 되지 않았던 적이 있다”며 “평의원회가 요식행위가 되지 않기 위해서는 대학 구성원들에게 평의원회의 기능과 권한에 대해 널리 알릴 필요가 있다”고 이야기 했다.

대학 구성원 모두의 의견을 반영할 수 있어야 평의원회로부터 소외된 대학 구성원들도 존재한다. 바로 대학원생들이다. 김래영 시립대 대학원생 노조 사무장은 “아직 대학원생을 대표하는 평의원이 없다”며 “대학원생들이 많은 문제를 겪고 있음에도, 의견이 학교 운영에 제대로 반영되지 않는 점”을 문제로 삼았다. 이는 우리대학에 대학원생을 대표하는 대학원 총학생회(이하 원총)이 없기 때문으로 보인다. 김 사무장은 “대학원생 평의원 선임과 관련해 단과대 원우회나 자치회, 노조 등이 협력해야 할 필요가 있다”며 대학원생 평의원 선임에 의지를 보였다. 이성호 평의원회 의장 또한 “대학원생이 대표 평의원을 보낼 수 있어야 할 것 같다”며 “적극적으로 규정 개정을 고려해보겠다”고 말했다.

평의원회 도입은 지난 2017년 법령에 따라 의무적으로 이뤄졌다. 하지만 법에 의해 의무적으로 도입됐다는 점이 ‘대학의 민주적인 운영’이라는 평의원회의 존재 가치에 영향을 주지는 못한 다. 평의원회 운영이 아직 초기에 있는 만큼 여러 가지 문제를 겪고 있다. 대학운영에 구성원 모두의 의견을 반영하기 위해서는 평의원회 제도가 큰 역할을 해낼 수 있다. 규정 확립 등 시스템을 마련해 평의원회를 본격적으로 운영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


이정혁 기자 coconutchips01@uos.ac.kr

 

저작권자 © 서울시립대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