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전불감증. 현대인들이 앓고 있는 고질병이다. 그런데 이 병을 우리대학도 만성적으로 앓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민방위 화재대피훈련은 때마다 시행되지만 참여하는 학생도 없고, 수업을 중단하는 교수도 적다.

수업 도중 화재대피 사이렌이 울리면 수업을 전면 중지시키는 것이 원칙이다. 그러나 원칙을 지키는 경우는 극히 드물다. 대개 수업을 그대로 진행하거나 쉬는 시간을 가진다. 쉬는 시간, 아무리 사이렌이 시끄럽게 울려도 학생들은 대피하지 않는다. 학생들은 태연하게 엎드려 눈을 붙이거나 화장실을 다녀온다. 오히려 “왜 이렇게 오래하는 거야”라며 사이렌을 원망하기도 한다. 이처럼 화재대피훈련을 해도 아무도 강의실 밖으로 나가지 않는다. 말 그대로 ‘소리만 요란한 빈 수레’ 훈련이다.

하지만 안전불감증에 걸린 우리도 안전에 민감해질 때가 있다. 2014년 세월호, 2017년 포항 지진 등 안전 관련 사건이 일어나면 안전에 대한 경각심을 갖는다. 그러나 관심은 사건이 일어난 뒤 잠깐 그 때뿐이다. 이런 관심은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격’이다. 큰 사고가 없는 지금이 바로 안전교육·훈련을 통해 미래의 불가피한 사고를 사전 예방할 때다.

안전교육·훈련은 큰 사건 뒤에 시행하는 단발적인 이벤트가 아니다. 매년·매주기마다 훈련하고 대피해야 하는 것이다. 이런 훈련들이 쌓여 실생활에 녹아들면 여러 돌발 상황에도 대처할 수 있게 되기 때문이다. 위급한 상황에 대처할 수 있는 판단력은 단기간 안에 완성되는 것이 아니다.

이제 사회 곳곳으로 나아갈 대학생에게 더욱 필요한 것이 바로 안전교육이다. 어디서 어떤 상황에 처할지 모르니 안전훈련에 더 신경을 써야 한다. 이는 누구 하나의 힘으로 완성되는 것이 아니다. 안전훈련을 시행하는 교직원, 교수와 그 훈련에 임하는 학생들이 모두 안전에 민감해져야 ‘꽉 찬 수레’같은 훈련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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