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 서울시의 주도로 여의도한강공원에서 시범 운영된 ‘서울밤도깨비야시장’(이하 밤도깨비야시장)은 첫해 20만 명의 방문객을 기록했다. 이후 여의도, 목동, DDP, 청계천 네 곳에 본격적으로 런칭한 2016년에는 330만 명, 2017년에는 500만 명의 방문객이 밤도깨비야시장을 찾았다. 2017년과 2018년에는 각각 ‘SNS에서 사랑 받은 서울 사계절 축제 1위’, ‘외국인이 뽑은 서울시 정책 1위’를 기록하기도 했다. 서울시립대신문에서는 밤도깨비야시장을 방문해 현장의 분위기를 스케치해봤다.    -편집자주-

 

같은 시장이라도 ‘야시장’과 ‘대형마트’가 주는 단어의 느낌은 다르다. 야시장이라는 단어에는 낭만스러운 정취가 묻어나온다. 저렴한 가격과 세련된 공간을 앞세운 대형마트에게 우리가 기대하는 것이 ‘효율성’이라면, 전통적인 느낌을 물씬 풍기는 야시장에서 우리가 기대하는 것은 ‘경험’이다. 대형마트, 온라인쇼핑몰에 밀려 자취를 감춰가던 야시장이 ‘밤도깨비야시장’으로 다시 돌아왔다. 밤도깨비야시장은 매년 4월부터 10월말까지 금요일과 주말 저녁 시간에만 열리는 야시장이다. 현재는 여의도, 반포한강공원, DDP, 청계천, 문화비축기지(5월)에 열리고 있다.    

▲ 밤도깨비야시장의 마스코트 ‘밤이’와 ‘달이’

현대적인 너무나 현대적인, DDP

DDP 밤도깨비야시장의 매력은 상당부분 DDP에 기인한다. DDP는 세계적인 건축가 자하 하디드가 설계한 세계 최대 규모의 3차원 비정형 건축물이다. 2014년 개장 당시 장소의 역사적 맥락을 고려하지 못한 ‘건축의 폭력’이라는 평가를 듣기도 했지만 현재의 DDP는 서울의 랜드마크 역할을 해내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매끈한 곡면과 압도적인 크기를 갖춘 이 건물의 주변에 푸드트럭들이 오밀조밀 모여 있었다.

DDP 사이의 터널인 중앙통로에서는 각종 악세사리를 팔고 있었다. 다른 거리에는 푸드트럭이 띄엄띄엄 놓여 있었다. 곱창, 피자, 타코야키, 스테이크 등 야시장에서 만나볼 수 있는 음식은 다양하다. 맛 자체가 매우 특출나다고 할 수는 없지만 이런 곳에서 음식을 먹는 사람들은 맛보다는 분위기를 기대하기 마련이다. DDP 밤도깨비야시장은 그러한 기대를 충분히 소화할 수 있는 곳이다. 현대적인 건물과 전통적인 시장의 만남은 묘하게 세련된 분위기를 연출한다.

 누군가에게 밤도깨비야시장의 방문소감을 물어보고자 주위를 서성거리다 탁자에서 담소를 나누고 있는 모녀를 발견했다. 조심스럽게 신분을 밝히고 인터뷰를 요청하자 자신도 서울시립대 재학생이라는 반가운 대답이 돌아왔다. 최소영(경영 18) 씨는 “어머니께서 서울에 놀러오셔서 같이 서울구경하다가 서울시립대에 가까워서 오게 됐다. 플리마켓이랑 같이 있다는 점이 좋은 것 같다”고 밤도깨비야시장을 오게 된 이유를 설명했다. 이어 아쉬운 점을 묻는 질문에 “점포 수가 조금 더 많았으면 좋겠다”고 답했다.

▲ 밤도깨비야시장으로 진입하는 중앙통로. SF영화의 한 장면을 연상시킨다.
▲ 넘실거리는 분수는 보는 사람의 마음도 같이 출렁거리게 만든다.

한강의 밤은 낮보다 아름답다, 반포

이날 반포 밤도깨비야시장은 서울불꽃축제를 멀리서나마 바라보기 위한 인파들이 더해져 인산인해를 이뤘다. 고속터미널역 3번 출구로 나와 한강 쪽으로 10분 가량을 걷다보면 멀리에서 노란불빛들이 눈에 들어오기 시작한다. 가까이 다가가자 노란불빛들의 정체가 노란 천막에서 나오는 불빛이었음을 알 수 있었다. 한강변에 노란 천막들이 병참기지처럼 옹기종기 늘어서 있었다. 길게 펼쳐진 천막들 뒤편에는 푸드트럭에서 사온 음식들을 먹을 수 있는 탁자와 의자들이 놓여있어 야유회장을 연상시켰다.

오후 9시가 되자 반포대교 다리에서 분수가 뿜어져 나왔다. 무지개빛 조명을 받은 분수들은 위 아래로 춤추기 시작했다. 한강 앞에 펼쳐진 세빛 섬과 무지개 분수가 빚어낸 야경은 아름다웠다. 반포야시장의 경우 평소 다양한 공연이 펼쳐지는 것으로 유명하지만 이날은 특별히 눈에 띄는 공연이 열리지는 않았다. 매주 정기적으로 열리는 듯한 인형극 정도가 소소한 볼거리였다. 한 쪽에서는 게임부스도 마련돼 있었다. 규모는 방문한 세 곳 중 가장 컸지만 강변이다보니 다른 야시장에 비해 조금 더 쌀쌀한 편이다. 이를 고려해 방문하면 한층 낭만적인 밤 나들이가 될 수 있을 것이다. 

야시장에 대한 추억이 방울방울, 청계천

종각역에서 청계천 방면으로 조금 걷다보면 ‘서울밤도깨비야시장’이라는 네온사인의 선명한 불빛이 방문객을 반긴다. 광교사거리와 광동교 사이 100m 정도 거리에 빨간 천막을 두른 점포들이 줄지어 있었다. 반포와 DDP보다 좁은 골목에서 사람들이 분주히 움직이고 있어 정말로 야시장에 와 있다는 느낌을 준다. 파르페를 파는 푸드트럭에는 유독 많은 사람들이 몰려 있었다. 기다리기에는 시간이 너무 오래 걸릴 것 같아 아쉬운 대로 옆에 있는 에이드트럭에서 에이드를 한 잔 주문해 마시며 천천히 야시장 골목을 둘러봤다.

아이들의 손에 들린 비눗방울 풍선은 야시장의 분위기에 낭만을 더했다. 야시장이 끝나는 골목에서는 버스킹이 진행되고 있었다. 한 바퀴쯤을 돌자 갑자기 청계천 주변에서 물안개가 자욱하게 피어올랐다. 자세히 살펴보니 청계천 내부에 있는 분사기에서 물이 분사되고 있었다. 물안개에 휩싸인 청계천은 한층 몽환적으로 변했다. 청계천을 감싼 물안개에 주의를 빼앗긴 것도 잠시 물안개에서 희미한 문양들이 보이기 시작했다. 청계천 다리 밑에 설치된 영사기에서 나온 불빛이 물안개를 스크린 삼아 다양한 문양을 만들어내고 있었다.  

▲ 아이들의 손에 들려있던 풍선, 풍선이라기보다는 거대한 비눗방울 같다.
▲ 청계천을 메운 그윽한 물안개 덕분에 영화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에 나올 것 같은 장면이 연출됐다.

소비자와 생산자를 잇는 플랫폼, 규모와 콘텐츠 확대가 필요

밤도깨비야시장의 숨은 순기능은 바로 창업인큐베이팅이다. 현재 밤도깨비야시장에 참가하고 있는 푸드트럭과 플리마켓의 수는 500개가 넘는다. 이 중 상당수는 막 창업을 시작한 청년층이 운영한다. 야시장에서 어느정도 사업노하우와 실적을 축적한 사람들은 본격적으로 매장을 내고 창업에 뛰어들기도 한다. 밤도깨비야시장 홈페이지에는 이들의 성공사례가 올라와 있다. 밤도깨비야시장은 단순히 소비자만을 위한 것이 아니라 소비자와 생산자를 연결하는 플랫폼으로서 기능하고 있는 것이다. 

물론 아쉬운 점도 있다. 밤도깨비야시장은 열리는 장소마다 나름대로의 특색을 가지고 있다. 각 야시장의 컨셉은 반포의 경우 ‘낭만달빛마켓’, DDP는 ‘청춘런웨이마켓’, 청계천은 ‘타임투어마켓’이다. 그러나 이러한 특색이 선명하게 드러나지는 않는 것 같다. 세 곳 모두 DDP, 한강, 청계천이라는 랜드마크를 끼고 있어 나들이 장소로 크게 부족한 점은 없다. 그러나 즐길 수 있는 콘텐츠는 세 곳 모두 대동소이하다. 규모 반포를 제외하고는 다소 좁다는 느낌을 받았다. 좀 더 차별화된 콘텐츠와 공간을 확보해서 서울의 명물로 발돋움하기를 기대한다.


DDP: 동대문 디자인 플라자 

글_ 김세훈 기자 shkim7@uos.ac.kr
사진_ 허인영 기자 inyoung3210@uos.ac.kr
최강록 기자 rkdfhr1234@uos.ac.kr
 

저작권자 © 서울시립대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