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운상가란 을지로부터 퇴계로까지 1km가량 연결된 7개의 건물들을 의미한다. 세운상가에는 전자 부품부터 노래방 기계까지 없는 게 없다. 또한 세운상가 주변에는 작은 공장들이 즐비하다. 그 공장들에서는 거의 모든 작업을 할 수 있다. 실제로 세계 최초의 개인 인공위성이 세운상가에서 만들어졌을 정도로 세운상가에서는 거의 모든 것을 만들어 낼 수 있다.
서울시에서는 세운상가의 가치를 깨닫고 ‘다시-세운 프로젝트’를 통해 세운상가 일대를 재생하고 있다. 우리대학에서도 다시-세운 프로젝트의 일환이자 학생들의 창업과 실습을 위해 세운상가에 세운캠퍼스를 운영하고 있다. 4차 산업혁명을 맞아 도심제조업이 화두로 떠오르고 있는 요즘, 서울시립대학교 세운캠퍼스 기획총괄이자 세운협업지원센터의 센터장을 맡고있는 황지은 건축학부 교수를 만나봤다.
-편집자주-

▲ 인터뷰 하고 있는 황지은 교수의 뒤로 세운의 지도가 그려져 있다. 황 교수는 “세운이 갖는 가치는 네트워크”라고 말했다.

세운의 가치는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우선 도심제조업에 대해 말하고 싶다. 제조업이 1979년 도심 부적격 시설로 지정되면서 제조업은 도심에서 먼 곳으로 빠져나갔다. 그러다가 도시가 생산 기능을 밖으로 밀어내고 소비만 남는 것이 결코 건강하지 않은 상태라는 것을 깨달았다. 그래서 전 세계적으로 제조업을 다시 도시로 불러들이는 ‘리쇼어링’이 유행하고 있다.
세운은 하나의 거대한 생태계와 같다. 금속을 정밀하게 깎아 부품을 만들고, 그 부품을 용접하고, 연마하고, 완성하는 과정까지 세운상가 주변에서는 전부 가능하다. 이 사람들이 복잡하게 얽혀있는 이 네트워크가 세운상가의 가치다.
세운상가는 오랫 동안 재개발 촉진지구로 묶여 있어 개보수에 많은 제약을 받았다. 그럼에도 아직까지 활발하게 작동한다는 것이 세운의 가치를 알려주는 하나의 방증일 것이다. 또 독일이나 뉴욕에서 사람들이 와서 세운상가를 보고 아직까지 도심에 이런 제조업 공장들이 남아있다는 사실에 놀라고 또 부러워하면서 간다.

세운캠퍼스는 어떤 곳인가
가끔 누군가 와서 세운캠퍼스에 방이 몇 개냐고 물어본다. 그러면 나는 방이 이천 개나 된다고 이야기한다. 이 답변이 세운캠퍼스의 본질을 잘 드러내 주는 말인 것 같다. 세운캠퍼스는 어떤 공간이 아니라 네트워크다. 세운상가에 있는 네트워크를 교육으로 활용하고, 이곳의 생태계에 대해 연구하고, 서울시와 상인들 간에 중간자 역할을 하는 등의 활동을 한다. 세운캠퍼스는 새로운 시도다. 여전히 정체성을 찾아 나가고 있는 중이다.

▲ 세운베이스먼트는 서울시립대 세운캠퍼스가 관리하는 공간이다. 서울시립대 간판 뒤로 각종 프로젝트에 사용하고 있는 로봇암이 보인다.

이곳에서는 어떤 연구를 진행하고 있나
디지털트윈 세운(Digital Twin Se woon, 이하 DTS)이라는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컴퓨터 속에 세운상가 복사본을 만들어 넣는다고 생각하면 된다. 이를 위해 공간정보학과 교수님과 협업하여 3D로 세운상가를 기록하고 있다. 이렇게 얻은 세운상가의 정보를 통해 연구하고 기록할 뿐만 아니라 이곳을 이용하려는 사람들에게 도움을 줄 수도 있다. 현재 개발 중인 디지털 인벤토리라는 앱에 만들고 싶은 물건을 입력하면 어떤 공장에서 무슨 공정을 이런 순서대로 하라는 정보를 얻을 수 있다. 또 주기적으로 세운상가에 대한 정보를 얻으며 시에서 진행하고 있는 사업들이 잘 되고 있는지에 대해 확인하기도 한다.

세운캠퍼스에서도 수업이 진행되나
현재도 건축학부 수업이 세운상가에서 진행되고 있고 계절학기를 이용해서 교양수업을 하기도 한다. 또한 로봇 동아리 ‘제틴’을 초청해서 이곳에 있는 로봇들을 이용하는 워크샵을 진행한 적도 있다. 이번 겨울 계절학기에는 ‘협력창작스튜디오’라는 교양 강의를 개설해 로봇암(robot arm)과 풍선을 이용해서 구조물을 만들어보는 수업을 진행할 예정이다.

▲ 세운 콘크리트 프로젝트의 결과로 만들어진 공공 벤치. 주변 경관과 잘 어울린다.

세운캠퍼스에서 진행한 학생 프로젝트를 소개하자면 
 백주년 기념사업으로 했던 세운 콘크리트 프로젝트가 가장 기억에 남는다. 아주산업이라는 콘크리트 개발 업체와 협업한 산·학연 프로젝트다. 그쪽에서 고강도 신소재 콘크리트를 실험용으로 보내줬고 그걸 이용해서 학생들이 공공 벤치를 만들었다. 그 과정에서 학생들이 벤치 허가를 직접 받아보기도 하고, 설치하고 시공하는 과정까지 모두 학생들이 참여했다. 그렇게 현장에 직접 참여해 경험하도록 돕는 것이 우리의 교육 목표라고 할 수 있겠다.

▲ 세운상가 복도의 모습. 황 교수는 “세운에 있는 이천개의 방들이 모두 세운캠퍼스”라고 말했다.

세운협업지원센터의 센터장이기도 하다. 센터에서 하는 일은 무엇인가
이곳의 주민들은 특별한 정체성이 있다. 기술자, 선구자와 같은 그런 정체성 말이다. 협업지원센터에서는 그런 것을 잃지 않도록 도움을 주는 일을 하고 있다. 예를 들어 세운 마이스터라는 제도를 통해 여기서 삼, 사십년 동안 일하셨던 분들에게 증서를 드리고 노력에 대해 보상해 드리는 일을 했다. 또 그들이 해오던 일이 전수되도록 돕고 있다.
또 주민들의 이야기를 듣는 역할도 하고 있다. 아무래도 주민들에게는 재생사업이라는 것이 껄끄럽게 느껴질 수도 있다. 자신이 살고 있던 공간이 변화한다는 것만으로 거부감을 느끼는 것이다. 그런 분들의 불만을 듣고 또 오해가 있으면 풀어드리는 역할을 하고 있다.

세운캠퍼스를 운영하며 어려웠던 점이나 걱정되는 점이 있다면
어려운 점에는 세운캠퍼스라는 것이 아직 개척하는 과정에 있다보니 정확히 정립돼 있는 기구가 아니라는 점이 있을 것 같다. 세운캠퍼스는 학교 서류상으로 창업지원단에서 관리하고 있는 공간 정도로 돼 있고 지금 사용하고 있는 공간도 우리가 소유하고 있는 게 아니라 서울시에서 빌린 것이다. 운영 주체도 모호하고, 공간도 언제 없어질지 모른다는 점에서 어려움이 있는 것 같다.
또 걱정되는 점이 있다면 재개발이다. 네트워크에서는 한 부분이 없어지면 전체가 위험해질 수도 있다. 부임한 지 얼마 되지 않았을 때 재개발이 진행되면서 한쪽의 공장들이 부서졌다. 조사해본 결과 다행히 부서진 구역의 공장 60%가 다시 주변으로 잘 스며 들었다. 하지만 그곳에 있던 마지막 남은 도금 공장은 다시 들어오지 않고 폐업을 했다. 이제 더 이상 세운상가에는 ‘도금’이라는 공정은 없다. 이제는 도금을 하기 위해서 저 멀리 가야 한다. 아직까지는 이 생태계가 버티고 있지만 개발이 더 진행된다면 위험해질 수도 있을 것 같다.
 


최강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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