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북아 평화를 위협하는 북한인권법안

지난 4일 미 하원이 ‘2004 북한인권법안(North Korea Human Rights Act of 2004)’을 통과시킴에 따라 사실상 이 법안이 확정됐다. 미국이 법적으로 북한의 인권개선과 체제전환을 모색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를 마련한 것이다.
이러한 움직임에 대해 북한은 강력히 반발하고 있다. 북한은 핵문제와 인권문제를 미국의 대북 적대정책의 일환으로 인식하고 있다. 이에 따라 ‘북한인권법안’을 미국의 선전포고로 간주하고 6자회담의 파탄을 경고하고 있다.

한편, 재일조선인총연합회 기관지 <조선신보>는 지난 2일 “미국이 해방법, 민주주의법, 인권법을 제정했을 때에는 예외 없이 정권교체, 체제전환을 노리거나, 침략전쟁을 일으킬 명분을 세우기 위한 예비전에 들어섰다”며 1992년에 제정한 쿠바 민주주의법, 이라크 해방법(1998년), 이란 민주주의법(2003년) 등의 구체적인 사례를 제시했다.

정치권에서는 북한인권법에 대해 여러 가지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4일 열린 국회 통일외교통상위의 통일부 국정감사에서 열린우리당 의원들은 북한이 이 법의 통과를 ‘북한 붕괴유도책’이라고 반발하는 상황을 크게 우려했으나, 한나라당 의원들은 한국 정부도 북한 인권문제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고 맞섰다.

한나라당 김문수 의원은 “우리 정부와 국회는 국제적 흐름과 동떨어져 있다”며 우리 정부와 국회가 북한 인권문제를 주도적으로 다루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열린우리당 정봉주 의원은 북한인권법을 “핵문제에 인권문제를 추가함으로써 대북 관계 개선의 조건을 까다롭게 해 결과적으로 북·미 관계 개선, 한반도 긴장완화에 역행하는 법안”이라고 평가했다.

한편, 민주노동당은 지난 달 30일, 미 대사관 앞에서 ‘미 상원, 북한인권법안 통과에 대한 항의기자회견’을 개최하였다. 이어 대사관에 전달한 항의서에서 “소위 북한인권법안은 북 체제를 붕괴시키는 것을 목적으로 한 내정간섭이자 그릇된 대북 적대정책의 일환이며, 한반도의 긴장을 고조시키고 북과의 대화를 단절시키는 잘못”임을 지적하고 북한인권법안의 철회를 요구했다.

북한인권법안 통과와 관련해 김대중 전 대통령은 “북한의 철저한 봉쇄로 인해 이제는 탈북하기가 쉽지 않을 것이고, 기(旣)탈북자들이 우리나라로 대량 입국할 경우 남북관계를 경색시킬 수 있다”고 전망했으며, “굶어 죽게 된 사람들에게는 굶지 않는 것이 인권이고, 아픈 사람에게는 정부 비판할 자유보다 병을 치료하는 것이 중요하다.

북한에서는 원초적 인권이 더 중요하다”며 북한 인권문제의 본질에 대해 언급했다. 김승철(북한연구소 연구원)차장은 북한인권법과 관련한 우리 정부와 국민의 태도에 대해 “한반도는 휴전상태이므로 언제든지 전쟁재발의 위험을 안고 있다.

정부는 이 문제를 여러 측면을 고려하여 유연성 있게 해결해야 하며 특히 남북경협과 같은 화해·협력 정책으로 남북대화의 통로를 유지하기 위해 노력해야 할 것이다. 한편, 시민단체와 국민들도 인도적 차원의 지원을 아끼지 않음으로써 북한에 남한 국민의 마음을 전할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탈북자 인권을 보호한다는 데에 반대할 이유는 전혀 없다. 하지만 전체 주민의 열악한 생활수준을 개선하는 것에 보다 근본적인 대책이 요구된다. 우리는 북한 사회가 인간다운 삶이 가능한 사회로 전환될 수 있도록 협력해야 한다. 따라서 북한 인권의 실태에 대해 깊은 관심을 갖고, 북한 주민들의 실질적인 인권 개선을 위한 다양한 방안을 모색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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