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립대신문
사회
새내기들의 사회 생활을 위한 법학상식
이정혁 기자  |  coconutchips01@uos.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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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20.02.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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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갈 때 보증금 못 돌려받으면? 최저임금보다 적게 받았을 땐?

   
 
축하한다. 여러분은 성인이 됐다. 또는 조만간 될 예정이다. 정확하게는 현역으로 들어왔으면 대학교 1학년 생일을 맞은 사람들은 성인이 된다. 「민법」 제4조는 ‘사람은 19세로 성년에 이르게 된다’라고 규정한다. 여기서 나이는 ‘만 나이’를 따른다. 실제로 우리가 일상에서 사용하는 ‘세는 나이’는 법률상 효력이 없다. 우리도 법에 맞춰 이 글에서 별도의 표기가 없는 경우 만 나이를 기준으로 하자.

 민법상 성인이 무슨 의미가 있을까? 민법상 성인이 된 사람들은 혼자서 ‘유효한 법률행위’를 할 수 있다. 쉽게 말해서 계약서에 마음대로 서명하면 안 된다는 것이다. 성인이 되는 순간 다른 ‘어른’들과 동등한 권리와 책임을 지게 된다. 앞으로 물건을 사거나 계약서를 쓸 때는 조심해서 살펴보자.

그런데 술은 생일이 지나지 않아도 마실 수 있지 않나? 맞다. 다른 법률의 적용을 받기 때문이다. 술과 담배 등 청소년에게 해로운 ‘물건’에 대한 규정은 「청소년보호법」에 나와 있다. 이 법에 따르면 청소년은 ‘19세 미만인 사람’ 중 ‘19세가 되는 해의 1월 1일을 맞이한 사람’이 아닌 경우를 의미한다. 우리가 아는 ‘세는 나이’ 20살 이상인 사람 모두가 해당한다. 이 글을 읽는 사람 중에서는 빠른년생을 뺀 나머지가 되겠다. 이 법률에 따라 우리는 빠른년생이 아닌 이상 1월 1일부터 술을 마실 수 있다. 빠른년생 친구들은 1년만 더 기다리자.

게임이나 영화 같은 문화 매체에서는 규정이 또 다르다. 문화 매체를 다루는 법률은 이름이 비슷한데 「게임산업진흥에 관한 법률」이나 「영화 및 비디오물의 진흥에 관한 법률」과 같은 OO진흥에 관한 법률이라는 이름을 쓴다. 이런 법률들에서 성인은 18세 이상을 의미한다. 다만 고등학생은 청소년으로 본다. 이건 나이하고는 상관이 없다. 따라서 OO진흥법의 영향을 받는 노래방, 영화관, PC방, 게임장 등 오락 시설은 ‘고등학생이 아닌’ ‘18세 이상’인 사람을 성인이라고 정한다. 노래방에서 10시 이후에도 혼자 노래를 부를 수 있는 사람들이 바로 이들이다.

이처럼 어느 법의 규정을 따르느냐에 따라 성인에 관한 규정도 다르다. 하지만 대학에 들어온 여러분들은 조만간 ‘미성년’이라는 법의 제약 겸 보호에서 벗어나 완전한 성인이 된다. 책임이 늘어난 만큼 성인이 되면 ‘눈 뜨고 코 베이는’ 일이 생길 수도 있다. 새내기 대학생이자 새내기 성인이 된 여러분들을 위해 필수적인 법률 상식을 알리고자 한다.


   
 
우리대학에 합격한 기쁨도 잠시. 새내기들은 통학과 자취의 갈림길에서 고민하게 된다. 수도권 출신이 아닌 새내기들은 서울에 집을 구하는 수밖에 없고, 수도권 출신인 새내기 중 일부 또한 학교 근처에 방을 잡게 된다. 학교에서 운영하는 기숙사는 들어가기가 하늘의 별 따기. 지자체나 부모님 직장에서 운영하는 학사가 있다면 다행이지만, 대부분의 새내기들은 학교 주변 방을 알아보기 위해 부동산을 헤맨다.

방을 구할 때 상태가 좋고 가격이 적당하다면 보통 당일에 계약을 맺는다. 하지만 여기서 주의해야 할 점이 있다. 아무리 깨끗한 방이라도 건물에 ‘저당’이나 ‘근저당’이라는 게 잡혀있는 경우는 조심해야 한다.

저당권은 돈을 빌려준 사람(이하 채권자)이 돈을 빌려줄 때 담보로 잡은 건물에 설정하는 것으로, 만일 돈을 빌린 사람(이하 채무자)이 채권자에게 돈을 갚지 않을 때 해당 건물을 팔아 돈을 돌려받을 수 있는 권한을 이야기한다. 이 권리는 등기부라는 이름의 문서에 기록되고, 우리는 등기부 등본을 열람해 건물에 얽혀있는 권한을 확인할 수 있다. 설정된 저당권에 따라 돈을 돌려받는 순서가 있는데, 등기소에 가서 저당권을 등기한 사람 순서대로 돈을 받아 갈 수 있다. 먼저 등록한 사람을 선순위, 나중에 등록한 사람을 후순위 채권자라고 한다. 그런데 건물을 팔고 남은 돈으로 선순위 채권자의 돈을 메꿔줬는데, 남은 돈이 없다면? 후순위 채권자는 돈을 돌려받지 못하게 된다.

이걸 설명하는 이유가 무엇일까? 잘 생각해보자. 돈을 갚지 못했다는 건 채무자, 즉 여러분의 집주인이 돈이 없다는 소리다. 당연히 여러분이 계약이 끝나고 집에서 나갈 때 돌려받으려고 준 보증금도 집주인의 빚을 갚는 데 사용됐을 것이다. 여러분이 앞에서 설명한 돈을 돌려받지 못하는 ‘후순위 채권자’의 신세가 돼버린다는 것이다.

하나 더, 여러분이 집을 빌릴 때 하는 계약은 주택임대차 계약이다. 이 계약은 집주인이 여러분에게 집을 빌려줘야 하는 의무인 임차권을 발생시킨다. 문제는 이게 ‘집을 빌릴 수 있는’ 권리가 아니라는 점이다. 임차권은 사람과 사람 사이에서 발생하는 채권이다. 다른 사람에게 임대차계약은 효력이 없다. 경매로 집이 넘어가면 새로운 집주인에게는 임차권을 행사할 수 없게 된다. 이제 집에서도 내쫓기게 생겼다. 돈도 못 받는데!

   
▲ 등기부 등본 예시. 등기부 등본의 갑구에는 소유권과 관련된 사항이, 을구에는 저당이나 전세권 등 소유권 이외의 사항이 적힌다. 위 경우 근저당권 설정 등기가 접수된 전날인 12일 이전에 전입신고를 마치고 확정일자를 받았을 경우 해당 근저당권보다 우선해서 보증금을 받을 수 있다.

그런 여러분들을 위해 국가에서 다 마련해둔 것이 있다. 바로 「주택임대차보호법」(이하 주택임대차법)이다. 이 법은 경제적 약자인 주택임차인, 쉽게 말해서 집 빌려서 사는 사람을 보호하기 위해 만들어졌다. 사람들이 집에서 억울하게 내쫓기는 일은 막아야 할 것 아닌가. 여러분도 두 가지만 한다면 주택임대차법에 따라 ‘대항력’, 즉 집에서 내쫓기지 않을 권리를 얻을 수 있다. 우선 집을 인도(引渡)받아야 한다. 쉽게 말해서 그 집의 비밀번호를 알고, 집을 빌린 상태여야 한다. 다음으로는 주민센터에 가서 빌린 집 주소로 전입신고를 하면 된다. 이 두 가지만 해도 집에서 내쫓길 일은 없다.

만일 후순위 권리자로부터 보증금을 지키고 싶다면 한 가지를 더 해야 한다. 바로 계약서에 ‘확정일자’를 받아야 한다. 받는 방법은 전입신고할 때 주민센터에 계약서를 가져가면 된다. 그리고 계약서를 내밀면서 ‘확정일자 찍어주세요!’ 하면, 도장을 찍어준다. 이 도장은 찍은 다음 날에 등기한 것과 비슷한 효과를 지닌다. 후순위 채권자들보다 돈을 우선해서 돌려받을 수 있는 것이다.

확정일자를 받더라도 나보다 먼저 등기한 채권자의 권리가 우선이라는 점을 기억해 둘 필요가 있다. 또한 전입신고와 확정일자가 동시에 이뤄진다면 확정일자는 다음 날부터 효력이 있다는 점도 명심하자. 무엇보다 가장 좋은 것은, 문제가 생기지 않도록 등기부 등본을 확인하는 습관을 들이는 것이다. 통상적으로 설정된 저당권과 보증금을 합친 금액이 주택 가격의 70%를 넘는 경우를 위험한 상황으로 본다.

주택임대차법은 임차인을 보호하는 다른 제도도 갖추고 있다. 바로 계약 기간과 관련된 내용이다. 우선 계약서에 적힌 임대차 기간이 어떻게 됐던, 주택임대차의 기간은 2년이 된다. 다만 집을 빌린 임차인이 2년 미만으로 정한 기간이 유효하다고 주장하는 경우에는 그 기간을 따른다. 또한 기간이 끝나더라도 보증금을 전부 돌려받기 전에는 임대차계약은 계속된다. 만일 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했다면 계약 기간이 끝났다고 집에서 바로 나올 필요가 없다. 보증금을 돌려받을 때까지 그 집에서 계속 살아도 된다.


   
 
학생들별로 제각각 아르바이트를 하는 이유는 다르다. 등록금을 벌려고, 생활비가 필요해서, 방학 때 친구들하고 여행을 가려고…. 편한 일을 하고 싶고, 많은 돈을 벌고 싶다는 생각은 누구나 다 가지고 있을 것이다. 그런데 일은 일대로 하고 돈은 적게 받는다면? 이것만큼 억울한 일도 없다.

노동에 제대로 된 임금을 받지 못하고, 부당한 처우를 받는 노동자를 보호하기 위해서 국가가 만들어둔 장치가 바로 노동법이다. 노동법이 만들어진 목적을 생각해보면, 법률 해석에서도 노동자에게 유리하게 돌아가리라는 것을 쉽게 알 수 있다. 이게 바로 노동법의 특징이다.

일반적인 계약은 서로 체결한 계약 내용이 가장 먼저 적용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노동법을 적용할 때는 가장 노동자에게 유리하게 설정된 규정(근로계약, 단체협약, 근로기준법 등 아무거나!)을 따르는 것이 원칙이다. 이를 ‘유리한 조건 우선의 원칙’이라고 한다. 근로계약에 적혀있는 임금이 최저임금보다 낮다면? 근로기준법에 규정된 최저임금이 근로계약보다 노동자에게 유리한 조건이므로 이 원칙에 따라 최저임금을 받을 수 있다.

그런데 처음 이야기한 노동조건하고 나중에 받은 돈하고 다르다면? 생각해보자. 사장님이 고용할 때는 분명 시급을 만 원을 준다 했다. 그런데 나중에 계산해보니 받은 시급이 최저시급(2020년 기준 8,590원)이라면? 근로계약서의 중요성이 여기서 드러난다. 사전에 작성된 근로계약서가 있었다면 사장님과 근로계약을 시작할 때 시급을 1만 원으로 합의했다는 내용을 증명할 수 있었을 것이다. 혹시라도 근로계약에 이상한 내용이 들어가 있을 수도 있으니 고용노동부에서 배포하는 ‘표준근로계약서’를 확인해 보자. 표준근로계약서는 국가에서 ‘이렇게 근로계약서를 쓰는 게 가장 바람직합니다’하고 배포한 것이다.

우리의 근로기준법과 그 시행령은 위와 같은 일을 막기 위해 근로계약을 시작할 때 무조건 근로계약서를 쓰도록 강제하고 있다. 하지만 현실에서는 지켜지지 않는 경우가  너무나 많다. 만일 임금을 체불당한 경우 어떻게 해야 할까? 법원에다가 소장을 제출해 심판을 기다리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 될 수 있지만 소송은 돈과 시간이 너무 많이 든다. 소송으로 가기 전에 지방고용노동청에 진정을 제기할 수 있다. 이 진정을 제기하면 지방고용노동청에서 근로감독관이 나와서 수사를 진행한다. 근로감독관은 쉽게 말해서 노동법을 다루는 경찰이라고 보면 된다. 노동 관련 사항에 대해 ‘특별사법경찰관리’의 권한을 가지고 있다. 진정이 들어가면 25 일 내외로 근로감독관이 수사를 통해 체불임금액을 정해준다. 대부분은 노동청 진정으로 해결되는 경우가 많지만, 아닌 경우에는 근로감독관의 수사 결과를 토대로 소송을 제기할 수 있다.

노동법은 너무나 방대해서 이 기사 하나에 담기 어렵다. 노동법을 더 알고 싶은 당신을 위한 조언. 우리 대학은 ‘노동법의 이해’라는 교양과목을 매 학기 개설하고 있다. 강의 규모도 커서 많은 사람이 들을 수 있다. 이 기사에서 이야기하지 않은 부당해고나 주휴수당, 휴게시간 계산 방법, 나중에 취업하고 나서 달려가게 될 수도 있는 노동조합과 노동삼권, 그리고 부당노동행위에 대해서도 배울 수 있다. 강의가 아니더라도 노동과 관련해서 알아둬야 할 것이 너무나 많다. 미리미리 알아보고 자신의 노동에 대한 정당한 가치를 받을 수 있기 바란다.


이정혁 기자 coconutchips01@uos.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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