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랜선이모’, ‘랜선삼촌’이라는 말에서 알 수 있듯이 아동 예능이 큰 인기를 얻고 있다. 2000년대 후반 아동 예능은 <붕어빵> 등 스튜디오에서의 촬영이 대부분이었다. 최근에는 리얼리티 형식인 <아빠 어디가>, <슈퍼맨이 돌아왔다> 등 아동의 일상을 들여다보는 예능이 주를 이루고 있다. 그런데 이런 아동 리얼리티 예능이 아동에게 미치는 영향을 재고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지난 3월 15일 방영된 <슈퍼맨이 돌아왔다> 321회에선 연예인 개리의 아들이 스파링 하며 상대 선수에게 맞는 아버지의 모습을 보며 우는 장면이 나왔다. 이후 인터뷰에서 제작진은 아동에게 그 장면을 상기시키기도 했다. 이 장면을 두고 어린이 보호 NGO인 ‘세이브 더 칠드런’은 3월 24일 방송통신심의위원회에 민원을 제기했다. 해당 방송분의 내용이 아동에게 공포심을 조장하고 정서적 학대에 이를 수 있다는 내용이었다. 이러한 문제를 비롯해 아동 리얼리티 예능이 아동의 정서에 해가 될 수 있다는 여러 지적도 나오고 있다.

카메라를 의식하는 아동들

<슈퍼맨이 돌아왔다>는 아빠가 이틀간 엄마 없이 자녀와 함께 지내는 프로그램이다. 과거 이 프로그램에 출연했던 축구선수 겸 연예인 이동국은 하차 이유로 자신의 아들이 카메라를 의식하기 시작했다는 점을 꼽았다. 유튜브 JTBC GOLF&SPORTS 채널의 <사담기>에서 밝힌 바에 따르면 이동국의 아들은 <슈퍼맨이 돌아왔다> 촬영 중 축구를 하다 골을 넣었고 이동국에게 다가와 ‘카메라에 잘 찍혔느냐’고 물었다. 이때 이동국은 아들이 방송을 의식해 가식적인 행동을 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어 하차를 결심했다고 전했다.

2015년에 종영한 <아빠 어디가>는 사전에 아동의 카메라 의식을 방지하려 하기도 했다. 당시 <아빠 어디가> 제작진은 부모 출연진들에게 아동이 방송을 보거나 피드백 받는 일이 없도록 해달라고 당부했다. 출연 아동이 카메라를 의식하면 프로그램의 재미와 의미가 반감될 수 있기 때문이었다. 비록 프로그램을 위한 당부였지만 이처럼 아이들이 카메라를 의식해 가식적인 행동을 하지 않도록 하는 조치가 필요하다.

노출 원하지 않는 장면이 방영될 수도

연령대가 낮은 아동의 경우 자신이 촬영되고 있는 사실조차 인지하지 못할 수 있다. 때문에 아동으로서는 방영되지 않았으면 하는 영상도 방송에 그대로 담기기도 한다. 아동의 모든 모습은 아동의 의사와는 별개로 부모의 재량이나 제작진의 편집에 의해 방영된다. 카메라가 자신을 촬영하고 있다는 것을 인지하는 나이대의 아동은 자신의 부끄러운 상황이 공개되는 것에 대해 수치심을 느끼기도 한다.

지난 2월 9일 방영된 <슈퍼맨이 돌아왔다> 316회에서 개리의 아들이 배변을 하기 전 부끄러운 나머지 카메라 감독들에게 카메라를 꺼달라고 이야기한다. 그런 아동의 의견은 반영하지 않았는지 아동이 촬영을 거부하는 장면부터 배설 중인 장면까지 고스란히 전파를 탔다. 이렇게 노출을 원하지 않는 장면을 방영하는 것은 아동의 의사를 무시하고, 크게 나아가 아동의 인권을 침해하는 행위다.

드러난 아동의 일상에 달리는 악플

<나의 첫 사회생활>은 아동들이 유치원에 모여 적응하는 사회생활 모습을 담은 프로그램이다. 아동들의 적응기를 그려낸 프로그램인 만큼 아동들 사이의 갈등이 방송에 그대로 드러난다. 기싸움을 하거나 반말을 사용하는 친구를 따돌리는 장면, 크게 싸우는 장면들이 고스란히 방영됐다. 인터넷에 게시된 <나의 첫 사회생활> 영상 다수에는 싸움이나 따돌림을 주도하는 아동을 향한 악플이 달렸다. 그중엔 한 아동이 다른 아동의 손을 쳐내고 자신이 언니임에도 너라고 부르는 것을 꾸짖는 티저 영상도 있다. 이후 바로 꾸짖음을 들은 아동이 서럽게 우는 장면도 나온다. 아동들 사이에선 흔히 있을 수 있는 다툼 장면이다. 그럼에도 꾸짖을 때 슬로우 모션 처리를 하고 BGM을 깔면서 제작진은 상황을 더욱 극적으로 연출했다.

이를 본 누리꾼들은 ‘애들이 왜 저렇게 사납냐. 보기 참 불편했다’, ‘분란의 중심에 항상 포함돼 있는 아이. 나쁜 분위기 몰아가는 아이’와 같은 댓글을 달았다. 같은 영상이 게시된 유튜브에선 ‘편집 왜 저 모양… 저 친구 우는 거 보고 미안하다면서 안아줬다’며 티저 영상이 일부만을 보여준 편집임을 설명하는 댓글도 있었다. 아동을 향해 부정적인 댓글을 다는 악플러도 문제지만 프로그램을 편집하거나 티저를 만들 때 아동이 악플의 표적이 될 수 있다는 것을 제작진도 고려해야 할 것이다.

아동 리얼리티 예능, 더욱 신중히 만들어져야

일련의 아동 예능 문제의 공통점은 아동은 상황 인식과 의견 표현이 명확하지 않다는 점이다. 자신에게 연출된 상황이 주어져도 해당 상황이 연출임을 인식하지 못한다. 악플이 달릴 법한 영상이 게시돼도 인지할 수 없다. 성장 후 아동이 그 영상을 보게 된다면 큰 상처가 될 것이다. 카메라를 의식하고 행동하게 돼도 아동은 그것이 자신의 성격인지 가식인지 구별할 수 없다. 방송에 대한 아동의 직접적인 의견 개진은 불가능에 가깝다. 아동이 성장 이후 예능에 출연한 것을 후회해도 이미 퍼진 영상은 지울 수 없다.

아동 리얼리티 예능의 이러한 문제점들이 드러나는 만큼 방송가에선 아동 리얼리티 예능을 기획, 제작할 때 더욱 신중을 기해야 한다. 시청자에게 전달되는 재미와 화제성만을 강조하는 편집은 아동에게 상처로 돌아가기 쉽다. 시청자 역시 아동 리얼리티 예능을 소비할 땐 방송사에 대한 더욱 엄중한 잣대를 들어야 한다. 아동 예능 문제점에 부모, 방송사, 시청자가 신중히 접근해야 앞으로도 ‘랜선이모’, ‘랜선삼촌’이 있을 수 있을 것이다.


김우진 수습기자 woojin2516@uos.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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