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블루’의 무기력함을 날려 보낼 집콕 문화를 살펴보다

지난 1월 20일 국내에서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이하 코로나19) 확진자가 나온 후 어느새 세 달이 지났다. 코로나19가 전 세계적 대유행으로 번지고 장기화되면서 우리 생활에 많은 변화가 생겼다. 대표적인 예가 소셜네트워크서비스(이하 SNS)를 통해 퍼진 ‘집콕’ 문화다.

400번 저어 만드는 ‘달고나 커피’에 이어 1,000번 저어 만드는 ‘수플레 오믈렛’이 유행을 하는가 하면 컬러링북, 홈트레이닝 등 집에서 할 수 있는 다양한 취미 생활이 인기를 얻고 있다. 이번 기사에서 기자는 집콕 문화를 직접 체험해보고 이를 통해 코로나19의 여파로 퍼진 비대면 문화에 대해 자세히 알아봤다.

▲ 지난 1월 배우 정일우가 한 예능 프로그램에서 처음 소개한 '달고나 커피' 레시피는 코로나19 이후 SNS에서 폭발적인 인기를 끌었다.

놀면 뭐하니, 직접 해본 ‘저어 만드는 레시피’

코로나19 이후 ‘셀프 자가격리’로 집에서 보내는 시간이 많아지자 SNS를 통해 여러 집콕 문화가 유행세를 탔다. 그중에서도 가장 인기를 끌었던 것은 ‘달고나 커피’였다. 달고나 커피 레시피는 쉽고 간단하다. 커피 가루와 설탕, 뜨거운 물을 각각 1대1대1의 비율로 넣고 저어주기만 하면 끝이다. 그러나 간단하고 쉬운 레시피와 달리 달고나 커피를 마시기까지의 과정에는 많은 노동력과 시간이 필요하다.

기왕 하는거 제대로 해보겠다는 마음으로 달고나 커피를 만들 때 거품기를 사용하지 않고 숟가락으로 저어 만들었다. 평소 생크림 휘핑을 여러 번 만들어봤기에 ‘만들다가 팔이 빠질 뻔했다’는 누리꾼의 반응처럼 힘들진 않았다. 그렇지만 시간은 오래 걸렸다. 팔이 아파지고 몇 번 저었는지도 까먹었을 즈음이 되면 까맸던 색이 점점 달고나의 황토빛으로 변해간다. 이 상태에서 우유를 따라 둔 컵에 꾸덕꾸덕해진 커피 거품을 올리자 사진으로만 보던 달고나 커피가 완성됐다. SNS용 사진을 찍고 커피를 마시려면 다시 우유와 커피 거품을 섞어줘야 한다. 커피 거품을 너무 많이 저었을 경우 우유와 잘 섞이지 않으니 적당히 젓는 것이 중요하다. 맛은 커피우유와 믹스커피 그 중간쯤이다.

다음으로 도전해본 집콕 레시피는 1,000번 가량 저어 만든다는 ‘수플레 오믈렛’이다. 수플레 오믈렛의 레시피도 간단하다. 계란의 흰자와 노른자를 분리한 뒤 흰자에 설탕과 소금을 넣고 저어준 뒤 노른자를 섞어 구워주면 된다. 그러나 수플레 오믈렛은 달고나 커피보다도 난이도가 높다. 흰자가 걸쭉해져 뿔 모양이 될 때까지 대략 1,000번을 저어야 완성되기 때문이다. 이번에도 숟가락을 이용해 계속 젓다 보니 투명했던 흰자가 하얗게 변했다. 이때 노른자를 넣고 색을 낸 뒤 버터를 두른 프라이팬에 오믈렛을 구우면 끝이다. 유튜브에서 보던 포슬포슬한 오믈렛 만들기는 실패했지만 과일과 함께 먹으니 시중에 파는 생과일 수플레 오믈렛과 동일한 맛이었다. 직접 SNS 속 화제가 된 레시피를 따라해보고 알게 된 점은 달고나 커피와 수플레 오믈렛 모두 400번, 1,000번보다 훨씬 많이 저어야 완성할 수 있다는 것이었다.

집콕 문화, 무료한 일상 속 작은 이벤트돼

최근 오랜 기간 집에서 반복되는 일상을 보내면서 심리적으로 우울해지고 무기력해진 사람들이 많아졌다. 이로 인해 코로나와 우울을 뜻하는 영어 단어 블루(Blue)가 합쳐진 ‘코로나 블루’라는 말이 생기기도 했다. 코로나 블루란 코로나19와 고강도 사회적 거리두기가 장기화로 사회활동이 위축되고 자극 없는 일상이 반복돼 무기력과 우울함을 느끼는 것을 말한다. 이런 코로나 블루를 겪는 사람이 많아지면서 심리방역에 대한 중요성도 커지고 있다.

 기자도 코로나 블루를 겪고 있던 입장에서 같은 처지에 있는 사람들에게 집콕 문화를 추천해주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SNS상에서 유행했던 ‘저어 만드는’ 레시피를 해보니 좋았던 점은 시간이 빨리 가고 만드는 과정 속에서 성취감을 맛볼 수 있다는 점이었다. 어렵지 않은 단순 노동을 반복하면서 복잡한 생각을 떨치고 레시피를 성공하기 위해 오로지 집중하는 시간이 잠시나마 무기력함에서 벗어나게 해주기 때문이다. 게다가 오랜 노동 시간을 거쳐 SNS상에서만 보던 메뉴를 직접 만들자 ‘해냈다’는 쾌감과 성취감도 느낄 수 있었다.

지난 4일 사회적 거리두기 기간이 2주 연장되면서 코로나 블루에 대한 우려도 커지고 있다. 사회적 거리는 유지하면서도 집에서 가볍게 즐길 수 있는 집콕 문화는 반복되는 일상 생활 속 작은 이벤트가 될 수 있다. 앞서 소개한 간단하게 만들 수 있는 레시피나 몸을 움직이는 홈 트레이닝 등 다양한 집콕 문화를 통해 코로나 블루가 주는 우울함과 무료함을 떨쳐낼 수 있을 것이다.

▲ 코로나19가 확산으로 장기간 ‘집콕’하는 사람들이 늘어나면서 넷플릭스를 비롯한 국내외 OTT(Over The Top·온라인 동영상 서비스)의 수요가 늘어나고 있다.

‘달고나 커피’부터 ‘e커머스’까지 다양해진 집콕 문화

코로나19가 장기화되면서 집콕 문화는 점점 다양해졌다. 집안에서 즐길 수 있는 콘솔게임의 인기가 높아지면서 닌텐도 스위치 가격이 급등하는가 하면 온라인에서 실시간으로 즐길 수 있는 ‘방구석 콘서트’도 등장했다. 코로나19 확산을 우려해 공연장을 찾는 관객이 줄자 공연, 예술계에서 시작된 온라인 공연은 학예사 투어, 국립공원 해설 프로그램 등 다양한 분야로도 확장됐다.

이렇게 코로나19 이후 집에서 모든 일상을 보내게 되면서 집에서 즐기는 취미 생활뿐만 아니라 생활 전반으로도 비대면 문화가 빠르게 확산됐다. 코로나19 이전부터 시작됐던 전자상거래(이하 e커머스)와 온라인 동영상 서비스 시장도 급격히 성장하며 우리의 일상생활 속에 자리 잡았다. 또한 재택근무나 수업, 기업의 비대면 면접 등이 이루어지면서 그동안 우리 사회에서 더디게 진행되었던 사회·경제적인 비대면 문화가 코로나19를 계기로 활성화되고 있다. 실제로 코로나19 이후 e커머스를 기존에 이용하지 않던 50대 이상의 생필품 온라인구매는 전년 대비 대폭 증가하기도 했다.

이렇게 취미 생활부터 시작해 재택수업·근무, 장보기 등 우리가 생활하는 대부분 영역에 비대면 문화가 자리 잡기 시작했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최근 집콕이 길어지면서 무료함과 답답함을 느낀 사람들이 집 밖을 나서기 시작했다. 날씨 화창한 날 꽃 구경도 좋지만 코로나19의 빠른 종식을 위해 집콕 문화를 조금 더 즐겨보는 건 어떨까. 모두 코로나 블루를 이겨내고 걱정 없이 만날 수 있는 날이 오기를 바란다.


글·사진_ 신유정 기자 tlsdbwjd00@uos.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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