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립대학교의 아름다운 캠퍼스 풍경은 큰 자랑거리 중의 하나다. 배봉산을 배경 삼은 학교는 낮은 건물들과 오래된 수목들로 더없이 조화롭고 평화롭다. 봄을 맞은 캠퍼스의 붉은 벽돌 건물들과 만발 백화와 녹색향연 수목들은 오랜 친구처럼 서로를 위한 배경이 되어 한 층 빛을 발한다.

우리 대학캠퍼스는 정문에서 배봉산을 향한 3개의 축으로 뚜렷하게 구분된다. 하나는 오픈스페이스 축으로 정문광장-전농관중정-동산-중앙잔디광장-연못-원형광장-배봉산으로 연결되는 중앙 축이다. 또 하나는 역사의 축으로 경농관-박물관-자작마루-자연과학관-대강당-학생회관-인문학관으로 연결되는 적벽돌 건물들의 남쪽 축이다. 다른 하나는 행정중심축으로 100주년기념관-조형관-대학본부-1,2공학관-배봉관-도서관-기숙사로 연결되는 북쪽 축이다.

이 세 축은 건물과 함께 오래된 수목들이 함께 만들어 온 역사의 흔적이며 결과이다. 사람들의 기억은 그 어떤 요소보다 건물 혹은 장소와 함께할 때 오래 지속이 된다고 한다. 우리 캠퍼스의 적벽돌 건물들은 학교의 구성원이나 동문에게 추억되고 기억되는 매개체로 작용한 지 이미 오래다. 에릭 홉스봄(Eric Hobsbawm)의 말처럼 과거의 건축은 보잘것없는 현재를 한 층 더 돋보이게 하는 배경임에 틀림이 없다.

필자는 최근 학교의 중심건물 리모델링 프로젝트에 관여하고 있다. 2013년, 캠퍼스의 역사축에 해당하는 전농관 박물관 자작마루를 시작으로 2019년 행정중심축인 도서관, 대학본부, 중앙도서관 등의 리모델링 디자인 기본계획을 맡아 진행하였다. 예산 관계로 전체적인 리모델링을 하지 못하고 외관 개선과 단열성능 위주의 부분적인 개선만을 하게 되었지만 비슷한 시기에 연속하여 진행된 이 프로젝트들은 새로운 역사를 만드는 중요한 일이었다. 캠퍼스의 역사와 풍경, 조화, 기억, 추억이라는 단어를 떠올리며 기억과 추억을 소환하는 재료인 붉은 벽돌을 선택하여 캠퍼스의 풍경을 유지하고 기존 건물과의 조화를 꾀하기로 하였다. 이 프로젝트들로 북쪽 축도 기존 건물 중 100주년기념관, 창공관, 증축기숙사와 이번에 리모델링하는 도서관, 대학본부를 포함하면 주요건물 5개 동이 적벽돌의 외장을 갖게 되었다.

대학교의 중심시설은 대학본부, 도서관, 학생회관이다. 유서 깊은 세계의 대학들이 이들 건물을 석재나 벽돌 등 쌓는 방식의 조적식 재료로 시공하고 보존하고 있는 이유 중의 하나는 시간이 쌓여 역사가 되고 전통이 되는 의미를 상징하기 때문이다. 현재 새로 짓거나 리모델링하는 건물들도 언젠가는 역사와 기억을 표현하는 건물이 될 것이다. 적벽돌 건물이 서울시립대학교의 새로운 역사와 기억을 쌓아 가기를 기대한다.

 


건축학부 건축학전공 이충기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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