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0년 5월 전두환 군사독재정권은 광주에 계엄군을 투입해 시민들을 학살했다. 민주화를 외치는 학생들을 쐈고 학생들을 지지하는 시민들을 쐈으며 광주라는 큰 도시 하나를 봉쇄했다. 그리고 보안사령부를 동원해 언론을 통제하고 검열했다. 해외 방송국이 광주에서 벌어진 참사를 보도할 때 우리 방송국은 광주 시민들을 폭도로 규정하며 정부의 입맛에 맞는 보도를 해야 했다. 양심 있는 언론인들은 저항하다 해고당했으며 신문 지면이 통째로 날아가기도 했다.

“우리는 보았다. 사람이 개끌리듯 끌려가 죽어가는 것을 두눈으로 똑똑히 보았다. 그러나 신문에는 단한줄도 싣지못했다. 이에 우리는 부끄러워 붓을 놓는다.” 당시 전남매일신문기자들이 쓴 글이다. 기자들은 대중에게 진실을 알릴 수 없는 자신들의 상황을 부끄럽게 여겨 차라리 절필하는 것을 택했다.

그렇게 40년이 지난 지금, 우리는 그들의 희생을 거쳐 민주주의를 쟁취했다. 시민들은 자신의 의견을 무력투쟁이 아닌 평화로운 시위와 공정한 투표를 통해 뜻을 표출할 수 있다. 언론의 자유 역시 잘 보장되고 있다. 매년 국경 없는 기자회에서 발표하는 세계 언론 지수에 따르면 작년 우리나라의 언론지수 순위는 180개 국 중 41위며 올해 순위는 42위다. 둘 모두 아시아 국가 중에서는 1위에 해당하는 순위다.

그러나 그 자유에 맞는 책임을 지금 우리 언론은 다하고 있는가? 일단 적어도 민중은 그렇게 생각하는 것 같지 않다. 최근 기자를 가리키는 말로 ‘기레기(기자+쓰레기)’나 ‘기더기(기자+구더기)’란 말이 사용되고 있다. 정치적 성향에 따라 편향적인 보도를 하는 공정치 못한 언론에 대한 사람들의 분노가 반영된 호칭이다. 또한 빠른 보도에만 급급해 제대로 확인하지도 않고 보도를 하는 책임 없는 언론에 대한 사람들의 실망이 반영된 호칭이다.

실제 최근 언론 행태를 보면 검증 없이 일단 보도부터 하거나 다른 언론의 기사를 그대로 베끼는 일이 잦다. 정치적 성향에 맞는 기사를 쓰다가 무리한 오보를 내기도 한다. 그러다 잘못된 것임이 밝혀지면 책임을 지는 행동은커녕 제대로 된 사과도 없이 스리슬쩍 넘어간다. 이른바 ‘아니면 말고’라고 비판받는 보도방식이다. 진실을 알릴 수 없음에 부끄러워 절필까지 택한 그 정신은 어디로 갔는가. 지금 언론의 펜은 무엇을 위해 움직이는가? 비단 기성 언론만의 문제가 아니다. 페이스북이나 유튜브 등을 통해 이른바 개인 언론을 만들어 정보를 전달하는 사람들 역시 정치 성향에 따른 왜곡된 보도를 하고 가짜뉴스를 퍼뜨리기도 한다. 펜이 누구에게나 주어졌지만 펜을 들 때의 책임과 올바른 마음가짐은 주어지지 않은 것이다.

영국 옥스퍼드대학교 부설 로이터저널리즘연구소가 발표한 ‘디지털 뉴스 리포트 2019’에 따르면 한국 언론을 신뢰한다는 응답은 22%로 최하위를 기록했다. 전부 언론 스스로가 자초한 결과다. 지금이라도 펜을 드는 마음가짐을 다시 바로 잡아야 한다.

펜은 정치와 일부 세력이 아닌 사람을 위해 움직여야 한다. 무너진 신뢰를 다시 쌓고 참된 언론의 역할을 회복하기 위해 무엇을 해야 할지 생각하고 실천할 때다.
 

이길훈 기자 greg0306@uos.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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