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이하 코로나19) 확산이 장기화되면서 전 세계 경제가 골머리를 앓고 있다. 우리나라도 예외는 아니다. 통계청에서는 지난 3월 전국의 임시휴직자 수를 161만 명으로 집계했다. 이는 역대 최고치로, 4월에도 임시휴직자 수는 148만 명을 기록해 고용불안은 여전히 심각한 수준이다. 5월 초 수출은 전년도 같은 기간 대비 46% 급감했다. 한국개발원(KDI)에선 지난 4월부터 대한민국 경제에 대해 경기위축이 심화되고 있다는 진단을 내렸다. 올해 2월까지만 해도 ‘경기 부진 완화’ 진단을 내렸던 것과는 상반된다.

코로나19 이후 경제의 축을 구성하는 주체들이 전반적인 침체를 겪으면서 시장의 힘만으로는 위기를 벗어나기 어려워졌다. 이에 우리 정부는 지난 12일 경제위축에 대한 해결책으로 기간산업안정기금(이하 기안기금) 조성 계획을 확정해 발표했다.

기안기금, 위축된 기간산업을 안정화해

기안기금은 나라의 기초가 되는 사업인 기간산업을 안정시키기 위해 조성하는 기금을 일컫는다. 이번에 발표된 방안에 따르면 기안기금은 산업은행에서 정부의 보증 아래 채권을 발행해 지원금을 모아 조성된다. 고용 유지를 위해 적자채권을 발행해 돈을 최대한 끌어다 쓰겠다는 의미다.

대상기업은 고용을 90% 유지하는 조건으로 기금을 지원 받을 수 있다. 대상산업은 크게 7종으로 항공, 해운, 조선, 자동차, 일반기계, 전력, 통신이 속하지만, 지난 12일에 발표된 최종안에는 항공과 해운만 대상산업으로 명기했다. 제조업 분야에서 정부가 특정 기업 및 산업을 대상으로 금전적인 지원을 할 경우 WTO 제소대상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대신 ‘그 외 대상산업을 금융위와 기획재정부가 협의해 지정한다’는 내용을 덧붙였다. 일종의 돌아가기 방식을 택한 셈이다. 이세훈 금융정책국장 역시 정책브리핑에서 “7개 업종 중심의 지원 방침은 여전하다”고 설명했다.

우리 정부의 최선의 수, 기안기금

미국과 일본, 유럽연합은 경제위축 해결을 위해 양적완화 카드를 꺼내들었다. 양적완화는 금리를 제로로 낮추고 채권을 매입해 시중에 돈을 유통시키는 방식이다. 유통되는 현금 양을 늘려 경제를 활성화 시키는데 목적이 있다.

한국의 경우 이들처럼 양적완화 카드를 꺼내들기 어렵다. 기축통화국이 아니기에 돈을 무한정 찍어낼 수 없다. 또한 자본유출의 위험 때문에 금리를 더 이상 낮출 수도 없는 실정이다. 결국 양적완화의 두 가지 축인 금리인하와 무한정 채권매입이 불가능하다.

더군다나 경제활동의 둔화가 벌어지는 와중에 대규모 공적자금을 투입한다 해도 실질적인 경기 완화 효과를 보기 어렵다. 때문에 현재 우리 정부가 선택할 수 있는 최선의 수는 버티기다. 인건비를 보조해 실업률을 방어하고 기업이 도산하지 않도록 뒷받침해주는 것이다. 기안기금은 그러한 목적으로 계획됐다.

버티기를 위한 기안기금, 우려도 존재해

경제위기가 찾아올 때 기업이 먼저 고려하는 대책은 인건비 감축이다. 상품을 생산해도 팔리지 않고 혁신을 꾀하기엔 당장의 시간과 비용이 부담스러워 인건비라도 줄이는 방법을 취하는 것이다. 하지만 기업 입장에서 당연한 선택이 전체 시장에는 불화로 작용할 수 있다. 실업률이 높아지면 사회의 생산력과 탄력성이 떨어져 장기적인 불황에 빠질 위험이 크기 때문이다.

기안기금의 역할은 실업률 증가와 기업 도산을 막는 데 있다. 코로나19로 비롯된 경제 위축이 회복세에 이를 때까지 대량실업이 발생하지 않도록 버티고 보자는 최소 방책인 셈이다. 그렇기에 기안기금 정책에 대한 우려도 존재한다. 먼저 장기적 투자 효과가 미미하다. 기안기금은 새로운 이윤을 창출하는 투자가 아니다. 현상을 유지하는 데 효력이 그친다. 효용 없는 재정 낭비로 이어질 수 있는 것이다.

또한 기안기금 정책이 구조조정을 불가능하게 만든다는 지적도 있다. 구조조정은 실업을 동반하지만 동시에 기업재정의 효율성을 제고하는 기능을 한다. 기업이 구조조정 없이 정부 보조금에 의지할 경우 비효율적으로 사용되는 예산이 늘어날 수밖에 없다. 물론 현 상황에서 정부 지원이 불가피하다는 것은 명백하다. 다만 자금 운영에 있어 세부적인 논의가 수반될 필요가 있다.

경기위축 해결을 위한 장기 대책 마련해야

기안기금은 어디까지나 일시방책에 불과하다. 일종의 진통제일 뿐 통증의 원인을 없앨 수는 없다. 결국 필요한 건 백신이다. 시장을 위한 백신은 새로운 이윤을 창출할 수 있는 투자다. 전문가들은 코로나19의 여파가 2~3년간 지속될 것으로 진단한다. 그 시간을 줄이고 빠르게 경기를 회복하기 위해서는 코로나19 이후의 시대를 준비해야 한다.

미국 다빈치 연구소장인 미래학자 토머스 프레이(Thomas Frey)도 “코로나19는 시대의 전환”이라며 “하드웨어 시대를 끝내고 바이오·사이버·소프트웨어의 시대를 열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4차 산업의 중요도가 비약적으로 상승한다는 뜻이다. 이미 코로나 사태와 함께 물류, IT, 전자 시스템의 효용이 주목받고 있다. 우리나라 역시 코로나19 종식에 힘쓰는 한편 시대 변화에 맞춘 전략적인 투자 계획을 세워야 할 시점이다.


김대훈 수습기자 daehoon0523@uos.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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