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옥섭 감독의 영화 <메기>는 정체 모를 두 사람이 사랑을 나누는 장면이 찍힌 엑스레이 사진이 공개되면서 시작된다. 엑스레이 사진 속에 찍힌 주인공은 누구일까. 이 에피소드를 시작으로 영화는 ‘믿음’과 ‘의심’에 관한 이야기를 풀어나간다.

간호사 윤영은 엑스레이 속의 주인공이 자신과 남자친구 성원이라고 생각하고 사직을 결심한다. 그런데 다음날 사직서를 제출하러 간 병원에는 부원장 경진과 윤영만이 출근한다. 직원 모두가 엑스레이실에서 사랑을 나눈 경험이 있어 결근했다고 생각한 경진은 그들의 결근 사유를 의심한다. 의심을 풀기 위해 경진은 윤영과 직원의 집에 가 결근 사유가 진실이었음을 확인한다.

다음 의심은 윤영의 남자친구인 성원에게서 생겨난다. 도심 곳곳에 생긴 싱크홀을 메우는 일을 하게 된 성원은 현장에서 윤영과 맞춘 반지를 잃어버린다. 그러다 같이 일하는 동생이 발에 끼고 있던 백금 반지를 본 성원은 그 순간부터 동생에 대한 의심을 떨치지 못한다. 결국 동생의 지갑을 몰래 훔친 후 동생이 잃어버린 현금을 건네며 반지와 바꾸지만 그 반지는 성원의 손가락에 들어가기엔 턱없이 작았다.

마지막 의심은 성원의 전 여자친구 지연이 윤영을 찾아오면서 시작된다. 지연은 성원이 자신을 때렸다고 말한다. 그 이후 윤영의 의심은 걷잡을 수 없이 커진다. 성원이 안내해주는 길을 따라 자전거를 타고 가다 계단에서 굴러떨어질 뻔했다. 성원이 일부러 자신을 다치게 하려 했다고 생각한 윤영은 결국 성원에게 이별을 통보한다. 게다가 ‘전 여자친구를 때린 적 있다’는 성원의 말에 윤영의 의심이 눈덩이처럼 불어나자 성원이 거대한 싱크홀 속에 빠지며 영화는 마무리된다.

영화에는 끊임없이 의심과 믿음의 경계에서 선택해야 하는 순간이 등장한다. 엑스레이 불법 촬영물이 공개되자 사람들은 누가 찍었는지가 아니라 누가 찍혔는지에만 관심을 가진다. 어항 속의 메기만이 남의 사생활을 찍은 사람이 문제라고 이야기한다. 현실에서 불법 촬영물을 대하는 태도도 이와 비슷하다. 자신이 불법 촬영물에 찍혔거나 찍힐 수도 있다는 불안감이 대다수 사람을 괴롭힌다.

커져만 가는 윤영의 의심에 성원이 싱크홀에 빠지자 윤영은 싱크홀 속을 하염없이 바라본다. 이 감독은 성원의 입장을 들려주고 싶지 않았다고 한다. 그래서 성원이 전 여자친구를 때렸다고 말하자마자 그를 싱크홀로 빠뜨렸고 끝내 윤영은 성원이 지연을 때렸다는 사실 이면의 어떤 것도 알지 못했다. 그러나 어떤 일이 있었든 성원은 지연에게 폭력을 가했고 어쩌면 윤영은 성원을 의심함으로써 자신을 지킬 수 있었다.

메기는 믿음과 의심 사이에서 고민하는 윤영에게 ‘사실은 언제나 사실과 연관된 사람들에 의해서 편집되고 만들어진다고 아빠가 그랬어요’라고 말한다. 믿음과 의심의 경계에서 우리는 어떤 선택을 해야 할까. 영화를 통해 그 질문에 관한 답을 고민해볼 수 있을 것이다.


신유정 기자 tlsdbwjd00@uos.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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