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머니볼>은 2002년 미국 메이저리그 구단 오클랜드 어슬레틱스(이하 오클랜드)의 실화를 바탕으로 한 영화입니다. 당시 오클랜드는 팀 연봉 총액이 메이저리그 30개 구단 중 최하위권으로 선수 영입은커녕 팀의 선수를 지키는 것조차 버거운 상황이었습니다. 이에 주인공 빌리 빈 단장은 하버드대 경제학과 출신인 폴 디포디스타와 저렴한 선수를 영입하기 위한 새로운 전략을 수립합니다.

먼저 지역리그 우승을 위해 필요한 최소 기대 승률을 전 시즌 우승팀 승률 평균인 61.4%로 설정합니다. 그리고 실점이 작년과 동일하다는 가정 하에 필요한 목표 득점을 814점으로 계산해 814점 달성에 기여할 수 있는 선수를 영입하기로 합니다. 팀의 고액연봉 선수를 트레이드해 저평가된 저렴하고 출루율 높은 선수를 영입하는 방식입니다. 전문가들의 비웃음 속에서 오클랜드는 그해 메이저리그 20연승이라는 대기록을 달성합니다. 오클랜드처럼 수학적, 통계학적 방법을 도입해 야구를 객관적인 수치로 분석하는 방법을 ‘세이버매트릭스’라고 부릅니다.

사실 야구는 통계학과 아주 밀접한 스포츠입니다. 야구에서 흔히 사용되는 지표로 안타 개수를 타수로 나눠 구하는 타자의 타율, 투수의 총 자책실점에 9를 곱해 투구 회수로 나눈 방어율도 간단한 통계학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선수들은 경기 중에도 통계 수치를 활용합니다. 포수는 타자마다 선호하고 기피하는 코스 즉 핫 존(hot zone)과 콜드 존(cold zone)을 통계로써 파악해 투구를 리드합니다. 수비하는 야수들은 타자마다 타구 방향 빈도를 기반으로 수비 위치를 옮기는 수비 시프트(shift)를 하기도 합니다.

 

야구계의 빅데이터 세이버매트릭스는 출루율을 기준으로 타자를 평가합니다. 야구는 상대팀보다 많이 득점해야 이기는 스포츠고 득점을 위해선 출루를 해야 합니다. 이에 높은 출루율이 곧 좋은 타자의 덕목이라는 것이 세이버매트릭스의 결론입니다. 세이버매트릭스 덕분에 자본력이 부족한 구단들이 효율적으로 돈을 쓰고 트레이드 시장에서 보다 공정한 거래를 할 수 있게 됐습니다.

하지만 세이버매트릭스의 한계는 분명히 존재합니다. 수비의 지원, 플레이 스타일, 꾸준함, 내구성이 선수 지표에 작용하는 경우는 세이버매트릭스로 설명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또 득점에 있어 볼넷과 안타, 홈런의 가치가 매우 다름에도 출루율은 이들을 모두 동일 취급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볼넷과 안타가 많은 타자는 과대평가되고 장타가 많은 타자는 과소평가되는 문제도 있습니다.

그럼에도 세이버매트릭스가 선수의 숨은 장점을 발견한다는 점은 분명합니다. 대표적인 예시가 WAR 즉 대체선수 대비 승리기여도입니다. 해당 선수가 승리를 위해 얼마나 중요한지 보여주는 지표로 현재 선수들의 연봉협상에서 주요 데이터로 활용되고 있습니다. 최근 프로야구 구단 롯데 자이언츠가 전광판의 타자 이름 옆에 타율 대신 OPS 즉 출루율과 장타율의 합을 표기하는 것도 세이버매트릭스의 영향력을 보여줍니다. OPS는 타율이 출루율을 반영하지 못하고 단타와 홈런을 똑같이 안타 1개로 취급하는 단점과 장타 타자가 과소평가되는 세이버매트릭스의 문제를 보완했습니다. 이에 ‘세이버매트릭스의 최고 발견’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습니다.

야구에서 빅데이터는 과학기술과 결합하기도 합니다. 프로야구 구단 SK 와이번스는 훈련에서 공이 위에서 내려와 공의 아랫면 반쪽만 보이는 특이한 타격 기구를 사용합니다. 미국 메이저리그의 성적과 세부기록을 제공하는 ‘베이스볼 서번트’가 발표한 자료를 참고한 훈련입니다. 빅데이터 분석을 통해 홈런이 많이 나오는 타구 발사 각도가 20도 후반이라는 자료가 발표되면서 선수들이 이에 맞춰 훈련하고 있는 것입니다. 통계 데이터인 세이버매트릭스가 3D 그래픽 프로그램을 만들어내기도 합니다. 투구추적 시스템은 1루와 3루의 연장선과 중견수 방면의 관중석에 위치한 카메라를 이용해 추출한 영상에 컴퓨터 시각 기술을 적용해 공의 3차원 경로를 추적하는 기술입니다. 이렇게 측정된 공의 궤적, 구속 등의 투구 데이터는 투수 경기력 측정과 방송중계에도 이용돼 팬들의 재미를 더하고 있습니다. 주먹구구식 운이 아닌 빅데이터와 과학기술을 기반으로 한 확률의 스포츠 야구. 이러한 지식과 함께라면 더 재밌게 즐길 수 있지 않을까요.


김정익 수습기자 cha6kim@uos.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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