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전에는 당연했던 것들이 변했다. 일상적으로 주고받던 신체와 외모 평가를 불쾌하게 느끼는 사람이 많아졌으며 이러한 질문을 지양하는 분위기가 형성되고 있다. 방송물에서 등장하는 신체와 외모 평가 표현에 대한 문제 또한 지속적으로 제기돼 왔다.

그러나 텔레비전 안의 상황은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여전히 예능 속에서 출연자들은 서로의 신체와 외모를 아무렇지 않게 평가하고 비하한다. 이를 웃음 소재로 사용하는 것도 서슴지 않는다. 심지어 출연자의 행동이나 프로그램 속 상황과 자막을 통해 남녀를 가리지 않고 성 역할 고정관념을 시청자에게 제시하기도 한다.

평가의 대상이 되는 신체 조건

<아는 형님>은 학교를 콘셉트로 매주 새로운 게스트를 맞이해 다양한 게임을 진행하는 예능 프로그램이다. <아는 형님>에서 꾸준히 등장하는 개그 코드 중 하나는 출연자의 키와 몸무게다. 특히 키가 큰 서장훈과 키가 작은 이수근의 키 비교는 거의 매회 등장한다. 지난 200회 방송에서는 서장훈과 이수근이 앞으로 나와 나란히 서자 “그림으로 웃기게 하려고?”라는 말이 뒤에서 들리는 것과 동시에 화면 하단에는 ‘아까보다 더 웃겨진 그림’이라는 자막이 등장했다.

강호동의 몸무게와 관련된 이야기도 빠지지 않는다. 192회 방송에서는 고정 출연자가 아닌 게스트로 나온 가수 세븐틴마저도 강호동을 이름 대신 ‘뚱땡이’라고 부르는 모습이 송출됐다. 또한 206회 방송에서 ‘손병호 게임’을 진행했을 때 신동의 “뚱뚱한 사람 접어”라는 말에 강호동이 “본인이 뚱뚱하지 않다고 생각하면 어떻게 해요”라는 답변을 하자 “그건 생각을 바꿔야지”라는 답변이 돌아오기도 했다.

이러한 <아는 형님>의 연출과 자막 설정은 신체 조건을 평가의 대상으로 보게 한다. 키와 몸무게에 대한 획일적인 기준을 들이대기도 한다. 몸이 얼마나 건강한지와 같은 훨씬 중요한 요소들과는 상관없이 그저 겉모습만으로 ‘보기 좋은 몸’을 판단하도록 만드는 것이다.

예쁘고 잘생긴 게 최고인가

예능에서 출연자들의 외모에 대한 언급은 당연한 것으로 여겨진다. 외모에 대한 평가가 과해지며 사람을 판단할 때 외모가 최우선인 것처럼 느껴지게 만드는 예능의 연출 또한 문제가 되고 있다.

매주 다른 아이돌을 게스트로 초대하는   <주간 아이돌>과 같은 방송에서 매번 등장하는 코너가 바로 ‘외모 순위 정하기’다. 이 순위는 성격 등의 다른 요소를 모두 제외한 것이다. 이렇게 정해진 외모 순위에서 높은 순위를 차지한 출연자는 기뻐하고 낮은 순위를 차지한 출연자는 실망하는 모습을 보인다. 이러한 연출은 시청자들에게 오로지 외모로만 판단한 순위가 큰 의미를 갖는 것처럼 느끼게 만든다.

<동상이몽>은 다양한 커플의 일상생활 속 모습을 관찰하는 형식의 예능 프로그램이다. <동상이몽>의 51회 방송에서는 김성중을 외모가 출중하지는 않지만 성격이 좋아 ‘진국’이라고 표현했다. 그러자 그 말을 들은 김구라는 “주변에 진국이라는 사람 치고 애인 있는 사람 못 봤다”고 답했다. 이 말에는 외모 이외에 다른 조건은 사람의 매력이 될 수 없다는 생각이 담겨 있다.

성별에 따라 달라지는 프레임

잘못된 외모 관련 프레임에는 성차별적인 요소 또한 담겨 있다. <아는 형님>의 206회 방송에서는 AOA 지민과 이수근이 키를 재는 장면이 전파를 탔다. 이때 화면의 아래에는 ‘그리 큰 차이는 없어 보이는데’라는 자막이 나왔다. 뒤이어 급하게 지민과 거리를 벌리는 이수근을 보며 출연자들이 폭소하고 심지어 지민마저도 이수근을 향해 웃음을 터뜨린다. 이는 남자가 여자보다 키가 커야 한다는 생각이 바탕이 된 연출이다. 키가 큰 여자 출연자가 등장하면 ‘옆에 선 남자를 민망하게 만드는’과 같은 자막을 넣는 것도 비슷한 맥락이다.

외모 프레임의 대상은 남녀 모두가 될 수 있다. 하지만 여성에게는 외모와 관련된 프레임이 더 많이 씌워진다. 여성 기독교 연합 단체인 서울 YWCA의 예능 프로그램 속 성차별 모니터링 결과 <주간 아이돌>의 자막을 분석했을 때 남성 아이돌의 출연 시에는 외모보다 개인의 능력에 관한 언급이 주를 이뤘다. 반면 여성 아이돌은 어떤 대답을 하더라도 외모와 연계돼 언급됐다. 실제 <주간 아이돌>에서의 외모 평가에 대한 성차별적 사례 총 21개 중 여성이 대상이 된 것은 14개로 남성의 두 배를 차지했다.

예능에서 잘못된 성 역할 고정관념을 제시하는 경우도 있다. <미운 우리 새끼>는 ‘엄마가 아들의 일상을 관찰하고 육아일기를 통해 순간을 기록하는 프로그램’이라고 소개돼 있다. 프로그램에서는 스튜디오에 엄마만을 초대하고 모성애를 강조한다. 이러한 포맷을 ‘육아일기’라는 단어에 빗대는 것은 육아를 여성만의 역할로 간주하는 것이다. 프로그램 전반에서 미혼 남성에 대한 고정관념이 드러나기도 한다. 성인인 아들을 철없는 모습으로 묘사한다. 이는 결혼을 하지 않은 남성은 성인임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보살핌이 필요하다는 잘못된 생각을 갖게 한다.

어린이와 청소년을 가두는 프레임

유튜브 채널 ‘슬랩’에는 초등학교 6학년 여학생이 친구들끼리 나중에 성형을 어떻게 할지 대화하는 것이 흔한 풍경이라고 말하는 영상이 올라왔다. 2017년에 스마트학생복이 초·중·고등학생 1만939명에게 실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다이어트에 입문한 시기를 묻는 질문에 초등학교라고 답한 응답자가 4천 명(36.6%)을 넘기도 했다. 2019년에 실시한 방송통신위원회의 지상파 TV 프로그램 유형별 시청률 조사 결과에 의하면 10대의 예능 시청률은 62.2%라는 높은 수치를 보였다.

어린이와 청소년들이 잘못된 프레임에 갇히는 것에는 예능의 영향을 배제할 수 없다. 어린이와 청소년기는 주변 환경을 바탕으로 자아 정체성을 형성하는 시기이기 때문이다. 방송사는 예능을 제작할 때 어린이와 청소년에게 미치는 영향을 한 번 더 생각해야 한다. 잘못된 프레임을 생각 없이 개그의 소재로 사용하는 것 또한 지양해야 할 것이다.


김유경 수습기자 candy8867@uos.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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