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주거 기획 ‘그들은 어디서 살고 있는가’ ①

가사도우미 일을 하며 버는 수입은 그대로지만 집세와 물가는 계속해서 오른다. 새해가 되자 또 오른 집세가 버거웠던 미소는 결국 월세방을 포기하고 친구들의 집을 전전하기 시작한다. 지난 2018년 개봉해 N포세대의 공감을 자아낸 영화 <소공녀>의 이야기다. 미소가 살던 곳은 호텔의 스위트룸 같은 곳이 아니었다. 난방이 되지 않아 겨울에는 두꺼운 외투를 입고 생활해야 하고 바퀴벌레와 함께 살아야 했던 월세방이었지만 미소는 그 집의 월세조차도 감당하기 어려웠다. 미소의 사연은 영화 속의 이야기라고 치부하기엔 너무나도 현실적인 이야기다. 미소와 같은 우리 사회의 청년들은 어디서 어떻게 살고 있을까.

지옥고, 청년들의 주거환경 드러내

‘지·옥·고’라는 말이 있다. 이는 지하방, 옥탑방, 고시원을 지칭하는 신조어로 우리나라 청년 주거 빈곤의 심각성을 보여준다. 지옥에서 느끼는 고통을 뜻하는 한자어 지옥고와 동음이의어인 이 말은 어떻게 보면 의미도 같다고 볼 수 있다. 바닥에서 올라오는 습기와 곰팡이, 침대를 놓으면 겨우 걸어 다닐 수 있는 좁은 공간, 여름엔 덥고 겨울엔 추운 방, 옆방 사람이 무엇을 하는지 알 수 있을 정도로 방음에 취약한 곳이 바로 지·옥·고이기 때문이다.

집에서 독립한 대다수 청년이 거주하는 원룸의 상황도 크게 다르지 않다. 국토교통부가 정한 ‘최저 주거기준’에서는 14㎡라는 4평 남짓한 크기의 공간을 최소 주거면적으로 이야기한다. 최저 주거기준이란 주택의 면적 외에도 사람답게 살 수 있는 최소한의 주거 조건을 정해놓은 법정 기준이다. 그러나 현재 청년들은 이런 최소한의 기준에도 부합하지 않는 곳에 살고 있다.

2017년 한국토지주택공사에서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전국의 1인 청년 가구 5명 중 1명은 최저 주거기준에 미치지 못하는 곳이나 지하 및 옥탑, 주택 이외의 거처에서 사는 주거 빈곤 상태에 놓여있다. 게다가 청년 인구가 몰려있고 집값이 비싼 서울에서는 문제가 더욱 심각해진다. 서울 지역 1인 청년 가구 중 최저 주거기준에 미달하는 가구의 비율은 37.2%로 10명 중 약 4명의 청년이 주거 빈곤을 겪고 있다. 그러나 이런 열악한 환경에서 살기 위해서 청년들이 지불해야 하는 대가는 혹독하다. 2017년 국토교통부의 주거실태조사에 따르면 20대의 최저 주거기준 미달 거주 1인 가구의 ‘RIR(Rent to Income Ratio)’는 37.5%다. RIR란 월 소득 중 주택 임대료가 차지하는 비율로 37.5%라는 수치는 전체 연령 평균 RIR인 27.5%를 훨씬 웃돈다.
 

 

청년의 주거 부담을 줄여주기 위한 청년주거지원 정책

사람이 살아가는데 기본적으로 필요한 세 가지 요소를 의식주라고 꼽을 정도로 집은 사람들의 삶에 중요한 부분이다. 인간다운 생활을 위해 필요한 집이지만 청년들에게는 집에서 살기 위해서 삶을 사는 주객전도의 경우도 흔히 찾아볼 수 있다. 많은 청년이 열악한 주거환경에서 사는 것에 비해 과도한 월세 부담을 지고 있는 것이다.

청년층의 주거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 정부와 지자체 등에서는 여러 청년주거 지원정책을 내놓았다. 대표적으로 LH 한국토지주택공사(이하 LH)에서 시행하는 청년전세임대, 행복주택, 청년매입임대 등의 주거복지사업과 SH 서울주택도시공사(이하 SH)에서 진행하는 주거지원 정책인 행복주택, 역세권 청년주택 등이 있다.

청년전세임대는 임대주택의 일환으로 만19세 이상 39세 이하 청년층의 주거비부담 완화를 위해 전세금을 지원해주는 제도다. 이는 입주대상자로 선정된 청년이 직접 거주할 주택을 물색하면 LH나 SH 측에서 기존주택과 전세계약을 체결해 재임대하는 형태로 공사에서 임대주택을 건설해 제공하는 방식과는 차이가 있다. 행복주택은 대학생과 청년, 신혼부부 등을 대상으로 교통이 편리한 곳이나 학교, 직장이 가까운 곳에 짓는 공공임대주택이다.

행복주택이 지어지는 곳에는 주민편의시설도 함께 만들어져 저렴한 임대료로 편리한 주거환경과 교통혜택을 누릴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우리대학 후문 에도 ‘동대문역세권청년주택’이라는 이름으로 공사 중인 역세권 청년주택이 있다. 이는 SH에서 청년층을 위해 시행하고 있는 주거지원 사업 중 하나로 무주택 청년 및 신혼부부의 주거안정을 위해 대중교통 이용이 편리한 역세권에 공급하는 임대주택이다.

청년주거 지원정책, 누구를 위한 것인가

청년주거 빈곤의 심각함을 인지한 정부와 지자체에서는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다양한 주거 지원 사업을 시행하고 있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청년주거 지원정책의 실효성에 대한 의문이 제기된다.

대표적으로 LH에서 시행하는 청년전세임대의 경우 입주대상자가 직접 매물을 찾아야 한다. 그런데 LH가 요구하는 조건에 맞는 매물을 찾기가 어렵고 입주까지의 과정이 까다롭고 복잡하다는 문제가 있다. LH와 계약을 맺으려면 해당 전세 주택은 부채 비율 90% 이하, 전용면적 60㎡ 이하이어야 하며 전세 또는 보증부월세로만 계약이 가능하다. 이외에도 임대인이 제출해야 하는 서류가 많고 재산 상황을 공개해야 해 임대인과 부동산 측에서는 LH를 꺼리는 경우가 많다. 그렇기에 LH 매물은 주변 시세보다 높게 받는 경우도 있고 일반 전세 계약자들이 꺼리는 오래됐거나 질이 떨어지는 매물이 많다.

이런 속사정에 2018년 한국주택토지공사에서 발표한 ‘최근 5년간 청년전세임대주택 계약 안내 통보 대비 계약률’을 보면 계약률이 51.9%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당첨되더라도 계약을 맺지 못하는 경우가 많은 것이다. LH 전세임대주택에 거주 중인 대학생 A(21) 씨는 “생각보다 매물이 너무 없어서 놀랐다”며 “학교 근처에 있는 지상층 원룸을 알아봤는데 대부분 매물은 반지하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이어 “근처 구까지 범위를 넓혀 겨우 좋은 방을 구했다”며 “LH 전세대출제도 자체는 좋다고 생각하지만 전세대출 대상자가 돼도 매물을 찾느라 고생하거나 심한 경우 전세대출 자체를 포기하는 분들도 있는 만큼 많은 분들이 온전히 수혜를 받는 방향으로 개선됐으면 한다”고 덧붙였다.

SH에서 내놓은 역세권 청년주택과 관련된 잡음도 끊이지 않고 있다. 역세권 청년주택은 서울시가 민간 사업자에게 역세권에 대규모 주거 시설을 지을 수 있도록 규제를 풀어주고 건물 용적률 완화, 세금 감면 등 혜택을 주는 대신 민간 사업자로 하여금 임대주택을 짓게 해 청년층에게 우선적으로 공급하는 방식이다. 그러나 임대물량의 10%만 공공임대로 할당되고 나머지는 민간임대로 진행되면서 문제가 발생했다. 민간임대는 주변 시세의 85~95%로 공급돼 보증금, 옵션비 등이 더해지면 주변 시세와 큰 차이가 없다. 그렇기에 사회초년생이나 대학생 같은 청년층이 입주하기엔 무리가 있었다. 이에 대부분 주거 지원 정책은 무주택자를 대상으로 함에도 장기간 공실일 경우 유주택자도 입주가 가능하다는 예외조항에 따라 유주택자나 안정된 소득을 가진 직장인에게 혜택이 돌아가는 경우가 발생했다.

청년의 주거 부담을 완화하기 위해 여러 주거 지원 정책이 도입됐지만 실효성 있는 정책으로 자리잡지는 못했다. 우리대학 도시행정학과 오동훈 교수는 “우리나라 주택정책의 역사를 보면 미래세대인 청년은 주요 대상층이 아니었다”며 “짧은 역사만큼 청년층을 위한 임대주택 공급 또한 절실한 상황이라 양적 공급 확대와 질적 주거환경 조성 모두 추진해 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눈으로 보이는 주택 공급량 늘리기에 급급할 것이 아니라 실제 청년들에게 도움이 될 수 있는 주거지원 정책의 도입이 필요해 보인다.


신유정 기자 tlsdbwjd00@uos.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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