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서구사회에서 인종차별에 대항하는 시위나 행동이 크게 번지고 있다. 지난 5월 25일 미국에서 발생한 이른바 ‘조지 플로이드 사건’에서 비롯된 흐름이다. 조지 플로이드 사건은 백인 경찰들이 흑인 남성 조지 플로이드를 과잉 제압해 사망에 이르게 한 사건이다. 이 일로 인종차별에 항의하는 물결이 또 한 번 거세게 일어났다. SNS에서는 ‘#BlackLivesMatter’라는 해시태그가 유행했고 미국 전역에서 시위가 발생했다. 물결은 미국을 넘어 유럽에까지 퍼졌다. 영국에서 에드워드 콜스턴 동상이 끌어내려진 것이 대표적 사례다. 그는 자선사업을 했지만 노예무역으로 부를 축적한 인물이었다.

한편 흑인(아프리카계)차별 뿐만 아니라 아시아계 차별을 지적하는 목소리도 함께 높아지고 있다. 비아시아계 사회에서는 예전부터 아시아계에 대해 ‘오리엔탈리즘’이라 불리는 편견을 씌우거나 아시아계를 보면 눈을 쭉 찢는 등 차별행위를 보여 왔다. 중국 우한에서 발생한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이하 코로나19)가 서구사회에까지 확산된 후부터는 코로나19를 이용한 차별까지 발생하고 있다. 지난 21일 네덜란드에서 한국계 10대 청소년이 ‘코로나 걸린 중국 암덩어리’라는 말을 들으며 폭행당하는 사례가 있었다.

이 같은 흐름 속에서 우리는 어떤 위치에 있을까? 인터넷에서 네티즌들의 반응을 보면 대개 아시아계 차별행위를 규탄하는 목소리가 많았다. 그런데 그 목소리는 대개 아시아계 차별 행위 자체만을 지적하는 것이 아니라 ‘미개한 홍인·흑인이면서 우릴 차별한다’ 식의 지적이었다. 또한 흑인 차별 반대 운동에 대해서 흑인 역시 백인에게 차별받는 존재인 동시에 아시아계를 차별하지 않느냐면서 흑인 차별 반대 운동에 동참하는 것에 회의감을 느끼는 반응도 많았다. 이런 회의감을 보일 때도 흑인을 차별하거나 비하하는 표현이 상당히 많이 사용됐다.

이런 반응들을 통해 우리는 우리가 인종차별과 그에 반대하는 국제 흐름에서 피해의식을 가진 동시에 가해자와 같은 태도를 지닌 기묘한 위치에 있음을 알 수 있다. 이는 우리가 아시아계가 주류인 사회, 민족의식이 상당히 강조되는 사회에 살기 때문이라고 생각된다. 해외로 나가면 소수자가 돼 당하지만 국내에서는 주류로서 오히려 다른 인종을 무시하는 입장으로 존재하는 것이다.

이런 모순적 입장에 있는 한 우리가 아무리 정의를 외쳐도 국제 사회에서 온전히 받아들여지긴 힘들 것이다. 차별을 행하는 사회에서 차별금지를 외친다니 그만큼 우스운 일이 어디에 있겠는가? 인종차별에 저항하는 목소리가 높아지는 흐름에서 우리는 스스로의 모습을 성찰할 필요성이 있다. 피해 의식을 바탕으로 스스로를 정당화하는 가해자가 아닌 피해자들과 함께 목소리를 내 인류 보편적 가치를 외치는 국제 사회 구성원이 되도록 노력해야 한다.


이길훈 기자 greg0306@uos.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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