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 연예계는 ‘부캐’ 만들기에 빠져있다. 부캐는 원래 캐릭터가 아닌 또 다른 캐릭터를 가리키는 온라인 게임상의 용어다. 하지만 최근에는 연예인이 기존의 이미지에서 벗어나기 위해 만든 새로운 캐릭터를 일컫는 말로 그 의미가 확장됐다. 예능 프로그램뿐만 아니라 유튜브와 음악계 등 장르를 불문하고 지금도 새로운 부캐가 여기저기서 나오고 있다. 그렇다면 부캐를 내세워 활동하는 연예인들의 활약을 살펴보고 이러한 부캐 놀이의 흥행비결을 알아보자.

제2의 전성기 맞은 유산슬과 김다비부터 인생역전한 카피추까지

부캐 열풍의 중심에는 방송인 유재석이 있다. 유재석은 MBC <놀면 뭐하니?>의 음악 프로그램 ‘뽕포유’를 통해 트로트 가수 유산슬로 데뷔했다. 유산슬은 ‘합정역 5번 출구’, ‘사랑의 재개발’, ‘이별의 버스 정류장’ 등 여러 노래를 잇따라 히트시키며 트로트 가수로서 성공적으로 이름을 알렸다. 유재석의 변신에 사람들은 많은 응원을 보냈고 결국 유산슬은 <2019 MBC 방송연예대상>에서 신인상을 수상하는 쾌거를 이뤘다. 둘째이모 김다비로 새로운 전성기를 맞은 방송인 김신영도 부캐 열풍의 주역이다. 둘째이모 김다비는 재치 있는 입담과 디테일한 분장으로 인기를 끌고 있다. 특히 근로자의 날에 발표한 곡 ‘주라주라’는 직장인의 공감을 끌어내는 가사로 큰 호응을 얻었다. 김다비는 활발한 방송 출연과 광고 촬영으로 행복한 나날을 보내고 있다.

부캐를 통해 본캐가 유명해진 경우도 있다. 바로 코미디언 추대엽, 일명 카피추다. 긴 무명 생활을 보냈던 추대엽은 카피추라는 캐릭터로 빛을 보기 시작했다. 카피추는 유행가나 모두가 다 아는 동요에서 가사만 바꿔 부르는 표절 개그를 시전한다. 방송인이자 작가 유병재의 유튜브 채널에 처음 등장한 카피추는 이를 계기로 승승장구했다. 현재는 구독자의 수가 30만 명(2020년 7월 8일 기준)이 넘는 유튜브 채널의 크리에이터로 활동하고 있다.

음악계도 부캐로 들썩

예능계뿐만 아니라 음악계에서도 부캐 만들기는 인기다. 여기에 가수 매드클라운을 빼놓고 얘기하기는 어렵다. 매드클라운은 자신의 이름과 얼굴을 가리고 힙합 오디션 프로그램 <쇼미더머니 트리플세븐>에 지원했다. 매드클라운의 새로운 캐릭터, 마미손이 탄생하는 순간이었다. 이전 시즌에서 심사위원으로 출연했던 매드클라운이 모든 것을 내려놓은 채 새로운 시작을 한 것이다. 비록 오디션에는 떨어졌지만 매드클라운은 부캐를 통한 음악 활동의 길을 열어줬다.

음악인들의 부캐 활동은 자신 내면의 이야기를 전달하는 데 이용되기도 한다. 방탄소년단의 슈가는 솔로 믹스테이프를 낼 때 ‘어거스트 디’라는 이름을 사용한다. 일종의 부캐인 것이다. 어거스트 디의 노래에는 자기 고백적인 가사가 고스란히 담겨있다. 특히 친한 친구와 멀어지면서 느낀 감정을 실은 ‘어땠을까’는 듣는 이들로 하여금 안타까움과 애절함을 자아낸다. 한편, 미국의 유명 래퍼인 에미넴은 자신의 부캐 슬림 셰이디로 다소 과격하게 자신의 이야기를 펼쳤다. 가사에 욕설이 난무하는 것은 물론 여성과 동성애자를 혐오하는 표현이 여러 차례 등장한다. 그러나 단어 선택만이 문제가 된 것은 아니다. 슬림 셰이디는 마이클 잭슨, 머라이어 캐리, 브리트니 스피어스 등 유명인들 나아가 전 부인과 자신의 어머니까지도 디스해 실망감을 안겼다. 부캐를 통해 자아를 분리했더라도 에미넴이 대중의 비난을 피해갈 수는 없었다.

부캐 놀이의 흥행 비결

부캐 놀이에 대한 대중의 반응은 뜨겁다. 기존에 알고 있던 연예인의 새로운 모습을 볼 수 있기 때문이다. 국민 MC 유재석이 부르는 트로트는 시청자에게 신선함으로 다가왔다. 예능 프로그램의 코너에서 잠깐 부르는 게 아닌 트로트로 정식 앨범을 내고 공연을 하는 것은 누구도 상상하지 못했을 것이다. 

B급 감성으로 무장한 부캐의 독특한 외관도 부캐 놀이에 재미를 더한다. 부캐로 활동하면서 연예인들은 재미있는 분장을 곁들인다. 이러한 외관은 부캐놀이의 몰입을 돕는다. 분장한 캐릭터를 보는 순간 사람들의 머리속에는 본캐는 사라지고 부캐만 남는다.

마지막으로 부캐놀이의 흥행비결은 현대인의 특성에서도 찾을 수 있다. 서울대학교 김난도 교수는 공저작인 『트렌드 코리아 2020』에서 올해 트렌드 중 하나로 멀티 페르소나를 꼽았다. 멀티 페르소나는 개인이 상황에 맞게 다른 사람으로 변하는 복합적인 정체성을 가진다는 개념이다. 직장에서의 나와 집에서의 나가 다른 것처럼 개인은 사회적 위치나 환경에 따라 다양한 자아를 갖고 있다. 특히 현대인은 취미 생활에 더 시간을 내 새로운 자신을 찾으려하는 성향이 강하기 때문에 멀티 페르소나의 개념과 더욱더 가깝다. 새로운 영역에 도전하는 스타들의 부캐를 응원하는 것도 현대인의 이러한 멀티 페르소나적인 특성과 맞닿아있기 때문이다.

부캐 열풍 계속될까

부캐를 통해 생명력이 길어진 연예인으로 인해 세대교체가 어려워질 것이라는 비판도 제기된다. 이미 이름을 알린 연예인이 신선함을 무기로 브라운관을 독식할 위험이 크다는 것이다. 이로 인해 다음 세대를 이끌어갈 신인을 발굴할 기회를 잃어버리게 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부캐 만들기는 또 다른 자아를 실현한다는 점에서 긍정적인 트렌드임은 분명하다. 부캐를 통해 잠재된 재능을 찾고 자신의 장점을 계발할 수도 있다. 나아가 활동 범위를 확장해주기도 한다.

가령 코미디언 유재석과 김신영이 음악 프로그램에 출연하는 식이다. 부캐가 하나의 독립적인 캐릭터로 인정받기 때문에 다양한 장르의 프로그램을 넘나들 수 있는 것이다. 이러한 이유로 제2의 유산슬과 제2의 김다비를 꿈꾸며 연예인들의 부캐를 발굴하려는 시도는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신현지 수습기자 hghg98@uos.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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