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더운 여름 등록금 환불을 둘러싼 갈등이 대학가를 더욱 뜨겁게 달구고 있다.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이하 코로나19)의 영향으로 학교가 폐쇄되고 예정됐던 대면 수업이 사이버 강의 형태로 운영됐다. 그에 따라 대학이 제공하는 교육의 질은 전반적으로 하락했고 수강생들의 수업 만족도도 떨어졌다. 미숙한 수업뿐만 아니라 △각종 부정행위 △평가 기준의 모호함 △시설 폐쇄에 따른 교내 서비스 이용 제한 등의 이유로 학생들의 짜증 섞인 아우성이 커져갔다. 이어 학생들은 등록금 가치를 보장해달라고 외치며 대학에 일정한 보상을 요구하기 시작했다. 그러나 등록금 관련 협의는 대체적으로 지지부진한 상황이다.

귀책사유 없다는 대학

등록금 환불 안건에 관해 각 대학은 수업권의 전반적인 저하는 대학의 귀책사유가 아니라는 입장을 내세웠다. 『대학 등록금에 관한 규칙』 제3조에 따르면 천재지변에 따른 등록금 감액이나 면제를 명시하고 있다. 하지만 이는 개인이 재해에 의해 피해를 봤을 때 예외적으로 적용되는 규정이다. 코로나19로 인해 발생한 사회 전반적인 문제는 이에 해당하지 않는다. 따라서 지금과 같은 전염병 상황에서 벌어진 교육의 질적 저하는 해당 규정에 따라 등록금 환불을 이야기하기에는 어렵다. 대학들은 자금 문제도 거론했다. 코로나19로 인해 방역과 인터넷 강의 진행에 추가적인 비용이 발생했고 점점 줄어드는 학령인구에 따른 미래 재원 감소에도 대비해야 한다는 것이다. 적립금에 공백이 생기면 추후에 메우기 어렵다는 내용이 요지다. 사립대의 경우 등록금이 운영비의 대부분을 차지하는데 등록금을 환불할 경우 재정 악화로 이어질 수 있다며 우려를 표했다.

대학생들, 제대로 뿔났다

대학의 항변에도 불구하고 학생들의 반응은 차가웠다. 규정상 대학의 귀책사유가 아니더라도 학생들이 받은 피해를 보상해줄 수 있는 주체는 대학이기 때문이다. 또한 대학은 방역과 인터넷 강의에 비용이 발생했다는 주장을 펼쳤음에도 정작 회계장부를 투명하게 공개하지 않았다. 대학이 어느 정도의 재정적 부담을 받는지 학생으로선 알 길이 없다. 적립금을 확보해야 한다는 주장 역시 날선 비판이 가해졌다. 미래의 지출을 위해 적립금은 분명 필요하지만 지금이야말로 적립금을 풀어야할 비상 상황이라는 반박이 뒤따랐다. 적립금의 규모가 큰 학교일수록 비판은 거셌다.

이와 관련해 학생들이 직접 행동에 나서기도 했다. 대표적으로 ‘전국대학학생회네트워크(이하 전대넷)’에서 학생들의 의견을 결집시켜 행동에 나섰다. 전대넷을 주축으로 결성된 ‘등록금반환운동본부’는 대학생들의 서명을 모아 대학과 교육부를 상대로 집단소송을 냈다. 전국 40여 개 대학에서 총 3500여 명의 학생 서명이 모였으며 지난 1일 서초구 법원에서 소송에 관한 공개 기자회견을 가졌다. 요구의 핵심은 수업권에 지대한 침해를 받은 학생들이 등록금의 25%를 반환받을 수 있도록 하라는 것이었다. 이들은 “대학들이 지금까지 재정 자립을 위한 노력을 경시하고 학생들의 등록금에만 과도하게 의존했기 때문에 대학 재정난이 발생한 것”이라며 “이번 등록금 반환 요구는 지금껏 당연하게 무시당하고 침해받았던 대학생들의 권리를 지켜달란 요구가 함축된 행동”이라고 강조했다.

대학과 학생 사이 씨름하는 교육부

이 같은 상황에서 정부는 대학과 학생 간 협상을 유도할 간접지원 카드를 꺼냈다. 지난 3일 국회 본회의에서 등록금 반환과 관련된 총 1천억 원 규모의 추가경정예산이 확정됐다. 기존 2,700억 규모의 추경 예산을 고려했으나 세금을 과도하게 사용한다는 비판이 잇따랐다. 최종안에서 이전의 1/3 수준인 1천억 원을 배분한 것은 여론을 의식한 결과로 풀이된다. 국회에서 최종 의결된 예산은 교육부 주관하에 활용된다. 7월 말 8월 초 사이 예산 분배 규정과 조건이 정해질 전망이다. 교육부 관계자는 “대학, 특히 사립대에 대해서는 교육부라도 학교 운영에 직접적인 관여가 불가능하다”며 “따라서 대학이 자율적으로 학생들과 협의하도록 하고 간접적인 지원을 활용하는 방침은 유지될 것”이라 밝혔다. 교육부로서는 간접적인 지원이 문제 해결에서 취할 수 있는 최선의 수인 셈이다.

하지만 간접 지원 정책을 활용한다고 해서 대학과 학생 간 자체적인 협의가 원활하게 이뤄질지는 여전히 의문이다. 대다수의 대학들은 등록금 환불에 관한 귀책사유가 없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정부가 간접지원을 통해 마중물을 마련했지만 열심히 펌프질을 하지 않으면 물은 나오지 않는다. 결국 중요한 것은 대학의 적극적인 협력 의사와 소통이다. 때문에 대학이 먼저 회계정보를 투명하게 공개할 필요가 있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정보가 비대칭적인 상태에서 건설적 토론이 진행될 리 만무하기 때문이다. 협의를 시작하기 전에 상호 간의 입장을 명백히하는 과정이 선행돼야 한다. 그때 비로소 소통이 이뤄질 수 있다.

앞장서 소통 이룬 대학들, 다음 타자는

한편 건국대와 전북대에 이어 단국대 역시 지난 9일 등록금을 환불하기로 결정했다. 건국대가 15일에 가장 먼저 환불을 결정했고 지난 7일 전북대도 등록금 환불을 확정했다. 각 대학의 반환율은 등록금의 8~10% 가량으로 책정됐다. 반환은 장학금 형식을 빌려 학생들에게 전달된다. 대학과 학생 사이 존재하는 미묘한 간극을 깨고 앞장서 소통을 이끌었다는 점에서 긍정적으로 평할 수 있다. 이들의 행보가 타 대학의 결정에 어떤 영향을 줄지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코로나19로 인해 학생들이 받은 피해는 명백하다. 납부한 등록금으로부터 기대되는 학교의 서비스와 교육을 충분히 받지 못했다. 대부분 대학에서 운영에 관한 잡음이 끊이질 않았고 이는 온전히 학생들이 떠안는 피해가 됐다. 모두가 힘드니 대충 넘어가라는 식의 위기 대처는 대학과 학생 간 신뢰를 무너뜨릴 수 있다. 대학이 맞닥뜨린 고통이 학생들이 겪은 것에 비해 과중하다고 할 수도 없을 것이다. 그러므로 각 대학은 투명한 정보 공개를 바탕으로 학생들과의 적극적인 소통을 이끌고 협력으로 나아가야 한다. 무엇보다도 등록금 갈등은 단순히 지난 학기뿐만 아니라 이후 학사일정과도 긴밀히 연결된 문제인 만큼 조속한 해결을 추구해야 할 것이다.


김대훈 수습기자 daehoon0523@uos.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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