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식주는 인간이 인간생활을 영위하기 위해 필요한 기본 요소다. 그런데 ‘의’와 ‘식’은 한국사회에서 풍족하다 못해 낭비로 이어지는 반면 ‘주’는 여전히 부족하고 취약계층에게 보장되지 못한다. 특히 현재 청년세대는 주거 빈곤으로 벼랑 끝에 몰리고 있다. 서울시립대신문은 청년세대의 주거 문제에 대해 다루는 연재 기사를 기획했다. 이 기사는 그 두 번째 기획기사로 주거 빈곤의 대안으로 제시되고 있는 공동주거에 대해 살펴보고자 한다. -편집자주-

 

오늘을 살아가는 많은 청년들이 주거 빈곤 상태에 빠져있다. 지난해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의 「청년가구의 주거 빈곤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에 관한 연구」에 따르면 19~34세 가구주 233명 중 24.7%는 주거비 과부담, 8.9%는 최저주거기준 미달로 나타났다. 또 주거지가 최저주거기준에 미치지 못하면서 주거비 부담까지 큰 주거 빈곤 가구는 33.1%에 달했다.

이런 청년층 주거 빈곤에 대한 대안으로 거론되고 있는 대표적인 방안이 공동주거다. 공동주거는 넓은 집을 임차해 2명 이상이 함께 거주하며 임대료를 분담하는 형태다. 따라서 비교적 저렴한 금액으로 안정적인 주거 환경에 거주할 수 있다. 이에 각 지방자치단체와 정부에서는 청년주거 문제의 대안으로 공동주거를 제시하고 있으며 민간 차원에서는 공동주거주택(이하 공동주택)이 고수익 투자모델로 부각돼 공급이 늘고 있다.

▲ 민달팽이주택협동조합에서 운영하는 공동체주택 ‘달팽이집’의 우리대학 근처 분포도 (자료: 민달팽이 유니온 제공)
▲ 민달팽이주택협동조합에서 운영하는 공동체주택 ‘달팽이집’의 우리대학 근처 분포도 (자료: 민달팽이 유니온 제공)

 

셰어하우스 vs 코하우징

공동주택은 크게 두 가지 유형으로 나눌 수 있다. 가장 대표적인 유형은 단지 공간을 공유하기만 하는 공유주택이다. 대부분의 ‘셰어하우스(Share House)’가 이에 해당하는데 화장실, 부엌, 거실 등의 공간을 공유해 사용하는 공동 주거 형태를 말한다. 셰어하우스는 거실, 화장실 등의 공용 공간만 함께 공유하는 ‘플랫 셰어’, 방까지 공유하는 ‘룸 셰어’, 그리고 서로의 집을 구분해 사용하면서 대문을 공유하는 ‘하우스 셰어’ 등 형태가 다양하다. 일본에서는 주거비용이 가파르게 상승하자 1980년대부터 셰어하우스가 시작됐다. 국내에서는 2011년을 기점으로 시작돼 다양한 형태의 셰어하우스가 빠른 속도로 보급되고 있다. 민간에서는 고수익 투자처로 인식돼 공급이 확대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다른 하나는 공동체주택, ‘코하우징(Co-Housing)’이다. 코하우징이란 개인이 소유할 수 있는 완벽한 단위주택과 주민이 함께 사용할 수 있는 공동의 공간이 함께 계획된 공동주택을 일컫는다. 공용 공간을 공유해 사용하는 셰어하우스를 넘어 거주자들끼리 취미 생활이나 여가 등을 함께 공유하며 공동체를 형성하는 것이다.

코하우징은 1970년대 덴마크에서 처음 등장한 이후 네덜란드, 스웨덴, 영국, 독일, 일본 등 세계 각지로 확산됐다. 특히 코하우징 즉 공동체주택은 서울시에서 주거 문제에 대한 해결책으로 제시되고 있는 모델이다. 서울시는 2018년에 공동체주택 마을을 면목동에 조성했다. 면목동 공동체주택 마을은 자투리 토지를 활용해 입주자간의 다양한 교류를 조성하고 책을 테마로 인근 도서관거리와 연계했다. 이렇듯 공동체주택 마을은 공동체를 통해 주거 문제를 해소하고 개인의 삶의 질을 향상시키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공동주거, “수요자 중심의 주택공급 이루고자 선택”

이렇게 다양한 공동주거가 활발해진 것은 소유자 중심의 주택공급에서 수요자의 필요에 따른 주택공급으로 발상의 전환이 시작됐기 때문이다. 청년주거 관련 시민단체 ‘민달팽이유니온’ 관계자는 “기존에는 토지소유자 혹은 건물소유자가 시장논리에 따라 더 많은 이익을 위해 청년이 부담하기 어려운 시장가격을 형성했고 방을 쪼개거나 반지하, 옥탑 등 부적절한 주거를 공급했다”며 “하지만 주거는 단순히 시장 논리에 따르는 것이 아니라 개인의 특성이 담겨야 한다”고 이상적 주거 형태에 대한 입장을 밝혔다. 이어 “이러한 필요성을 느낀 입주자들이 수요자 중심의 주택공급을 이루고자 코리빙 또는 셰어하우스 등의 주거형태를 선택한 것”이라며 “빌려 쓰는 사람들의 상상이 현실에 담기기 시작했다”고 전했다.

민달팽이유니온은 청년이 직접 주택을 공급하고 운영해보고자 ‘민달팽이주택협동조합’을 설립했다. 민달팽이 관계자는 “민달팽이주택협동조합이 공급하는 다양한 형태의 공동주거는 세입자가 주거문제의 주체가 되도록 구조를 만드는 데 도움이 되고 있다”며 “조합원들이 공동체적 공유공간을 활용함으로써 청년은 달팽이집에서 주거권의 주체가 돼 새로운 공동체의 회복을 경험할 수 있다”고 밝혔다.

공동주거 구성원끼리의 공동체적 유대 필요해

다양한 공동주거 유형 중 우리나라에서 가장 대표적인 형태는 대학가를 중심으로 조성된 셰어하우스다. 그러나 셰어하우스 생활이 청년들의 삶의 질을 떨어뜨리기도 한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이에 셰어하우스는 ‘현대판 고시원’이라는 별명이 붙기도 했다. 셰어하우스 거주 경험이 있는 우리대학 이경엽(세무 16) 씨는 “셰어하우스에 사는 사람들은 서로 조심하며 살 줄 알았는데 전혀 아니었다. 옆 방 사람은 크게 노래를 부르기도 하고 새벽에 청소기를 돌리거나 통화하기도 했다”며 어려웠던 점을 토로했다. 이어 그는 “셰어하우스에 거주하기 전에는 입주자들끼리 밥도 먹고 같이 이야기도 할 것 같았으나 그런 분위기가 전혀 아니었다”며 아쉬움을 전했다. 민달팽이유니온 관계자는 “함께 살아가는 청년 세입자들 사이에 감수성 문제 등 여러 가지 이유로 갈등이 발생할 수 있는데 이를 적절히 대처하지 못하면 청년의 삶의 질은 하락할 위험도 있다”고 밝혔다.

공동주거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입주자 간의 소통과 대화, 친밀함이다. 이러한 것들이 뒷받침될 때 입주자들의 삶의 질 저하를 막을 수 있다. 민달팽이유니온 관계자는 “오늘날 주거문제를 풀어가는 방식에서 중요한 지점은 집을 더 이상 물리적인 것만으로 보지 않는다는 것”이라며 “이 공간을 어떻게 운영하고 관리할 것인지 충분히 고민하고 다룰 때 그 집에서 살아가는 세입자들은 주거권의 개선을 경험할 수 있다”고 전했다. 주거권 개선에 대한 고민들이 입주자끼리 공유되고 공감대를 형성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경엽 씨는 “소음 등 생활에 있어 민감한 문제들은 입주자 간 소통하고 배려하면서 해결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며 기회가 된다면 다시 셰어하우스에 거주할 의향이 있음을 밝혔다.

또 현재 셰어하우스에서 생활 중인 우리대학 최다혜(도사 19) 씨는 “거주하는 사람들의 관계는 굉장히 중요하다. 두 번의 셰어하우스 거주 경험이 있는데 한 번은 같이 사는 사람들끼리의 단절이 심했고 또 한 번은 입주자끼리 많이 친해졌다”며 “입주자끼리 관계가 좋으니 집이 잠깐 잤다가 나오는 곳 이상의 의미를 주는 것 같다”고 이야기했다. 이어 최다혜 씨는 “개인을 존중하면서도 연대하는 ‘따로 또 같이’가 실현된 셰어하우스가 필요하다”고 의견을 밝혔다. 이처럼 개인주의가 팽배한 사회지만 청년세대의 공동체를 향한 갈망은 여전하다. 입주자끼리 서로 존중하면서 공동체적 유대 관계를 형성해 나간다면 청년세대에게 공동주거는 포근한 보금자리가 될 수 있을 것이다.


박은혜 기자 ogdg01@uos.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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