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업화된 배달이 일상 속으로 스며들다

출출한 오후나 늦은 저녁, 집에 마땅히 먹을 것도 나갈 힘도 없을 땐 배달 주문이 떠오르기 마련이다. 과거엔 배달 주문을 하기 위해 집에 모아둔 홍보 책자를 꺼내거나 인터넷에 먹고 싶은 메뉴를 검색해 음식점을 골랐다. 요즘은 사정이 다르다. 배달 어플에 접속해 인근에 주문 가능한 식당을 골라 주문하면 그만이다. 요청사항은 글로 적을 수 있고 주소도 자동으로 저장된다. 결제도 모바일로 가능하다. 주문이 접수되면 자동으로 예상 소요 시간을 알려줘 굳이 도착시간을 물어볼 필요도 없다. ‘배달의 민족(이하 배민)’, ‘요기요’, ‘배달통’, ‘쿠팡이츠’와 같은 배달 어플이 개발되고 상용화되며 일상에 생긴 변화다. 이러한 배달 서비스는 일상은 물론 자영업계와 배달 문화까지 변화시키고 있다.

배달 어플 회사와 업주 사이 수수료 논란 벌어지기도

지난 4월 배민은 수수료 개편안을 내놓았다. ‘울트라콜’과 ‘오픈서비스’에 관한 개선안이었다. 이는 배민에서 제공하는 광고서비스로 울트라콜은 정액제로 운영되고 오픈서비스는 매출에서 일정 비율의 수수료를 가져가는 정률제로 운영된다. 울트라콜은 여러 개 이용할수록 화면 노출도가 높아진다. 배민은 이러한 꼼수를 줄이기 위해 울트라콜을 3개 이하로 제한하고 정률제인 오픈서비스의 수수료는 기존보다 1%포인트 줄여 5.8%의 수수료를 지불하는 방식으로 변경했다.

수수료가 줄었다는 점은 소상공인에게 유리해 보인다. 그러나 이 개선안에는 문제가 있었다. 정액제로 일정 금액만을 홍보에 사용하던 자영업자들에겐 부담이 큰 것이다. 정액제인 울트라콜을 사용할 수는 있지만 오픈서비스보다 하단에 노출된다. 홍보를 위해서 오픈서비스로 광고방법을 바꾸는 것이 유리한 상황에 놓인다.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이하 코로나19)로 인한 자영업자의 어려운 상황도 한몫했다. 기존보다 매출이 줄어든 상황에서 수수료까지 지불하는 것은 무리다. 더욱이 코로나19로 인해 외식보다는 배달이 늘어난 추이를 봤을 때 정률제 방식으로 광고비를 지불하는 것은 자영업자 입장에선 급진적인 변화일 수밖에 없다.

결국 배민을 운영하는 ‘우아한 형제들’ 김범준 대표는 “오픈서비스 개선책을 마련하겠다”며 사과했다. 요금제 개편으로 인한 논란은 일단락됐으나 배달 어플 시장 1위 배민과 2위 요기요가 기업결합을 앞두고 있는 상황에서 독과점으로 인한 폐해 우려 목소리가 커졌다. 배달 어플을 통해 편리한 배달 주문이 가능해졌지만 그만큼 배달 어플의 영향력과 시장 장악력도 커지고 있다.

▲ 성북구에 위치한 ‘배민라이더스’ 북부센터
▲ 성북구에 위치한 ‘배민라이더스’ 북부센터

 

배달비와 수수료는 어떻게 책정될까

소비자 입장에선 자영업자와 배달 어플 간 수수료는 알아채기 어려운 금액이다. 하지만 소비자가 직접 지불하는 배달비는 신경이 쓰일 수 밖에 없다. 전화주문을 주로 이용하던 과거와 현재의 가장 큰 차이는 배달비다. 거리에 따라 5천 원까지 책정되는 배달비는 어떻게 정해지는 걸까.

소비자는 배달 어플을 통해 주문하지만 사실 이 과정엔 배달대행업체가 포함돼있다. 현재 배달업계 시스템에선 자영업자와 배달 어플, 배달대행업체 세 곳이 함께 움직인다. 배달비에 대해 요기요 서비스를 운영하는 ‘딜리버리히어로 코리아(이하 딜리버리히어로)’ 관계자는 “배달비는 음식점이 주문 건당 배달대행업체 사용에 따라 부과되는 비용일 뿐 책정된 배달비는 요기요의 수익이 아니다”라고 밝혔다. 우리대학 정문에 위치한 ‘부스부리또’ 대표 A씨는 “배달대행업체를 이용하지 않고 자체적으로 배달한다”고 전했다. 자영업자가 직접 배달을 할 수도 있고 배달대행업체를 이용할 수도 있다. 배달대행업체를 이용하면 배달대행비를 지출해야 하는 자영업자 입장에선 메뉴 가격을 올리거나 배달비를 별도로 받을 수밖에 없다.

자영업자는 어플 이용 수수료도 지불해야 한다. 배달 어플이 중개 수수료를 받는 것인데 여기에 외부결제 수수료도 더해진다. 중개보다는 광고에 주력하는 어플은 중개 수수료를 받지 않기도 한다. 딜리버리히어로 관계자는 수수료 책정 방식에 대해 “요기요를 통한 매출이 있을 때 수수료를 매기는 주문 중개 수수료 방식으로 기본 중개 수수료는 12.5%”라며 “프랜차이즈의 경우 단일 메뉴 등록으로 인한 인건비, 운용 비용 절감과 자사와 프랜차이즈 본사가 함께 가맹점주의 매출 증대를 위해 진행하는 다양한 공동 마케팅 프로모션 등의 진행으로 수수료율의 차이가 있다”고 전했다.

배달 어플에서 진행하는 할인행사로 인해 드는 비용은 누가 부담하는 걸까. 딜리버리히어로 관계자는 이에 대해 “요기요 ‘슈퍼클럽’, ‘누구나 페스티벌’ 등 할인 행사의 경우는 프랜차이즈나 일반음식점의 구분 없이 모든 음식점 주문 할인 비용 전액을 자사가 부담한다”며 이어 “요기요는 주문 수수료 기반의 배달 어플이기 때문에 업주의 주문 매출이 곧 플랫폼 성장으로 이어진다”며 동반 성장을 위한 투자라고 밝혔다.

배달 어플 이용 후 자영업자들이 느낀 장단점은

수수료와 광고비 부담이 크긴 하지만 배달 어플 덕분에 배달 문화가 활발해진 것은 사실이다. 자영업자 입장에선 과도한 독점이나 갑작스러운 수수료, 광고비 인상이 우려되면서도 배달 어플 이용의 장점 때문에 계속 이용할 수밖에 없다. 요식업 관계자 B씨는 “매장이 한가한 시간대에도 배달 어플로 들어오는 주문 덕에 매출을 올릴 수 있다”며 배달 어플 이용의 장점을 꼽았다. B씨는 “주문 수가 많으면 카페 인지도도 높일 수 있고 메뉴 홍보도 된다”며 홍보 효과도 장점으로 들었다.

대다수가 사용하는 어플을 이용함으로써 매장 홍보가 된다는 장점도 있지만 한편으론 단점도 존재한다. A씨는 “좋은 후기는 매출에 도움이 되지만 익명으로 후기를 작성하기 때문에 모욕적 후기가 올라올 경우 기분이 좋지 않다”며 후기 서비스가 단점이 되는 경우를 들었다. B씨는 “배달 매출의 15%를 수수료로 지불하고 있는데 수수료가 너무 비싸다”며 배달 어플 이용 수수료를 단점으로 들었다. 홍보가 된다는 장점도 있지만 수수료나 익명 후기 문제는 존재한다.

소비자에겐 새로운 형태의 배달 시스템을

소비자 입장에선 다양한 곳의 음식을 어디서든지 즐길 수 있는 배달 문화가 활발해지며 그 이점을 누리게 되기도 했다. 배민을 사용하는 박현욱(경영 19) 씨는 “전화로 주문 내용을 전하지 않아도 돼 편리하다”며 어플을 통해 주문할 수 있다는 점을 장점으로 꼽았다. 박 씨는 “요청사항 기재도 할 수 있고 직접 음식점을 찾아보지 않아도 돼 좋다”며 배달의 번거로운 과정이 간편화된 것에 만족을 표했다. 요기요와 배민을 이용한 C씨는 “배달 어플이 자체적으로 콜센터를 운영하기 때문에 배달 시 문제가 생겨도 따로 개입하지 않아도 된다”며 배달 어플의 체계적인 운영 시스템 덕에 편리했던 경험을 말했다.

최소주문금액도 배달 어플이 생긴 후 공식화됐다. 전화 배달 주문이 보편적이었던 시기에도 짜장면 한 그릇 배달은 어려웠지만 최소주문금액이 정해져 있진 않았다. C씨는 “배달비용을 부담하던 식당들도 배달 어플을 사용하면서 배달비를 받고 최소주문금액도 설정했다”며 “최소주문금액 때문에 혼자 있을 때는 배달 어플 주문은 기피한다”고 말했다.

집에서도 간편하게, 배달은 대세가 됐다

조리된 음식을 배달하는 음식서비스는 배달 어플의 개발과 함께 매년 상승세에 있다. 이러한 음식 서비스의 부흥은 직업의 측면에도 변화를 준다. ‘배민커넥트’에서는 원하는 시간 동안만 배달을 할 인력을 모집한다. 복잡한 구직 과정 없이 간단하게 할 수 있는 부업으로 배달업이 부상한 것이다.

‘마켓컬리’는 식자재를 직접 유통해 소비자에게 판매, 배달까지 한다. 서울, 경기, 인천 지역에선 당일 오후 11시까지 주문한 상품을 다음날 아침 7시까지 받을 수 있다. 밤에 먹고 싶은 음식을 아침에 바로 먹을 수 있도록 배달하는 것이다. 빠르고 신선한 배달을 모토로 삼고 등장한 유통, 배달 서비스다.

배달 시장은 급변한다. 이제 음식점에서 고용하는 배달원들을 찾아보긴 쉽지 않다. 이재명 경기도지사는 배달 어플 독점화에 맞서 배달 어플의 공영화를 추진하겠다고 나섰다. 군산시는 전국 지자체 최초로 공공 배달 어플 ‘배달의 명수’를 개발했다. 

배달 어플 개발로 커진 배달시장은 집 밖을 나가기 어려운 코로나19 시국을 타고 더 커지고 있다. 혁신적인 시도는 편리함을 주지만 결국 상업 활동이 목적이기에 각자의 이익다툼이 있기 마련이다. 소비자의 편리함과 자영업자의 매출 증대를 꾀한 배달의 상업화 속에서 배달업 관계자는 삼각관계를 유지할 상생 방안을 모색해야 할 것이다.


글사진_ 김우진 기자 woojin2516@uos.ac.kr

저작권자 © 서울시립대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