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용우(국관 18)

과거의 국제법 체제는 1648년 웨스트팔리아 조약에서 확립된 국가 주권의 절대성과 양자주의적 인식을 바탕으로 국가 간 관계를 규율해왔다. 이에 따라 국제사법재판소(ICJ)는 분쟁의 당사자에 해당하는 국가에게만 국제재판을 제기할 수 있는 권한을 인정해왔다. 즉, 직접적인 피해를 입은 국가만이 가해국의 책임을 추궁할 수 있었다.

하지만 인류는 제2차 세계대전에서 국제정세의 불안정성과 집단학살등의 인권유린 문제를 겪으며, 모든 국가가 보호해야 할 법익이 존재한다는 것을 확인했다. 이에 따라 원고적격의 범위를 확장할 수 있는 ‘대세적 의무’ 개념이 등장하였다. 침략행위 금지, 집단학살과 노예화의 불법화와 같은 ‘국제공동체 전체에 대한 의무’의 위반이 발생한 경우에는 피해국은 물론, 피해국이 아닌 국가들도 ICJ 제소를 통해 위반국의 책임을 추궁하는 가능성이 열린 것이다.(Barcelona Traction Co. 사건 참고)

전 세계에 큰 피해를 발생시킨 ‘코로나19 사태’는 국제법 분야에서 대세적 의무와 ICJ의 제소 가능성을 논의하는 것에 큰 시사점을 제공한다. 개별국가의 통제 범위를 넘어선 전염병 문제와 환경오염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전지구적 협력이 필요하다. 이러한 협력의 의무를 위반한 국가에 대한 적절한 책임추궁 또한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위와 같은 문제는 가해와 피해의 명확한 인과관계를 입증하기 어렵다는 점을 생각한다면, 대세적 의무의 개념을 도입하여 피해국이 아닌 국가에게도 의무 위반국을 ICJ에 제소할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국제재판의 실제에서 대세적 의무를 근거로 한 제소에는 여러 가지 난관이 존재한다. ICJ가 여전히 ‘민중의 소(법적 이익이 없는 국가가 제기하는 소)’를 허용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또한, ‘임의관할의 원칙(ICJ의 재판 관할권은 당사국들의 동의를 바탕으로 인정됨)’의 문제도 비피해국의 제소에서 해결해야 할 중요한 문제다. 그럼에도 2012년 ‘Prosecute or Extradite 사건’에서 ICJ가 ‘당사국에 대한 의무’를 근거로 한 제3국의 원고적격을 인정하였다는 점을 참고할 필요가 있다. 비록 ‘국제공동체 전체’에 대한 의무로서의 대세적 의무가 아닌, ‘당사국’ 사이에서의 의무위반에 대하여 제3국의 제소를 인정한 것이긴 하지만 과거 비피해국의 제소 자체를 엄격히 제한하여 온 거에 비하면 큰 발전이라고 볼 수 있다. 따라서, 코로나19 사태와 같이 현대 국제공동체가 직면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ICJ가 원고적격의 인정 기준을 완화할 것을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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