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여름은 한국인들에게 홍수란 단어로 기억에 남을 것으로 보인다. 7월부터 남부지역을 중심으로 많은 비가 쏟아지기 시작해 8월에는 전국이 홍수 피해에 시달렸다 또한 바비, 마이삭, 하이선 등 강한 태풍이 홍수 피해를 복구하기도 전에 연이어 상륙해 피해는 더욱 커졌다. 차량과 주택, 도로가 침수됐고 산사태 피해가 곳곳에서 발생했다. 범람한 강물에 농경지가 휩쓸리고 어선을 띄우기 어려워지며 농수산물 가격이 높아졌다.

코앞까지 다가온 기후위기

국내에서 발생한 이번 홍수 피해를 단순한 자연재해로 봐선 안 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과학자들과 환경단체들은 7월과 8월에 발생한 폭우가 일시적인 현상이 아닌 인류가 직면한 기후위기의 일부라고 주장하고 있다. 실제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세계 곳곳에서 심각한 자연재해가 발생했다. 중국과 일본, 인도 등 아시아 전역이 홍수로 큰 피해를 입었다. 반대로 유럽은 폭염과 가뭄이 몇 달 간 이어지며 농작물이 큰 피해를 입었고 시베리아 역시 폭염을 겪었다.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라는 전염병 확산에 이어 기록적인 자연재해를 겪으며 사람들은 기후위기를 분명히 인식하기 시작했다. 국내 한 조사기관에서 시민 1500명을 대상으로 여론조사를 한 결과 조사 대상자 중 96%가 기후위기를 체감하고 있다고 답했다. 기후위기를 극복하기 위한 개개인의 노력도 중요하지만 보다 근본적인 대책이 필요하다. 또한 당장 닥쳐오는 자연재해로부터 살아남을 수단을 강구할 때다. 우리는 기후위기를 막기 위해 어떤 노력을 실천할 수 있을까? 그리고 우리 자신을 보호하기 위해 어떤 거주지를 만들어야 할까?

지역 주민, 기후변화를 막기 위해 나서다

20세기 말 지구온난화 등 기후변화가 본격적으로 나타남에 따라 세계는 환경에 집중하기 시작했다. 화석 연료를 대체할 신재생에너지에 투자하고 탄소배출권, 교토의정서 등 국제적인 노력이 이어졌다. 이러한 흐름 속에서 기후 위기에 대응하는 지역 공동체를 만들기 위한 운동이 일어났다.

대표적인 예시가 ‘에너지 자립마을’이다. 에너지 자립마을은 기후변화와 에너지 위기에 대한 문제 인식을 바탕으로 마을 주민들이 스스로 참여해 만드는 지역 공동체다. 2011년 후쿠시마 원전 폭발사고 이후 신재생 에너지의 중요성에 대한 인식이 높아지며 시작됐다. 이들은 에너지 절약과 신재생 에너지 활용을 중시한다. 서울시의 경우 2012년부터 해당 사업을 출범했으며 18년 기준 100개의 에너지 자립마을이 조성됐다.

이런 지역 공동체 형성에는 두 가지 공통점이 있다. 하나는 기후변화에 대응하기 위한 주민들의 자발적 움직임이 선행돼야 한다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그렇기에 주민들이 소극적이면 결코 유지될 수 없다는 점이다. 실제 서울시에서 지원하는 에너지 자립마을 프로젝트의 경우 진행 도중 많은 마을이 에너지 자립마을 유지를 포기했다.

그러나 공동체 일원들이 관심을 갖고 참가한다면 지속가능한 에너지 절약 공동체를 형성할 수 있다. 동작구에 위치한 성대골 에너지 전환마을이 대표적인 사례다. 이곳은 마을 주민들이 나서 태양광 등 신재생 에너지를 일상에 보편화할 방안을 연구하고 서울시의 지원을 받아 에너지 관련 교육을 실시하기도 한다.

기록적인 홍수 피해, 기후변화를 고려해야 할 때

전 세계가 자연재해로 몸살을 앓는 중 우리는 폭우와 태풍으로 인한 홍수 피해를 가장 크게 겪었다. 특히 이번에는 산이나 하천 근방이 아닌 도시홍수 피해가 컸다. 지난 7월 24일 도시 전역에 침수피해를 입은 부산이 대표적인 사례다. 우리대학 도시홍수연구소 문영일 소장은 “도시홍수는 강우패턴과 밀접한 관계를 가진다”며 “기후변화에 따른 강우패턴의 변화 속에서 많은 비가 반복해서 오고 있는 것이 도시홍수의 가장 큰 원인”이라고 설명했다. 각 도시 내 수공구조물이 감당하기 어려울 정도로 비가 많이 내리고 있다는 것이다. 

각 지방자치단체(이하 지자체)들 역시 이 점을 인지하고 하수관과 빗물펌프장 등 수공구조물 개선에 나서고 있다. 그럼에도 올해처럼 예상보다 훨씬 많은 비가 오는 경우 속수무책으로 도시가 물바다가 되는 일이 생긴다. 문 소장은 “기후변화에 따른 강우량 증가율을 고려해야 한다”며 “상습적인 침수지역인 저지대의 하수관거 통수능을 확대해 통수부족 구간을 해소하고 저지대 빗물을 모아 하천으로 뽑아내는 빗물펌프장 배수용량의 증설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또한 “기후변화에 따른 강우증가율을 고려해 단기 및 중장기 계획을 세워 목표 강우량을 고려한 수해 대비를 할 필요가 있다”며 “기후변화를 고려한 설계강우강도의 개념 재정립과 예측 강수량에 따른 방재성능목표의 상향 조절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기후위기를 생각하는 시민 의식과 체계적인 시스템이 필요해

지속가능한 지역 공동체를 만들고 자연재해에 대비한 도시를 구축한다고 해도 자연재해를 완전히 막을 수는 없을 것이다. 다만 이것이 기후위기로 인한 자연재해 피해를 최소화하거나 늦출 수 있는 방법임은 분명하다. 여기서 중요한 점은 바로 시민의식과 지자체의 노력이다. 기후위기에 대응하기 위한 적극적인 행동 등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공동체는 유지될 수 없다. 지자체에서 재해를 쉽게 여기면 재해에 대응하기 위한 체계적인 시스템을 마련하는 데도 어려움을 겪을 수밖에 없다. 모두가 힘을 합쳐 닥쳐온 기후위기에 대처할 수 있는 거주지를 만들 때다.

이길훈 기자 greg0306@uos.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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