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거문제는 많은 대학생들에게 큰 골칫거리다. 교육부에서 운영하는 ‘대학알리미’에서 집계한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서울시내 대학에 입학한 대학생의 60% 이상이 기숙사 비입주자로 나타났다. 또 지난해 대학생들의 월평균 생활비 93만 2천원 중 주거비가 절반을 차지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주거비가 월 소득의 20%를 넘지 않을 것을 권고하지만 실제로 서울에서 집을 구하는 대학생들에게는 현실과 동떨어진 이야기다. 이처럼 학교 근처의 저렴한 방을 원하는 대학생들을 위해 서울시가 ‘한지붕세대공감’이라는 혁신적인 청년주거 대안 프로그램을 운영 중이다.

무보증금주변 시세 50% 수준 임대료

한지붕세대공감은 대학가나 청년이 많이 사는 곳에 어르신이 남는 방을 학생에게 시세보다 저렴한 값에 빌려주는 프로그램이다. 서울시 소재 대학(원) 재학생, 휴학생이라면 누구나 신청 가능하며 6개월의 계약기간 동안 보증금 없이 주변 시세의 50% 수준의 저렴한 임대료로 거주할 수 있다.

서울시 주택정책과 김민근 담당 주무관은 “한지붕세대공감은 주변 임대료보다 저렴한 주거공간을 제공하여 대학생의 주거비 부담을 완화시킴과 동시에 어르신들의 고립감을 해소할 수 있는 프로그램”이라고 설명했다. 최근 자녀의 독립 등의 이유로 60세 이상 어르신 중 1인 가구의 비중이 늘어나는 추세다. 어르신들이 공실로 있는 방을 임대함으로써 월 2~30만 원의 추가 소득을 얻어 심리적 고립감뿐만 아니라 경제적 부담도 해소할 수 있다는 것이다.

한지붕세대공감에 참여하기 위해선 서울주거포탈 웹사이트에서 신청하거나 원하는 거주지의 구청 담당 부서에 전화문의를 하면 된다. 서울주거포탈 웹사이트에서 프로그램 신청 시 사전 설문조사를 진행하는데 신청 학생은 독거노인이 아닌 노인부부와의 거주 의향, 평균 기상시간과 귀가 예정시간, 희망 임차료와 도시가스비 분담 의사에 대해 필수로 답변해야 한다.

이 설문조사 내용을 바탕으로 구청 담당자가 직접 조건에 맞는 집을 살펴보고 매칭을 진행한다. 신청 학생은 구청 담당자와 함께 집을 확인한 뒤 계약서를 작성한다. 계약절차가 끝나면 SH공사가 환경개선공사를 진행한다. 시에서 지원받은 100만원 상당의 공사비로 도배, 화장실, 문고리 등을 수리한다. 이는 시설 노후로 인한 불편함을 없애 학생과 어르신 모두의 삶의 질을 향상시키고자 함이다.

“좋은 어르신과 함께 살아보는 만족스러운 기회”

우리대학 재학생인 이중훈(행정 14) 씨는 한지붕세대공감 프로그램을 만족스러운 경험으로 기억한다. 그는 “학교 근처 원룸은 가격도 비싸고 최소 계약 기간이 1년이어서 통학을 할 예정이었으나 6개월 간 보증금 없이 월 28만원이라는 저렴한 가격으로 어르신과 함께 살아보는 좋은 기회가 될 것 같아 지원했다”고 밝혔다. 또 “구청 담당자가 친절하고 빠르게 일처리를 해 매칭이 바로 진행됐다”며 만족감을 표했다. 하지만 세대 차이뿐만 아니라 각자 살아온 환경이 달라 불편함이 생기는 경우가 종종 발생했다.

이 씨는 중재를 받아 불편함을 해결했던 사례로 할머니의 새벽기도를 꼽았다. 그는 “할머니께서 독실한 기독교 신자로 새벽에 기독교 라디오를 틀고 기도를 하셔서 처음에는 불편했다”고 털어놨다. 이어 “하지만 구청 담당자분이 중재를 해 할머니께서 소리를 조금 줄여주셨고 저 역시 잘 때 이어플러그를 착용하고 자면서 문제가 잘 해결됐다”고 이야기했다. 또 “어르신이 주말에는 아침을 해주시며 학업을 응원해주신 것과 화장실 하나를 혼자 쓰도록 배려해 주신 것에 너무 감사했다”며 “계약 처음부터 본가에 돌아온 지금까지 정말 좋은 분들이라고 느꼈다”고 덧붙였다.

한지붕세대공감 프로그램이 학생과 어르신 모두에게 만족감을 주고 있다는 것은 조사 결과로도 나타난다. 작년 상반기 노원구 신규 참여자 46명을 대상으로 한 만족도 설문에서 어르신들은 5점 만점에 평균 4.55점, 대학생들은 3.91점으로 전체 만족도 점수가 평균 4.21점으로 조사됐다. 또 어르신 90%와 대학생 73%가 재참여 의사를 밝히기도 했다.

세대 공감과 배려가 만드는 사회적 자본 

한지붕세대공감은 정서적 측면에서 어르신과 대학생들 간의 세대 공감을 이끌어내는 것을 목표로 한다. 김민근 프로그램 담당 주무관은 “어르신들이 무보증금에 저렴한 월세임에도 프로그램을 신청하시는 것은 고립감 해소가 주목적이다. 이 때문에 각종 공과금 분담뿐만 아니라 월세도 안받겠다는 어르신들도 있으시다”며 세대 공감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우리대학 도시사회학과 김주연 교수는 “쉐어하우스 개념인 ‘한지붕세대공감’은 주거공유를 통해 부족한 정서적·사회적·도구적 자원을 공유하며 어르신과 학생 간의 필요를 충족시킬 수 있다”며 “저렴한 월세로 경제적 자원을 받은 학생이 어르신이 아프실 때 의료적 도움을 요청하는 사회관계적 자원을 제공하는 것이 그 예”라고 프로그램의 의의를 설명했다.

세대 공감을 위해선 본 프로그램이 공동체와 제도에 대한 신뢰라는 ‘사회적 자본’으로 이어지는 방안이 필요하다. 이에 대해 김 교수는 “매칭 과정에서 어르신과 대학생이 상호간의 제공할 수 있는 자원과 서비스의 범위를 명확하게 해 잠재적 갈등이 될 수 있는 상황을 사전에 최소화하는 것이 필요하다”며 프로그램 설계 방향을 설명했다.

이어 “이 프로그램이 본인에게 좋은 영향을 준다는 믿음을 바탕으로 어르신들이 세대도 다른 남남임을 생애사적 관점에서 고려하고 이해하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이중훈 씨 역시 “이 프로그램을 신청하시는 어르신들은 상당히 개방적이시고 성격이 참 좋으셨다”며 “어르신이랑 가볍게 인사하고 이야기하는 것을 어려워하지 않는 학생이라면 추천한다”고 말했다.


김정익 기자 cha6kim@uos.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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