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게를 열지 않는 게 나아요. 매출보다 인건비가 더 나가니까요. 거기에 전기세 임대료까지 생각하면 안 여는 게 낫죠.” 정문에 있는 돼지갈비 전문점 사장 A씨는 썰렁한 식당을 보며 한숨을 내쉬었다. 작년까지만 해도 점심시간이면 줄을 서야하는 인기 식당이었지만 지난 7일 오후 1시 손님은 서너 테이블이 전부였다.

학교 앞부터 전통시장까지 스며든 코로나19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이하 코로나19) 확산세가 지속되자 소상공인과 자영업자는 벼랑 끝에 내몰렸다. 이에 서울시립대신문에서는 코로나19가 매출 감소에 미친 영향을 파악하기 위해 지난 7일부터 10일까지 인근 도소매, 음식, 인쇄, 기타 서비스업 사업장 29곳을 대상으로 설문 조사를 진행했다.

설문 결과 모든 사업장에서 코로나19 여파로 매출액 감소를 경험한 것으로 확인됐다. 작년 대비 매출액이 약 50% 감소한 사업장은 14곳으로 가장 많았으며 80% 감소한 사업장은 10곳에 달했다.

전통시장도 코로나19의 영향을 피해갈 수는 없었다. 지난 4월만 해도 긴급 재난 지원금·온누리 상품권·지역사랑상품권이 풀리며 경기가 좋아지는 듯했다. 하지만 긴 장마기간과 코로나19 재확산이 겹치면서 상황은 다시 악화했다. 그 결과 지난 달 소상공인·전통시장 체감경기 지수(BSI)는 49.2로 지난 3월(28.4) 이후 가장 낮은 수치를 기록했다. 이 수치는 사회적 거리두기 2.5단계 격상 이전에 조사된 결과로 이번 달 BSI는 이보다 더 낮을 것이라고 전망된다.

영업 제한자연재해높은 배달 수수료 3대 악재 겹쳐

매출이 감소한 이유 중 하나로 강화된 사회적 거리두기로 인한 영업 제한이 꼽힌다. 신규 확진자 수가 400명에 다다르자 지난 달 30일 수도권 지역에 사회적 거리두기가 2.5단계가 시행됐다. 해당 조치로 일반 음식점, 휴게음식점, 제과점 등은 오후 9시부터 익일 오전 5시까지 포장과 배달 주문만 허용됐다. 헬스장, 당구장, 골프 연습장 등 실내 체육시설은 아예 운영이 중단됐다. 영업 제한은 소상공인의 경영난으로 이어졌다. 지난 7일 소상공인연합회가 발표한 코로나19 재확산 관련 소상공인 영향 실태조사 결과에 따르면 코로나19 재확산 이후 소상공인 경영활동에 미친 ‘부정적(매우 부정적+다소 부정적)’ 영향은 96.4%로 나타났다.

또 다른 원인은 기상 악재에 따른 물가 상승이다. 지난 여름 54일 간의 긴 장마가 끝나자 두 차례의 태풍이 찾아왔다. 그 결과 공급량이 감소해 농산물의 가격이 폭등했다. 통계청의 ‘2020년 8월 소비자물가 동향’에 따르면 채소 과일 등 50개 품목으로 구성된 신선식품지수는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5.8% 상승했다. 코로나19 여파로 가계 부담이 커진 상황에서 엎친 데 덮친 격으로 물가까지 상승해 소비심리는 더 위축됐다.

마지막 원인은 영세업소에서 배달 수요를 흡수하지 못한다는 것이다. 비대면 거래 활성화로 배달 시장은 유례없는 호황을 맞았다. 배달 수요가 늘었다고 해도 영세 자영업자들은 수혜를 누리지 못했다. 배달 앱 사용 경험이 없어 이용이 꺼려지기 때문이다.

배달 앱을 사용하더라도 높은 수수료가 발목을 잡았다. 후문에 있는 컵밥집 매출의 절반은 배달 주문으로 발생한다. 그럼에도 관계자 B씨는 “배달 주문이 반갑지 않다”고 말했다. 배달 수수료 때문이다. B씨는 “배달은 팔아도 남는 게 없고 포장 주문이 그나마 남는 편”이라며 “학교 차원에서 (배달 수수료가 덜 부과되는) 배달 앱이 만들어졌으면 한다”고 밝혔다.

▲ 후문에 있는 한 부동산 입구에 영업 종료를 알리는 안내문이 붙어 있다.
▲ 후문에 있는 한 부동산 입구에 영업 종료를 알리는 안내문이 붙어 있다.

지원금 사각지대에 몰린 상인들... 장기적인 지원 대책 수립돼야

지난 10일 정부는 2차 재난 지원금인 ‘새희망자금’을 지급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새희망자금의 지원 대상은 코로나19 재확산 이후 매출이 감소한 업종이다. 사회적 거리두기 강화에 따른 영업 중지나 영업 시간 제한 조처로 피해를 본 소상공인이 여기에 해당한다. 하지만 상인들은 크게 기대를 하지 않는 눈치다. 지급 조건이 까다롭기 때문이다. 정문에 있는 편의점 사장 C씨는 “우리 같은 편의점은 지원도 해주지 않는다”며 “(받는다고 하더라도) 지원금으로 당장 한 달 분 정도의 임대료는 낼 수 있겠지만 코로나19가 장기화되는 상황에선 큰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정문에 위치한 돼지갈비 전문점 사장 A씨도 “매출이 어느 정도 나오면 지원금이 나오지 않는다”며 “지원금만 바라볼 수는 없다”고 전했다.

일각에서는 일회성 지원보다는 장기적인 지원 대책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이러한 움직임으로 대학생들의 상권 살리기 운동이 주목을 받았다. 숙명여대 예비 창업팀은 남은 식재료로 밀키트를 만들어 판매하는 플랫폼 ‘싹’을 만들었다. 버려질 재료를 활용할 새로운 방안이 마련된 것이다. 동국대 창업동아리에서는 ‘동국대X서애로 서로돕기 프로젝트’를 실시했다. 해당 프로젝트는 학교 주변음식점에 미리 돈은 내고 개강 이후에 이용하는 방식으로 시행됐다.   

전통시장도 지자체의 맞춤형 지원으로 새로운 국면을 맞고 있다. 그동안 전통시장은 대면 및 방문 위주의 판매가 대부분이었다. 최근 비대면 소비 트렌드가 이어지자 시장 상인들은 지속적인 어려움을 겪고 있었다. 이에 동대문구청에서는 온라인 거래 경험이 많지 않은 경동시장 상인들을 위해 온라인 장보기 서비스를 도입했다. 온라인 장보기는 경동시장에서 판매되는 신선한 상품을 2시간 이내에 집으로 배송하는 온라인 배송서비스이다. 경동시장의 온라인 서비스 도입은 언택트 시대에 발맞춰 경쟁력을 확보할 새로운 판로가 돼 줄 것으로 기대된다.


글사진_ 신현지 수습기자 hghg98@uos.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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