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나만 몰랐던 언론과 기업의 은밀한 결탁

대중에게 사랑받아온 브이로그, 먹방, 뷰티, 패션 유튜버들이 한순간에 종적을 감췄다. 그들의 유튜브 채널 최신 동영상은 검은 배경의 사과영상이다. 대략적인 내용은 이렇다. ‘뒷광고를 해서 죄송하고 광고표기에 미숙했다’ 일명 ‘뒷광고’ 논란이 한차례 일어난 이후 대중은 논란에 휩싸인 유튜버들에게 등을 돌렸다.

200만이 넘는 유튜브 구독자를 보유한 유튜버 양팡은 치킨, 의류 등을 협찬 받았음에도 불구하고 협찬임을 밝히지 않고 시청자들에게 해당 상품을 노출시켰다. 일부 유튜버들은 무지에서 비롯된 일이라 해명했으나 대중은 시청자에 대한 기만이라며 비판했다. ‘슈퍼스타 스타일리스트’라 불리며 방송가를 종횡무진하던 한혜연 역시 뒷광고 논란을 피해가지 못했다.

일명 ‘내돈내산(내 돈 주고 내가 산 물건)’ 콘텐츠를 표방하며 자신이 직접 돈을 주고 산 상품들을 소개하는 콘텐츠를 공개했으나 이는 협찬 상품으로 밝혀졌다. 이들을 비롯한 여러 유튜버들이 유튜브를 통해 통상적으로 얻는 광고 수입이 아닌 기업으로부터 협찬을 받아 부가수입을 낸 사실이 드러나며 대중의 유튜브 협찬 광고에 대한 민감도는 올라갔다.

▲ 바뀐 지침을 적용한 유튜브 광고 표기 예시
▲ 바뀐 지침을 적용한 유튜브 광고 표기 예시

시청자는 모르는 유튜버와 기업의 결탁, ‘뒷광고’

그렇다면 뒷광고는 무엇일까. 광고라 하면 대중에겐 무척 친숙하다. 당장 TV만 틀어도 수많은 기업의 광고가 나온다. 시청자는 자신이 보는 영상이 광고라는 것을 인지하고 있다. TV 프로그램이 시작하거나 끝날 때도 어떤 기업의 제공을 받아 프로그램 제작비를 마련했는지 시청자들에게 명시된다. 그러나 뒷광고에는 이러한 명시 과정이 없다. 마치 유튜버가 직접 구매한 상품인 양 콘텐츠에 등장한다. 기업은 시청자에게 광고임을 인지시키지 않고도 상품을 어필할 수 있고 유튜버는 기업으로부터 부가수입을 얻을 수 있다. 이들의 은밀한 결탁은 시청자의 뒤에서 모종의 거래로 이뤄져 뒷광고라는 명칭이 붙은 것이다.

뒷광고 논란은 비단 유튜브에서만 있던 것은 아니다. 인스타그램에서 팔로워 수가 많은 인플루언서들은 기업으로부터 상품을 협찬 받아 직접 사용한 사진을 올린다. 블로그의 인플루언서도 마찬가지다. 그렇게 올라온 사진 속에 자연스럽게 녹아든 광고는 팔로워와 구독자들의 이목을 끌고 구매로 이어지기도 한다. 시청자에게 명시하지 않은 채 광고를 하는 이러한 행태에 공정거래위원회는 철퇴를 꺼내 들었다.

명확하고 알기 쉽게, 새로운 광고 가이드라인

공정거래위원회는 지난 1일부터 『공정거래위원회예규 제350호』에 따라 추천·보증에 관한 표시·광고 심사지침을 시행했다. 사업자가 기업과 경제적 이해관계를 맺고 추천·보증 등과 관련된 내용을 포함해 행하는 표시·광고를 할 경우 위의 심사지침이 적용된다. 이 지침에서의 유명인의 범주는 연예인에서 더욱 넓다. 운동선수, 의사, 교수, 종교인, 블로거는 물론 SNS를 통해 사람들에게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다면 유명인이라 정의된다.

지침에 따르면 실제로 경험하지 않은 사실을 경험했다고 속이는 글이나 영상, 사진 콘텐츠를 올리는 것이 금지되며 전문 분야를 다룰 경우 개인적 경험을 섣불리 일반화해선 안 된다. 또한 사용하고 있지 않은 물건을 지속적으로 사용한 물건처럼 홍보하는 것도 부당 광고에 해당된다. 경제적 이해관계를 공개하지 않는 것 역시 부당 광고인데 이 경우 돈을 받은 것뿐만 아니라 해당 협찬 상품을 무상으로 받은 것 또한 경제적 이해관계가 있는 것으로 판단된다.

소비자에게 광고임을 알리는 방법 또한 세부적으로 명시됐다. 광고임을 알리는 표시 문구를 댓글을 통해 안내하면 안 된다. 유튜브의 경우 영상 밑에 있는 ‘더보기’란에 광고임을 표시할 경우 더보기란을 클릭하지 않은 소비자는 광고임을 인지할 수 없기 때문에 이 또한 부당 광고다. 인스타그램에서는 해시태그를 통해 광고임을 표기할 경우 첫 번째 해시태그에 ‘광고’ 태그를 달아야 한다.

광고 표기 위치는 물론 광고임을 알리는 문구에 대한 제약도 더해졌다. 우리나라 소비자를 대상으로 광고를 하는 경우 ‘Advertisement’, ‘AD’, ‘PR’, ‘컬래버레이션(Collaboration)’과 같은 영어를 사용해 혼란을 야기하지 않아야 한다.

무지의 대가는 인플루언서에게로, 책임은 기업이 져야

유튜버를 비롯한 여러 인플루언서들은 “몰랐다”고 일관한다. 유료광고에 대한 가이드라인을 숙지할 기회가 없었다는 것이다. 뒷광고를 했다는 것이 밝혀진 인플루언서들은 활동을 중지한 채 자숙의 기간을 갖고 있다. 이들에게 광고 제안을 한 기업들은 아무런 책임이 없을까. 민주언론시민연합(이하 민언련) 공시형 활동가는 “일반적으로 광고임을 알리지 않고 하는 광고가 더 효과가 높다는 인식이 있다”며 “제3자의 입장에서 상품 설명을 하게 되면 훨씬 객관적으로 보이기 때문”이라고 그 이유를 설명했다.

기업이 상품을 더욱 효과적으로 홍보하기 위해 광고임을 밝히지 않은 채 기업과 표면적으로 관련이 없는 제3자의 입을 빌린 것이다. 대개의 인플루언서는 1인 매체로 활동 중이거나 소속사와 함께한다. 광고주는 거대 기업인 경우가 대부분이며 광고의 효과를 실질적으로 누리는 쪽도 광고주다. 시청자에게 배신감을 줘 그 대가를 치루는 쪽은 인플루언서지만 광고 기획에는 광고주 측이 관여했을 가능성이 크다.

PPL부터 연계 편성까지, 언론에 만연한 뒷광고

광고에 관한 논란은 비단 이번뿐이 아니었다. 지난 4월 SBS에서 방영한 〈더 킹: 영원의 군주〉는 과도한 PPL로 논란이 된 바 있다. PPL은 간접광고로 광고 상품이 화면에 모자이크 없이 그대로 노출되거나 극 중 인물이 실제로 상품을 사용하기도 하는 광고 방식이다. 〈더 킹: 영원의 군주〉에선 광고 상품의 과도한 노출은 물론 등장인물이 상품에 대해 지나친 칭찬을 하는 등 과한 PPL로 시청자의 눈살을 찌푸리게 했다. 광고에 대해 무지하지 않은 언론사가 시청자를 상대로 과도한 PPL을 한 것이다.

언론사는 PPL뿐만 아니라 뒷광고를 하기도 한다. 일명 ‘기사형 광고’라고 불리는 뒷광고는 기사를 표방한 광고다. 기업으로부터 대가를 받고 상품이나 기업에 대한 홍보를 기사인 양 쓰는 것이다. 이는 소비자들에게 더욱 직접적인 피해로 이어진다. 민언련 공 활동가는 “한국경제신문이 상품권을 사기로 판매한 업체를 기사형 광고로 홍보해줬다가 공동불법행위 책임이 인정돼 4억 2천만원의 손해배상금이 책정된 사례가 있다”며 기사형 뒷광고가 소비자에게까지 악영향을 주고 판결로 이어진 경우를 말했다.

TV 홈쇼핑 연계 편성도 뒷광고에 해당한다. 유사한 시간대 건강 정보 프로그램이나 생활 정보 프로그램에서 특정 제품의 효능을 알리는 사례가 나온다. 그 제품으로 단기간에 체중을 감량했다는 한 주부의 사연이다. 이후 TV 홈쇼핑으로 채널을 돌리면 같은 제품을 버젓이 판매하고 있다. TV 홈쇼핑 연계 편성은 이와 같은 행태로 지속되고 있다.

이에 지난 2월 방송통신심의위원회는 방송사업자의 건강기능식품 관련 프로그램과 인접 시간대의 TV 홈쇼핑 방송에서 동일한 상품이 판매돼 소비자의 합리적인 선택을 저해하는 행위에 대해 집중 조사를 실시하기도 했다. 공 활동가는 언론사의 뒷광고 행태에 대해 “시청자나 독자들에 대한 기만이라는 점에서 그 자체로 큰 문제”며 “영리 목적인 유튜브조차도 뒷광고로 지탄을 받는데 공적 책무가 있는 신문·방송사들은 광고사업의 규모로도, 도의적으로도 훨씬 더 비판의 여지가 크다”고 지적했다.

뒷광고 문제, “직접적인 증거가 없어 처벌을 못하는 실정”

1인 미디어부터 언론사까지 뒷광고 논란으로 대중의 지탄을 받는 만큼 현재 방송가를 비롯한 매체는 광고에 대해 민감하게 움직이고 있다. 한편 MBC 〈놀면 뭐하니〉에선 일명 ‘앞광고’라며 PPL 상품을 대놓고 홍보하기도 했다. 광고주 덕분에 촬영을 하는 것이라는 멘트도 서슴치 않았다. 방송가의 수익구조로 인해 불가피하게 광고를 해야 한다면 속이거나 감추지 않는 것이 최선이라는 판단으로 보인다.

인플루언서들과 언론이 광고로부터 수익을 얻는 구조를 타파하긴 어렵다. 공 활동가는 이에 대해 “KBS1의 경우 90년대 초 수신료를 올리는 대가로 상업광고를 폐지했었다”며 “언론사가 수익모델을 시청자 중심의 구독료로 설계를 할 것인지 광고에 전면적으로 의존을 할 것인지는 언론사의 선택”이라며 대안을 제시했다.

결국 언론사가 먼저 선택을 하지 않는 이상 지금과 같은 뒷광고 문제는 해결되기 어렵다. 공 활동가는 “방송관계법령 상 뒷광고가 불법이긴 하지만 규제기관에서도 직접적인 증거가 없어 처벌을 못하는 실정”이라며 문제 해결의 어려움을 피력했다. 이어 “민언련이 입수한 실태조사 보고서도 방통위의 기준을 따라 조사한 것이지 직접적인 물증은 나오지 않았다”며 “시청자와 독자가 뒷광고에 대한 경각심을 갖는 것이 최선”이라 말했다.

김우진 기자 woojin2516@uos.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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