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46호 ‘시대, 사람’ 코너에서는 사단법인 대한기계학회에서 수여하는 남헌학술상을 수상한 이광훈 교수를 인터뷰했다. 남헌학술상은 열유체공학분야에서 탁월한 업적으로 학술발전에 기여한 자를 선정하여 포상함을 목적으로 하는 유체공학 분야 최고권위 학술상이다. 기계정보공학과 교수이자 미래혁신원장인 이 교수는 ‘유동제어를 통한 열교환기 성능 향상 기술개발’과 ‘자연환기에서 공기연령비교를 통한 환기 효율향상 기술 개발’ 등을 인정받아 본 상을 수상하게 됐다.  -편집자주-

수상 소감과 연구 분야가 궁금하다

기계공학의 중요분야 중 하나가 열유체공학이라고 말할 수 있다. 열공학과 유체공학을 같이 얘기할 때 열유체공학이라고 말한다. 서로 유사하고 연구자들의 영역도 많이 겹쳐있고 교류도 많은 학문 분야다. 기체와 액체를 통칭하여 유체라고 한다. 유체를 다루는 모든 분야가 사실상 유체공학이라고 말할 수 있다.

유체는 필요장치를 사용해 거의 모든 분야에서 유체공학의 원리를 사용하고 있다. 자동차, 선박, 항공기 등의 응용 분야가 있고 펌프, 터빈, 압축기 등을 유체기계라고 부르고 있다. 이러한 유체공학 분야에서 남헌학술상을 수상하게 된 것은 매우 영광스럽고 감사한 일이라고 생각한다.

수상받은 연구를 소개해달라

공기 연령에 대해 간단히 말하자면 신선한 공기가 실내로 들어온 지 얼마나 지났는지 표현하는 것이다. 연구 내용은 기계를 사용하지 않는 자연 환기 상황에서 다양한 환경에서 공기연령을 비교해 환기가 잘 되고 있는지를 판단한 것이다. 차양의 형태나 창의 방향, 실내 구조에 따라서 국부적으로는 공기연령이 오래될 수도 있는데 이러한 영역 없이 모든 실내 공간에 신선한 공기가 유지되도록 하는 것이 궁극적인 목표다. 기계 환기를 하는 경우에도 공기의 유입구나 유출구의 위치에 따라서 국부적인 공기연령이 증가할 수 있기에 환기 설계를 할 때 공기연령을 평가하는 것은 중요한 일이라고 생각한다.

또한 열전달 효율 향상을 위해 유동을 제어하는 연구에 관해 이야기하겠다. 산업이 발전함에 따라 열교환기의 열전달 성능과 콤팩트화에 관한 연구가 계속해서 이뤄지고 있다. 다양한 파형 각도를 가진 웨이비핀 열교환기에서 열전달 효율 향상을 위한 최적의 *크로스-컷 길이가 무엇인지 찾는 것이 연구 목적이다. 연구에서는 CRL(the concept of cross-cut reference length)이라는 개념을 고안해 적용했다.

연구결과 모든 파형 각도에서 크로스-컷 길이가 0.4 CRL일 때 최적의 열전달 성능을 얻을 수 있다는 것을 밝혀냈다(압력 강하 정도를 고려하면 최적의 크로스-컷 길이가 0.5 CRL로 변경될 수도 있다). 크로스-컷에 의한 유동 제어 효과를 통해 웨이비핀을 사용한 열교환기의 효율이 향상될 수 있고 같은 열전달량이라면 소형화가 가능해진다.

실생활에서 어떻게 이용할 수 있나

컴퓨터유체역학(CFD)이나 실험을 이용해 실내의 모든 영역에서의 공기연령이 높지 않게 유지를 한다면 환기가 제대로 이루어지는 시스템을 구축할 수 있다. 이것은 자연환기와 기계를 사용하는 기계환기에 공통적으로 사용되는 개념이라고 할 수 있다.

열교환기의 성능을 향상시키는 것은 소형화와 밀접한 관련이 있다. 우리 일상생활에서 대부분의 제품들이 소형화되고 있다. 건물의 공조시설이 소형화된다면 우리가 사용할 수 있는 공간이 그만큼 더 넓어져 우리에게 이득이 된다. 우리가 알게 모르게 사용하는 제품들에는 많은 열교환기가 포함돼 있고 이러한 열교환기를 소형화하는 것은 우리 생활을 더욱 풍요롭게 해줄 것이다.

현재 연구하고 있는 것은 무엇인가

최근에는 소형수소 액화기와 액화수소 저장기술 개발에 연구력을 집중하고 있다. 수소의 액화점은 영하 253도의 극저온이다. 액화를 시키기도 어렵고 액화상태를 유지하는 것도 매우 까다롭다. 열전달은 전도, 대류, 복사 3가지 형태로 이루어진다. 진공 단열을 하게 되면 전도와 대류는 대부분 차단할 수 있다.

우리가 일상생활에서 사용하는 보온병은 외부와의 온도 차가 몇십도 정도에 지나지 않기에 복사에 의한 열전달은 거의 무시할 수 있어 전도와 대류만 차단하면 보온 효과를 얻을 수 있다. 하지만 액화수소의 경우 상온과의 온도 차이가 거의 300도 정도로 보냉을 위해서는 전도와 대류 차단뿐 아니라 복사를 차단하는 것도 매우 중요하다. 그래서 액화수소를 저장하는 용기는 많은 기술개발이 필요하다.

가장 기억에 남는 연구는 무엇인가

2001년 3월에 부임해 많은 연구를 진행했다. 정부 과제도 참여하였고 삼성전자, 현대기아자동차 등과의 산학협력도 많이 진행했다. 또한 지적 호기심에 이끌려 과제와는 관계없는 연구도 많이 하고 있다. 가장 기억에 남는 연구는 8차례 정도 진행한 현대기아자동차와의 산학협력연구라고 생각한다.

학생들과 같이 열심히 연구한 결과가 실제 자동차 생산공정에 반영돼 원가가 절감되고 더 좋은 자동차를 생산하는데 일조했다는 성취감을 느낄 수 있었다. 현장을 알아야 하기에 공장을 방문하고 실제 작업현장을 점검하는 과정들이 필수적이어서 어려움도 많았지만 그 성과가 직접 적용되는 것을 확인했을 때 아주 큰 성취감을 느낄 수 있었다.

학생들이 주목하길 바라는 연구는 무엇인가

역시 지금 집중하고 있는 액화수소에 대한 연구다. 앞으로 20년 안에 자동차 시장의 40% 이상이 배터리나 수소를 사용하는 전기차로 대체될 것으로 예상한다. 대형 차량의 경우 에너지밀도가 높아 공간을 작게 차지하는 액화수소가 그 대안이 될 것이라고 보고 있다. 액화수소는 그 온도가 영하 253도이기 때문에 매우 많은 냉열을 가지고 있다. 이 냉열을 활용하면 자동차 실내의 냉방을 대부분 해결할 수 있다.

또한 수소와 산소의 전기화학적 결합을 통해 전기가 생산되는 것이 수소연료전지인데 이 과정에서 발생하는 열로 난방 문제도 해결할 수 있다. 현재 사용되는 배터리 전기차의 경우 냉난방을 하게 되면 연비가 60% 이하가 되는 단점과 대조된다. 지금 우리대학에는 미래자동차공학이 융복합전공으로 개설돼 있어서 학생들이 부전공이나 복수전공으로 이수할 수 있다. 많은 학생들이 미래자동차 분야와 연료로 사용이 될 액화수소에도 관심 가져주기를 부탁한다.

학생들에게 진로와 학업에 관한 조언 부탁한다

아마도 여러분들이 평생에 걸쳐서 ‘무엇’을 하겠다는 꿈을 가지지 못 했을 수도 있다. 다만 그 꿈이 생겼을 때 그 꿈을 이루기 위해서 지금 학업에 집중하시고 실력을 키워나가야 한다는 것은 분명한 사실이다. 진로를 성급하게 결정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자신이 그동안 쌓아온 경력과 결과를 바탕으로 진로를 결정해야만 한다. 지금 이 순간 미래의 자신을 위해 조금 더 투자해 줄 것을 부탁한다.

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다면

열심히 하는 사람보다는 재미있게 하는 사람이 더 많은 성취를 얻을 수 있다고 한다. 학생들은 지금 하는 학업이나 일을 재미있게 하고 있는가? 나의 경험으로는 깊이 파고들고 열심히 할수록 재미있게 된다. 재미있는 일은 열심히 할 수밖에 없고 누가 감시를 할 필요도 없이 자기주도적으로 해 나갈 수 있게 된다. 대충대충 빨리빨리 하는 것이 능사가 아니다. 깊이 있게 연구하고 초집중해 매사에 임하면 어떤 일을 하더라도 재미를 느끼게 될 것으로 생각한다. 비교할 수 없는 큰 성취감이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현대사회에서의 Time Scale은 과거보다 매우 작아져서 사회가 매우 빠르게 변화하고 있다. 지금 배운 지식이 조만간 쓸모없는 것이 될지도 모른다. 학교는 단순하게 지식을 전달받는 곳이 아니다. 지식을 어떻게 습득하고 어떻게 활용하는지, 어려움을 만났을 때 어떻게 극복해 나갈지, 주위 동료와는 어떻게 협업해야 하는지, 세계와 지역사회에서는 어떤 역할을 해야 하는지 이러한 역량을 키워나가는 곳이다.

지금 이수하고 있는 학업을 재미있게 잘 하되 교수로부터 지식을 전달받는 것에만 만족하지 마시기 바란다. 교수가 겪어 온 인생의 경험을 이어받고 철학을 이어받아서 교수님보다 더 큰 역량을 가지고 사회에 나가길 바란다.

*크로스-컷 유동 제어: 수동적인 유동 제어의 한 종류로 열전달이 직접 일어나는 벽면에 상대적으로 낮은 온도의 유동이 접촉하게 함으로써 열전달 성능을 크게 향상시킨다.


이은정 기자 bbongbbong01@uos.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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